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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판도라' 김남길 ① "첫 재난영화, 체력은 문제가 아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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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판도라' 김남길 ① "첫 재난영화, 체력은 문제가 아니었어요"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6.12.10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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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자 Tip!] 그리스 신화의 '판도라의 상자' 이야기는 세상에 '죽음'이 생겨난 계기를 설명해준다. 판도라가 호기심에 비밀 상자(항아리)를 열자, 안에 봉인돼 있던 병과 죽음 등이 흩어지며 재앙을 맞았다는 이야기다.

7일 개봉한 '판도라'는 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소재로 한 재난영화다. '연가시'를 통해 '감염 재난'을 다뤘던 박정우 감독의 신작으로, 그 규모가 더 커졌고 '리얼'해졌다.

'판도라' 속 원자력발전소는 사고 전까지, 싼 값에 막대한 양의 전기를 공급해주는 고마운 존재였다. 그러나 낙하산 인사가 발전소를 맡은 후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고, 대지진이 맞물리며 방사능 유출사고가 시작된다.

'판도라' 김남길 인터뷰 [사진= NEW 제공]

[스포츠Q(큐) 오소영 기자] '무뢰한'의 냉철한 형사, '해적'의 허술한 산적, '상어'의 미스터리한 사업가…. 배우 김남길의 변신은 끝이 없다. 필모그래피 중 겹치는 부분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소화하고 있다.

이번 '판도라'에서는 철없는 막내아들 재혁 역을 맡았다. 재혁은 원자력발전소 직원으로, 줄곧 일을 그만둘 생각을 하면서도 마음속엔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가득하다.

재혁은 다른 재난 블록버스터 주인공들과는 다르다. 재난을 담담히 이겨내는 영웅도 아니고, 희생해 한 몸 바치는 비현실적인 천사 캐릭터도 아니다. 재혁은 원자력발전소에서 벗어나려 애쓰고, 사고가 일어나자 가장 먼저 피하려는 인물이다. 그러나 결국 가족을 위해 결국 사고에 뛰어들기로 결심한다.

이런 현실성은 김남길이 '판도라' 출연을 결정짓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정의감에 불타는 모습은 요만큼도 없죠. 재혁이 쿨하고 의연했다면 이 영화를 선택하지 않았을 거예요. 후반부 울부짖는 장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람이 살고 싶다는 원초적 본능을 표현했다는 점에서 너무 좋았어요."

'판도라' 김남길 인터뷰 [사진= NEW 제공]

극중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판도라' 배우들의 고생은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김남길은 줄곧 특수복을 입고 뛰어다녔고, 먼지와 물을 뒤집어썼다. 그런데 김남길은 육체적인 고생보다는 정서적 부분이 힘겨웠다고 했다.

"육체적인 고생이라고 한다면, 좀 과장해서 다른 출연작의 10만분의 1 정도예요. 체력과 관련해 고민은 없었어요. 다만 정서적인 부분이 힘들었어요. 재난영화다 보니 기본 정서가 다르더라고요. 극에 치달은 정신·육체를 표현해야 한다는 것에 피로가 있었어요. 실제로 그 상황에 처해있다고 생각하니 견디기 힘들더라고요."

김남길을 조금이나마 도와줬던 건 촬영 순서였다. 스케줄상 곤란하다 보니 대부분의 영화는 극중 줄거리와 촬영 순서가 엇갈리기 마련이다. 후반부 장면을 촬영 초기 찍기도 해, 배우의 몰입이 어렵다. 그러나 '판도라'의 경우, 극중 스토리와 촬영 흐름이 비슷해 감정 표현에 있어서는 표현이 다소 수월했다고 한다.

"대본에 지진이나 원전 사고에 대해 써 있어도, 실감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어요. 하지만 감독님께서 최대한 순서대로 가게 신경을 써 주셔서, 감정을 계속 쌓아가면서 표현할 수 있었죠. 그러면서 다른 촬영장에도 일부러 가서 상황을 봤어요. 다른 쪽에서는 이 재난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확인해야 앙상블이 살 거라고 생각했죠. 순서대로 진행되는 덕분에 이런 부분에서 더 신경쓸 수 있었어요."

김남길과의 인터뷰에는 원자력 전문 용어뿐 아니라, 한국 및 해외의 원전 현황이 등장했다. 그의 꼼꼼한 공부와 준비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김남길은 '판도라' 촬영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며 참여했다.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돼 공개할 수 없지만, 김남길은 관객이 조금의 허술함이나 의구심을 느낄 수 있는 극중 설정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고 감독과 상의하기도 했다. "제작진과 커뮤니케이션이 굉장히 활발했던 것 같다"고 말을 건네니 김남길은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원자력 관련된 정보와 지식이 방대하게 들어있다 보니, 이를 연기에 어떻게 녹여내느냐에 대해서 많은 얘기를 나눴어요. 배우의 입장으로서, 영화가 성공하려면 보다 코믹한 장면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말씀도 드렸는데, 이런 위기상황에서 어떻게 장난이 있을 수 있겠냐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죠."

'판도라' 김남길 인터뷰 [사진=NEW 제공]

김남길은 관객이 '판도라'를 어떻게 여기길 바랄까?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주제를 다뤘지만, 관객은 어렵게 접근하기보다 생활 속 문제로 여기며 활발히 얘기하길 바랐다. 

"가상현실이라고 생각하고 찍었는데, 큰 화면으로 보니 무섭고 두렵더라고요. 평소에 영화를 본 후 서로 얘기하는 것처럼, '판도라'도 너무 무겁게만 생각 마시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해요."

기사 이어 보기 [인터뷰Q] '판도라' 김남길 ② "세상의 변화, 배려와 이해에서 시작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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