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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신뢰와 원칙은 어디가고 '책임전가'라니, 그래서 슈틸리케호 더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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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신뢰와 원칙은 어디가고 '책임전가'라니, 그래서 슈틸리케호 더 위기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10.12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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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임 때 내세웠던 수비 중시 발언과 거꾸로…선수들 책임전가 발언까지 겹치며 지도력까지 위기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단순히 전술과 선수 기용의 부재 또는 실패만 놓고 평가하자는 것이 아니다. 슈틸리케 감독은 그동안 책임과 신뢰를 원칙삼아 자신이 쏟아냈던 발언들과 거꾸로 한국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11일(한국시간) 이란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 2018년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4차전에서 유효슛 하나 기록하지 못하는 졸전 끝에 0-1로 졌다. 

대표팀은 이날 패배로 이란(3승 1무, 승점 10), 우즈베키스탄(3승 1패, 승점 9)에 이어 2승 1무 1패(승점 7)로 조 3위로 떨어졌다.

이제 관심은 과연 대표팀이 다음달 15일 우즈베키스탄을 안방으로 불러들여 승리할 수 있겠느냐에 맞춰진다. 우즈베키스탄을 꺾는다면 한국은 3승 1무 1패(승점 10)가 돼 우즈베키스탄을 추월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녹록지 않다. 대표팀 자체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 자신이 뽑은 선수에 대해 책임지겠다던 감독, 이젠 '선수 책임전가'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해 1월 AFC 아시안컵에서 무명 스트라이커 이정협을 뽑으며 논란의 중심이 됐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이정협의 플레이를 여러 차례 지켜봤다고 자신감을 나타내며 "내가 직접 관찰하고 발탁한 선수는 내가 책임진다"는 발언으로 책임감을 보여줬다.

그러나 2년이 지난 뒤 자신이 직접 책임지겠다던 감독은 없고 이젠 선수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감독만 남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란전이 끝난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에 세바스티안 소리아 같은 공격수가 없었다"며 부진의 책임을 모두 선수들에게 돌렸다. 우루과이에서 귀화한 카타르 공격수 소리아는 지난 6일 한국과 3차전에서 2골을 북치고 장구치는 군계일학의 공격으로 한국의 혼쭐을 빼놨다.

이란전을 냉정하게 지켜봤다면 슈틸리케 감독의 발언이 100% 틀리지는 않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손흥민은 이란 선수들을 상대로 제대로 공을 간수하지 못했다. 지동원이나 기성용, 김보경, 이청용 등 공격 지향에 초점을 맞춘 멤머들의 경기력도 현저하게 떨어졌다.

하지만 사령탑이라는 직책은 어려운 상황에서 전술 변화를 꾀하고 선수 교체를 통해 난국을 타개하는 묘수를 내놓는 자리다. 

슈틸리케 감독은 전반에 공격이 풀리지 않았음에도 공격에 대한 메스는 후반 중반이 지나서야 꺼내들었다. 장신 공격수 김신욱 카드를 너무 늦게 투입하는 바람에 제대로 공격할 기회조차 놓친 것은 분명 슈틸리케 감독의 책임이다.

무엇보다도 선수들에 대한 책임 전가 발언으로 대표팀이 크게 흔들리게 됐다. 뉴시스에 따르면 손흥민은 국내 언론과 가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감독님의 소리아 발언은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다. 다른 나라 선수들을 언급하면서까지 우리 선수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은 아쉽다"고 서운한 감정을 내비쳤다. 

감독을 믿고 의지했던 선수들과 이미 불신의 틈이 생기게 되는 것은 한 번의 패배보다 더 뼈아프다.

◆ 그토록 수비 강조하던 슈틸리케 감독, 위기로 보지 않는 것이 문제다

슈틸리케 감독은 2014년 9월 취임 일성으로 수비를 강조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당시 "공격이 강하면 승리하지만 수비가 강하면 우승한다"는 말로 수비 중요성을 역설했다. 실제로 슈틸리케 감독은 당시 첫 소집에서 '수비 특훈'에 집중했다.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에서 명품 수비수로 활약했던 슈틸리케 감독의 명쾌한 '특강'도 이어졌다.

이 때문에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한동안 '명품수비'를 보여줬다. 데뷔전이었던 파라과이전서도 로케 산타크루스를 꽁꽁 묶는 포백 수비로 대표팀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아시안컵에서는 호주와 결승전에서만 2골을 내주는 '늪 축구'로 팬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공격력이 도마 위에 오르긴 했지만 팬들은 대표팀의 경기력을 의심하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의 지론대로 수비가 탄탄했기 때문이다. 한때 '실학자 슈틸리케'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실용축구라는 평가까지 받았지만 지금은 전혀 딴판이다. 

물론 슈틸리케 감독으로서도 갑작스러운 포백 수비라인 붕괴를 예상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지난해까지 대표팀의 포백 방어벽이 탄탄했던 것은 왼쪽 측면에 김진수(호펜하임)와 박주호(보루시아 도르트문트)라는 자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두 풀백이 동시에 소속팀에서 기회를 잡지 못하면서 경기력이 떨어졌고 이는 포백 붕괴의 원인이 됐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의 최근 발언은 무척이나 실망스러운 대목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카타르와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수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질문은 피해가고 지동원과 손흥민이 역전골을 넣으며 이긴 것에 초점을 맞췄다. 홍정호가 페널티킥을 허용하고 퇴장까지 당하는 악재가 있었다면 당연히 수비에 대한 자평과 반성이 있었어야 했다.

대표팀 수비에 대해 팬들과 언론이 비판을 하자 슈틸리케 감독은 이란으로 출국하는 인천국제공항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란을 가지 말아야 할 것 같다"며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어떻게 이란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그토록 수비를 강조하던 슈틸리케 감독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자신이 그동안 했던 발언과 지론에 역행하는 언행으로 대표팀의 위기를 초래한 면이 크다. 선수들의 경기력이나 전술보다 가장 큰 문제는 슈틸리케 감독이 팀 운영 면에서 스스로 대표팀을 벼랑 끝으로 몰고가고 있다는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란전 뒤 기자회견을 통해 "지금처럼 하면 월드컵 본선 진출이 어렵다"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도 지금처럼 대표팀을 운영하면 결코 월드컵 본선 진출 지도자가 될 수 없다.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을 끝으로 지도자 생활을 화려하게 마무리하고 싶다는 각오를 갖고 한국이라는 낯선 이국땅에 왔다면 지금처럼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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