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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K-컬처밸리]② 위기설과 '한한령' 속 그 현장을 가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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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K-컬처밸리]② 위기설과 '한한령' 속 그 현장을 가 보니?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6.11.23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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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오소영 기자] '오리무중!'

'최순실 게이트'의 역풍을 맞고 있는 CJ그룹의 K-컬처밸리가 그런 처지에 놓인 듯하다. 

'K-컬처밸리'는 비선실세 최순실의 최측근인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의 문화 창조융합벨트 핵심 사업이다. 부지 무상제공 등 특혜의혹도 불거진 상황으로, 7천억 이상의 'K-컬처밸리' 외부자금 조달이 어려워 위기에 놓였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는 중이다. 

착공 6개월째, 기초공사 중인 K-컬처밸리 사업은 항간의 풍문대로 중단됐을까?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 소식이 국내에 전해져 놀라움을 전한 와중에 공사 상황과 현장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K-컬처밸리' 공사장을 직접 찾아가 곳곳을 살폈다. 

경기도 일산 장항동 'K-컬처밸리' 공사장 일대에선 호텔, 공연장 신축공사가 계속해 진행되고 있었다. [사진= 스포츠Q 최대성 기자]

경기도 고양시 장항동 일대의 'K-컬처밸리' 공사장. '공사 중단 가능성'이라는 부정적 관측과 달리, 현장은 변함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분위기는 별다르지 않았다. 기초 공사라 그 규모가 크지 않을 뿐, 건축 자재를 옮기는 등 평소처럼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그러나 공사를 주도하는 CJ그룹이 "사업 중단이나 축소는 없다"고 못 박았음에도, 인근 주민 및 관계자들에게서는 약간의 불안감이 엿보였다.

공사장 관계자 A씨는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뭘 알겠느냐"면서도 "글쎄, 우리도 아는 게 없다. 우리 밥줄이 끊길지, 아닐지"라며 자조적인 답변을 내놨다. 

현재 진행되는 공사는 'K-컬처밸리'의 공연장과 호텔을 짓기 위한 것이다. 공연장은 지하 2층과 지상 7층, 호텔은 지하 2층과 지상 25층 규모다.

주변에는 한류초등학교, SM관광호텔, KRT호텔이 들어서고 인근 GTX 킨텍스 역도 세워질 예정이다. '한류' 콘텐츠가 총집합하고, 수도권과의 접근도 용이해질 것으로 보였다. 이미 개발호재를 의식하고 들어선 펜션은 물론 아파트 및 상가건물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렇다면 'K-컬처밸리 위기 설'에 맞닥뜨린 업계 관계자와 주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사업과 관련된 '악재'들을 털어내고 산뜻하게 진행되길 바란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K-컬처밸리' 사업이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고 입 모아 말했다. 'K-컬처밸리' 주변건물 입주를 희망하는 주민으로 가장해 부동산 상담을 진행해 봤다. 

[사진=스포츠Q 최대성 기자]

부동산 관계자 B씨는 "사업이 엎어질 가능성은 없다. 핵심 고위직이 총대 메고 좌천되는 정도면 모를까, 사업 전체가 망할 리는 없다고 본다"며 '이제껏 그래왔듯' 문제가 불거져도 고위직이 잘려나가는 것으로 정리되고,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은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또 다른 관계자 C씨 역시 "박근혜 정부 이전부터, 김문수 도지사 때부터 밀어붙인 사업이다. 최순실게이트로 인한 영향, 관련은 없다. 건물 분양가 또한 사건 이후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내가 업계 경력 13년짼데 왜 여기 들어 왔겠냐"며 반문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부분은, 기자임을 밝히고 접근했을 때는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의 태도가 사뭇 달라졌다는 점이다. "드릴 말이 없다"며 상대하지 않기 일쑤였다. 이처럼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일종의 상혼일 수 있다는 의구심이 들었다. 

이번 'K-컬처밸리' 위기설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쪽은 사업을 주도하는 CJ그룹뿐만이 아니다. 경기도와 고양시로서는 이번 차은택 파문 때문에 'K-컬처밸리'는 물론 '한류월드' 사업까지 오명을 쓰게 된 상황이다. 

경기도는 지난 2005년 장항동 부지를 한류 문화 공간 '한류월드'로 조성할 계획을 세웠으나, 투자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며 사업이 장기 표류했다. 그러다 'K-컬처밸리'와 만나며 10년 만에 사업에 탄력을 받게 된 참이었다. 

일산 상인 C씨는 일산의 '원마운트 복합쇼핑몰'을 거론하며 "원마운트만 하더라도 일주일에 버스 30~40대 규모의 해외 관광객이 온다. 나중에 'K-컬처밸리'가 들어서면 관광버스 수 백 대가 올 것으로 예상했는데…"라며 'K-컬처밸리'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사진=스포츠Q 최대성 기자]

주변 상인들의 불안감은 최근 '사드 배치' 갈등으로 인해 중국인들의 한국 관광 수요가 줄어든 상황과 무관치 않다. 중국의 주요 언론에 따르면 지난 20일, 각 방송 플랫폼에 '한한령'이 전해졌다. 이로 인해 '한류'가 더 얼어붙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한령'에는 한국 연예인 출연 프로그램 방송 금지, 한국 리메이크 콘텐츠 방송 금지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류가 더이상 예전 같지 않다는 관측이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내외 관광객이 모두 즐길 수 있는 공연장 및 시설을 만드는 'K-컬처밸리'가 중국관광객 유입 등 한류의 성장을 도울 수 있다는 차원에서 또 다른 기대감을 표하고 있기도 하다. 

여전히 앞날이 불투명한 'K-컬처밸리'. 한국 문화를 널리 알리는 대표 테마파크가 되겠다는 목표가 무색하다. ‘한류 콘텐츠의 글로벌 게이트웨이’, ‘우리의 문화가 대한민국의 힘과 미래입니다’ 등 공사장을 둘러싼 벽면에 적힌 글귀마저 씁쓸해 보이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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