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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갓틸리케'에서 '수틀리케'로, 위기 맞은 슈틸리케 대표팀 문제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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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갓틸리케'에서 '수틀리케'로, 위기 맞은 슈틸리케 대표팀 문제점은?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10.12 12: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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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바뀌는 포백으로 수비 안정감 저하…독이 된 멀티포지션, 선수들 역할 부적응도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고 동아시아축구연맹컵에서 우승을 차지했을 때만 하더라도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갓틸리케'로 불렸다.

하지만 몇 개월 사이에 한국 축구대표팀의 경기력은 곤두박질쳤다. 대표팀은 11일 이란전에서 0-1로 지면서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들어 4경기 동안 벌써 5골을 내줬다. 

지난해부터 지난 3월 쿠웨이트와 2차 예선 최종전(3-0 몰수승)까지 15개월 동안 4실점을 기록했던 대표팀은 불과 2개월 사이에 5실점했다.

수비에 탈이 생겼는데도 슈틸리케 감독은 수비에 대한 별다른 지적이 없다. 선수들 자신감을 잃지 않게 하려는 의도인지는 알 수 없으나 지금은 분명 반성과 정비를 해야 할 시간이다. 

이제 축구팬들은 슈틸리케 감독을 '수틀리케'라며 조롱한다. 문제점을 짚고 넘어가지 못한다면 1986년 멕시코 월드컵부터 이어져왔던 8회 연속 본선진출 기록이 끊길 수도 있다.

◆ 김진수-박주호로부터 파생된 포백 불안, 수비 조직력이 무너졌다

대표팀 문제점의 시초는 왼쪽 풀백이다. 대표팀이 안정감 있는 수비를 보여줬을 때 박주호(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김진수(호펜하임)가 있었다. 어쩌면 슈틸리케 감독은 박주호와 김진수가 소속팀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었기에 대비책을 가질 필요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박주호가 도르트문트로 이적하면서 출전 기회를 잃고 김진수 역시 새로운 감독 부임 이후 전력 외로 밀리면서 포백 수비에 문제가 생겼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들의 경기력을 끌어올리려고 했지만 한번 폼을 잃어버린 두 풀백은 실망감만 안겼다.

왼쪽 측면이 무너지자 동시에 오른쪽 풀백도 붕괴됐다. 사실 차두리의 은퇴 이후 대표팀 오른쪽 사이드는 마땅한 대체자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왼쪽 풀백이 든든히 버티고 있었기 때문에 오른쪽 풀백에서 '평타' 정도만 쳐도 버텨나갈 수 있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왼쪽 측면 수비가 무너지면서 고스란히 오른쪽 방어라인에서도 문제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장현수(광저우 푸리)를 오른쪽 풀백으로 기용하며 수습하려고 했지만 별무소용이었다. 

장현수는 수비형 미드필더와 중앙 수비수로 뛰었던 선수이지, 측면 수비에 특화된 선수는 아니다. 아무리 멀티 플레이어라고 하더라도 3개의 포지션을 동시에 소화하는 것은 무리다. 오른쪽 풀백으로 제 모습을 찾지 못하면서 장현수의 자신감도 크게 떨어졌다.

그나마 위안은 홍철(수원 삼성)이 이번 대표팀에서 왼쪽 풀백으로 발탁돼 평타 이상을 쳤다는 점이다. 김진수, 박주호가 전혀 대표팀 전력에 보탬이 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홍철이 버텨준다면 승산은 있다. 그래도 여전히 오른쪽 풀백 불안은 남는다.

여기에 중앙 수비까지도 흔들린다.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은 부상으로 올해 대표팀에 들어오기가 힘들어졌고 지난 6일 카타르전서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고 퇴장까지 당한 홍정호(장쑤 쑤닝) 역시 경기력 논란 중심에 놓였다. 김기희(상하이 선화) 역시 수비력이 크게 저하됐다. 그나마 곽태휘(FC 서울)이 중심을 잡아주고 있지만 서른다섯 나이가 불안하다.

