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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K리그 시상식, 정녕코 '유리천장'은 깨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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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K리그 시상식, 정녕코 '유리천장'은 깨졌는가?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6.11.08 2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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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시상식 34회 중 외국인 MVP 3회 불과, 피아퐁-신의손-샤샤 아쉬움 컸던 외인 후보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올해 K리그 시상식 주연은 역시나 20골을 터뜨린 공격수들이었다. 클래식과 챌린지를 가릴 것 없었다.

8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16 현대오일뱅크 K리그 대상 시상식. 클래식과 챌린지의 최우수선수(MVP)는 각각 FC서울과 대전 시티즌에서 20골씩을 넣으며 득점왕에 오른 정조국과 김동찬의 차지였다.

서울의 오스마르는 전체 109표 중 39표를 얻었으나 46표를 받은 정조국에 밀렸다.

물론 정조국의 MVP 자격은 충분했다. 정조국은 데뷔 13년 만에 첫 득점왕에 올랐다. 공격이 편중될 수밖에 없는 8위팀 광주 소속으로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했다. 화제 면에서나 실력적인 면에서 모두 처질 것이 없었다.

하지만 K리그 시상식에서 웬만해서는 외국인 선수 MVP가 나오기 힘들다는 점은 모두가 인정하는 부분이다. 오스마르는 수비와 미드필더를 오가는 만능 살림꾼의 면모를 뽐내며 서울을 K리그 클래식 우승으로 이끌었다. 외국인 선수로서 주장 완장을 차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짐작할 수 있다. 개인과 서울 팬들의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 있는 결과다.

이러한 결과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외국인 선수가 K리그 시상식에서 처음 MVP를 수상한 것은 2004년. 수원 삼성에 리그 우승을 안긴 나드손이었다. K리그가 출범하고 20번째 시즌에서야 외국인 선수 MVP가 나왔다. 총 34번의 K리그 시상식에서 외국인 선수가 MVP에 오른 것은 3번에 불과하다.

물론 그전에도 K리그 시상식에서 MVP에 오를만한 활약을 펼친 선수들은 있었다. ‘신의손’으로 명성을 날린 수문장 사리체프(당시 일화 천마)는 1992년부터 4년 연속 골키퍼 부문 베스트11에 선정됐을 정도로 압도적인 기량을 보였다. 1993년에는 8경기 연속 무실점이라는 역대 최다 경기 무실점 기록의 보유자이기도 하다. 중위권에 머물렀던 일화에 1992년에는 리그 준우승, 1993년부터는 3연패를 안겼다. 하지만 MVP는 한 차례도 수상하지 못했다.

사리체프 이후 다른 팀들은 모두 외국인 골키퍼 영입을 추진하다보니 외국인 수문장 제한 규정이 생겨난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후 사리체프는 귀화해서 애칭인 신의손이라는 이름을 달고 다시 선수생활을 시작, 2000년 안양 LG에 우승을 안겼다.

또 한명 기억에 남는 스타는 수원 삼성에서 활약했던 세르비아 출신 샤샤. 1995년 부산 대우 소속으로 처음 K리그 무대를 밟은 샤샤는 1998년 시즌 도중 수원으로 이적하며 날아올랐다. 18경기에서 8골을 넣고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고 1999년에는 26경기 18골로 득점왕에 등극하며 팀의 리그 2연패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하지만 K리그 시상식의 주인공은 준우승팀 부산의 안정환이었다. 샤샤는 K리그 시상식에서 1998, 1999년 2회 연속 베스트11에 선정되는 영예에 만족해야 했다.

1983년 출범한 프로축구에서 '용병'으로 불렸던 외인 선수들에게는 최우수선수야말로 '유리천장'이었다. 1985년 사상 최초로 득점왕와 도움왕을 휩쓸었던 태국 출신 피아퐁(당시 럭키금성)도 MVP 타이틀은 팀 동료 한문배에게 양보해야 했으니 말이다.

2000년대 들어서는 외국인 선수에게도 기회가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2004년 나드손이 외인선수 1호 MVP 수상을 시작으로 2007년 따바레즈(포항 스틸러스), 2008년 데얀(FC서울)까지 3차례나 나왔다. 하지만 이들은 이견이 없을 정도로 당대 최고의 슈퍼스타로 활약했던 선수들이다.

2004년 나드손은 23경기에서 14골을 몰아넣으며 수원을 정상으로 견인했다. 수원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평가받는 공격수 중 한명이다.

2007년 따바레즈도 23경기에서 2골 11도움을 기록했고 플레이오프 5경기에서도 2도움으로 포항을 정상으로 이끌었다. 2008년 데얀은 26경기에서 14골 6도움,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맹활약을 펼쳤다.

2013년 K리그 2부로 출범한 챌린지에서는 2014년 아드리아노(대전)에 이어 2015년 조나탄(대구)가 연속 최우수선수 타이틀을 따냈다.

K리그 시상식의 주인공이 순혈주의의 벽에 갖혀서 탄생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렇다고 외국인 선수에게 특혜를 주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MVP 선정에서 편견과 차별 없는 시선이 외국인 선수들에게 향하는 그런 선정문화가 정착됐으면 하는 생각이 든 2016 K리그 시상식이었다. 두 외인 스타들의 기량과 공헌이 정조국 못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시즌 프로축구 농사의 대미를 장식하는 축제, K리그 시상식에서 과연 유리천장은 깨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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