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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낭만닥터 김사부' 유연석과 서현진, 의학드라마에 멜로를 끼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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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낭만닥터 김사부' 유연석과 서현진, 의학드라마에 멜로를 끼얹다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6.11.22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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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원호성 기자] 미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의 의학 드라마에 대한 다소 오래된 농담 중 하나. 미국의 의학 드라마는 주인공들이 환자를 살리기 위해 수술을 하고, 일본의 의학 드라마는 주인공들이 교훈을 주며, 한국의 의학 드라마는 주인공들이 연애를 한다. 그렇다면 시작부터 독특한 출발을 보여주고 있는 '낭만닥터 김사부'는 이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한국 의학 드라마는 주인공들이 허구헌날 연애질만 한다는 농담이 그다지 과장되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남녀상열지사'의 문제를 외면하지 못한다. 한국 의학 드라마의 시발점으로 꼽히는 MBC '종합병원'을 시작으로 멜로 코드가 전혀 삽입되지 않은 의학 드라마는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다. 

SBS '낭만닥터 김사부' [사진 = SBS '낭만닥터 김사부' 방송화면 캡처]

한국의 의학 드라마 중 멜로에서 자유로운 작품이라면 주인공인 장준혁(김명민 분)이 불륜중인 연인이 있기는 해도 일단 유부남이었던 '하얀 거탑'과 이민우(이선균 분)와 강재인(황정음 분)의 멜로관계 떡밥을 던져놓고 전혀 멜로코드로 엮지 않아 오히려 신선함을 선사한 '골든 타임' 정도를 꼽을 수 있는 정도이고, 올해 SBS가 시청률 20%를 넘어서며 성공을 거둔 '닥터스'처럼 멜로 코드를 전면에 내세워 흥행을 기록한 의학 드라마가 더욱 많다.

'낭만닥터 김사부' 역시 이런 멜로의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강동주(유연석 분)라는 성장과정에 있는 신참 의사를 주인공으로 해서, 전설적인 외과의 '부용주'라는 이름을 감추고 '김사부'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며 강동주의 의사 인생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스승 한석규와 강동주가 역시 의사의 길을 걷는데 큰 역할을 하는 선배 윤서정(서현진 분)과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한석규가 과거 아버지의 죽음으로 분노해 거대병원을 찾아와 야구배트를 휘두르던 유연석을 제압하고, 억울하면 그들보다 훌륭한 사람이 되라는 말을 남겨 유연석을 의사의 길로 이끈 장본인이라면, 서현진은 유연석이 의사의 길을 포기할 수 없게 만든 인물이다. 유연석은 국가고시를 패스하고 인턴으로 갓 의대에 왔을 무렵, 괄괄한 성격의 의사 선배로 의견 충돌도 있었지만 환자를 살리기 위해 맨손으로 환자의 대동맥을 쥐어잡는 서현진에게 단숨에 빠져버렸다.

SBS '낭만닥터 김사부' 1회에 등장한 강동주(유연석 분)와 윤서정(서현진 분)의 키스신 [사진 = SBS '낭만닥터 김사부' 방송화면 캡처]

당시 서현진에게는 문태호(태인호 분)라는 잘 나가는 의사 연인이 있었지만, 유연석은 저돌적으로 서현진에게 키스하고 자신의 감정을 고백하며 서현진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하지만 불행한 교통사고로 태인호는 세상을 떠나고 서현진은 태인호의 죽음 앞에서 유연석에게 흔들린 자신의 마음을 자책해 떠나며 두 사람 사이에는 결국 5년이라는 공백이 찾아오게 됐다.

그리고 5년이 지나 유연석과 서현진은 유연석이 거대병원에서 VIP 환자의 수술에 실패해 좌천된 돌담병원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 서현진은 유연석과의 재회에 5년 동안 묻어왔던 트라우마가 터져 나오며 유연석의 앞에서 메스로 손목을 긋는 자해를 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런 모습을 통해 아직도 유연석에 대해 흔들리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21일 방송된 '낭만닥터 김사부' 5회에서 유연석은 그렇게 흔들리는 서현진에게 5년 전 돌발적으로 키스했을 당시처럼 다시 한 번 돌직구를 던진다. 유연석은 왜 사표를 내지 않았냐는 서현진의 퉁명스러운 질문에 "내가 보고 싶었다면서요? 이대로 다른 병원 가버리면 끝내 알 수 없잖아요. 선배가 날 왜 보고싶어했는지"라고 되받아친다.

서현진은 그 말에 살며시 흔들리면서도 이내 "여기 병원이다. 함부로 멜로 찍지마"라고 대꾸하지만, 유연석은 침상을 정리하는 서현진의 옆에 바짝 붙어 "멜로…하면 안 되나, 우리?"라며 서현진의 속내를 떠본다.

서현진은 유연석의 연이은 고백에 조금씩 흔들리면서도 "지랄이 1000cc다. 그럴 시간 있으면 잠이나 쳐 주무세요. 밥이나 더 떠먹던가"라고 말하지만, 유연석은 다시 "같이 하면 되겠네. 밥도 같이 처먹고, 잠도 같이 처자고. 그게 멜로지, 멜로가 뭐 별건가?"라며 능숙하게 서현진을 흔든다.

SBS '낭만닥터 김사부' [사진 = SBS '낭만닥터 김사부' 방송화면 캡처]

'낭만닥터 김사부'는 초반부터 기존의 의학 드라마와는 상당히 다른 전개를 선보이고 있다. 신참의사 강동주(유연석 분)의 스승 포지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 김사부(한석규 분)는 '골든 타임'의 최인혁(이성민 분)이나 '브레인'의 김상철(정진영 분)과 같은 의학 드라마의 전형적인 스승 캐릭터와는 달리 본인의 캐릭터부터 과거의 비밀을 잔뜩 숨기고 있을 뿐 아니라, 훈육 역시 거칠고 불친절한 태도로 오히려 유연석을 차갑게 몰아세우며 진짜로 가르침을 주는 것이 맞는지 의구심을 자아내며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런 '낭만닥터 김사부'의 독특함은 한국 의학 드라마의 정형화된 패턴인 '멜로' 연출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유연석과 서현진을 중심축으로 한 멜로 연출에서 서로가 감정을 확인하기 위해 쓸데없는 시간을 소모하지 않고 오히려 돌직구로 서로의 감정을 날려대면서, 그동안의 의학 드라마와는 상당히 다른 직설적인 감정 표현을 서슴치 않는다. 

'낭만닥터 김사부'의 이런 거칠고 터프한 멜로는 멜로는 들어가야겠지만, 그동안의 의학 드라마들이 지적받은 멜로의 전형적 패턴을 답습하지 않겠다는 '낭만닥터 김사부'의 의지의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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