슈틸리케호가 자랑하던 막강한 포백 수비가 무너지면서 그 여파는 도미노처럼 전 포지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앞선의 수비형 미드필더에게도 부담이 가중됐다. 수비형 미드필더의 부담이 늘어났음에도 슈틸리케 감독은 4-1-4-1 포메이션을 내세움으로써 수비가 더욱 불안해졌다. 중원을 장악하는 점유율 축구와 역행되는 포메이션으로 스스로 팀 컬러를 퇴색시켰다. 이란전에서 '슛 4-유효슛 0'라는 공식 기록이 이를 반증한다.

◆ 너무 잦은 멀티 포지셔닝, 선수들 적응 실패로 경기력 저하

슈틸리케 감독도 2002 월드컵 4강을 이끌었던 거스 히딩크 감독 못지 않게 '멀티 플레이어' 신봉자다. 사실 현대 축구에서 멀티 플레이어를 활용하지 않는 사례는 없다. 멀티 포지션은 세계적인 추세다. 

하지만 멀티 포지션을 주된 전술 포인트라고 하기엔 문제가 있다. 선수들은 자신이 그동안 꾸준히 뛰었던 포지션에서 뛰는 것이 가장 익숙하고 가장 좋은 경기력을 낼 수 있다.

멀티 포지션은 일부 선수들이 경고 누적이나 부상 등으로 경기에 나설 수 없을 때 사용하거나 경기 도중 전술 변화를 위해 쓰는 것이 일반적인데 슈틸리케 감독은 처음부터 멀티 포지션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박주호처럼 수비형 미드필더는 물론이고 왼쪽 풀백에서도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주는 선수는 예외다. 슈틸리케 감독은 박주호가 두 포지션에서 모두 잘 적응하고 있기 때문에 김진수와 박주호를 번갈아 가면서 재미를 본 사례도 있다.

그러나 다른 선수들은 좀 다르다. 

예를 들어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은 측면 공격이 더 잘 맞는다. 이미 런던 올림픽 때부터 최전방 스트라이커가 아닌 측면 공격수로 활약해왔다. 제로톱 전술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스트라이커라는 평가도 있지만 이 역시 측면과 중앙을 활발하게 돌아다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런 점에서 이란전에서 지동원을 최전방 공격수로 내세운 것에서 문제가 드러났다. 중국과 1차전처럼 지동원 원톱 카드가 성공을 거둔 적도 있었지만 이란전처럼 중요한 결전에서는 안정적인 전술과 선수 기용이 필요하다. 지동원 원톱 카드는 석현준(트라브존스포르)과 김신욱(전북 현대) 카드보다 우위일 수는 없다.

장현수의 멀티 포지션도 문제가 있다. 장현수는 수비형 미드필더와 중앙 수비수 등 2개의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자원이다. 그런데 슈틸리케는 장현수에게 오른쪽 측면 수비를 맡기고 있다. 문제는 장현수가 측면에서 뛰면서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는 점이다. 슈틸리케의 멀티 포지션 욕심이 선수들의 자신감까지 떨어뜨린 경우다.

김신욱이 공격수로 출전하면서 지동원을 공격 2선으로 내리고 장현수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올라간 후반이 전반보다 경기력이 좋았다는 점만 보더라도 멀티 포지션이 현재 대표팀에서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하나 문제점을 짚어본다면 교체 타이밍이 조금씩 늦춰지거나 놓치고 있다는 점이다. 슈틸리케 감독도 시리아전에서 공격수 카드를 꺼내들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한 적이 있다. 

이란전 역시 슛이 단 1개에 그쳤던 전반을 생각한다면 김신욱 카드를 카타르전처럼 후반 시작과 함께 꺼내들었어야 했다. 김신욱과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교체 카드는 분명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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