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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마스터' 이병헌 "연기 잘하는 배우 많아, 내 영화 보고 싶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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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마스터' 이병헌 "연기 잘하는 배우 많아, 내 영화 보고 싶을까?"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6.12.23 0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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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자 Tip!] 배우 이병헌은 한국 영화계에서 몇 안되는 '믿고 보는' 배우로 통한다. 작품 고르는 안목이 뛰어나다는 뜻뿐 아니라, 어떤 시나리오도 그의 연기로 살려내기 때문에 붙은 표현이다.

이병헌은 이 별명에 어울리게, 9월 개봉한 '밀정'에서는 특별출연으로 굉장한 존재감을 내뿜었고, 지난해 11월 개봉한 '내부자들'로는 청룡영화상을 비롯해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부일영화상 등 다양한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휩쓸었다. 역량에 비해 '상 복 없는 배우'로 불렸던 한을 시원하게 풀었다.

'마스터' 이병헌 인터뷰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렇게 승승장구 중인 이병헌이지만, 인터뷰로 만난 그는 여전히 연기에 대한 고민이 가득했다.

[스포츠Q(큐) 오소영 기자] 이병헌의 '마스터' 감상 소감은 덤덤했다. "딱 조의석 감독 영화답게 속도감이 넘치고 편집의 특별함이 있는 것 같아요. 음-. 그런데 제가 출연하면 객관성을 잃어버려서요. 재밌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어서, 주변의 반응을 보게 돼요. 어떻게 보셨어요?"

◆ 조희팔 모델 진현필 회장, 디테일한 표현력 

21일 개봉한 영화 '마스터'(감독 조의석)에서 이병헌은 희대의 사기꾼 진현필 역을 맡아 연기했다. 이는 실존인물 조희팔을 모델로 한 캐릭터로, 이름 또한 비슷하다.

진현필은 투자자들에게 헌신하겠다며 앞에선 눈물 가득한 연설을 펼치면서도, 뒤돌면 자신의 부밖에 모르고 투자자들의 돈을 갈취하는 위선적인 인물이다. 이병헌은 양면적인 모습을 완벽히 연기해내며 영화를 이끌어간다.

그런데 진현필 자체가 밑도 끝도 없이 악행을 저지르다보니, 이를 연기한 이병헌 역시도 캐릭터에 설득되지 않는 어려움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끝내 이병헌이 찾아낸 방법은 "자기 합리화에 능한 '나쁜놈'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이밖에도 이병헌은 매번 진회장의 외형에 변화를 주며, 마치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카멜레온같은 그의 면모를 표현했다. 

"진회장은 태생적으로, 상대가 자신에게 어떻게 필요한 사람인지에 따라 계속해 모습을 바꾸는 사람이죠. 투자 회원들 앞에선 온화한 표정으로 믿음을 주려 몸부림치다가도, 자신의 오른팔 왼팔인 김엄마와 박장군을 대할 때 또다르죠. 

외형에도 이와 어울리게 변화를 주려 했어요. 처음 프로모션 때 머리스타일은 평범한 편이죠. 살짝 나이 있고 편안하게, 교수처럼 보이고 싶단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혼자 집에 있을 땐 올백 스타일로 머리를 확 넘겨서 섬뜩하고 차가운 느낌을 주려 했죠. 필리핀으로 도주했을 땐 쫓기는 입장이기 때문에 머리길이, 색깔에 변화를 줬고요."

진현필이 필리핀으로 도주해 필리핀식 억양을 선보이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이를 위해 이병헌은 필리핀 배우들의 녹음파일을 들으며 계속해 연습했다. 이병헌은 여기에 대한 칭찬에 만족하기보다 머쓱해했다. 

"이게 맞는 건지 확신이 없었는데, 그래도 연습을 많이 했더니 필리핀 배우 분들이 '잘한다'고 해주시더라고요. 그나마 조금 자신이 생겼죠. 외국어도 그렇고 사투리 연기도 참 부담이 돼요. 그 지역 분들이 보시기에 어떻겠어요? 필리핀 분들도 '마스터'를 보시고 저게 무슨 필리핀식 영어냐 할 수 있는데, 그래도 한국 관객 위주로 볼 테니까….(웃음)"

'마스터' 이병헌 인터뷰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 센스있는 배우 김우빈, 다큐멘터리 취향 

이번 영화에서 이병헌은 주로 김우빈과 함께한 장면이 많다. 김우빈은 이병헌의 오른팔 역할을 하는 박장군 역을 맡았다. 이병헌과 김우빈 간 미묘한 심리전과 갈등이 등장하며 영화는 더욱 흥미로워진다.

이병헌은 김우빈과는 19살 차이가 난다. 1989년생인 김우빈이 세 살일 때, 이병헌은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으니 그 간극이 엄청나다. "후배와 연기를 맞추며 신경쓴 점이 있느냐"고 질문하니 칭찬이 돌아왔다.

"신경을 썼다기보다는, 제가 대본과는 살짝 다르게 연기했을 때 그것을 적절하게 자기 것으로 받아치는 순발력이 있을까, 그런 부분에서 조금 걱정한 건 있었죠. 그런데 생각 이상으로 너무나 잘했어요. 제가 변화를 줄 때마다 적절하게 변화를 줘서 받아치더라고요. 어깨에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간, 장면 안에서 잘 노는 후배인 것 같아요.

박장군 캐릭터는 시나리오에서 팔딱팔딱 뛰는 캐릭터라서, 의욕이 넘쳐서 더 튀게 하면 혼자 날아다니는 느낌이 들고 몰입에 방해될 수도 있겠단 걱정이 들었거든요. 그랬는데 첫날 리딩 때 그 걱정이 싹 사라졌어요. 표현의 선이 아주 적절했고, 현장에선 리딩 때보다도 더 발전된 모습이었어요. 어린 친구인데, 센스있게 잘하는 것 같아요."

두 사람은 촬영장에서 주로 다큐멘터리, 영화 감상 등 취미생활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는 후문이다.

"작품, 연기에 대해 얘기하면 서로간 나이는 상관없는 것 같아요. 제가 인생에 대한 얘길 하면 나이 차이가 느껴지겠지만…. 둘 다 다큐멘터리를 좋아해서, 서로 다큐를 추천해주고 감상평을 나눴죠. 저는 '서칭 포 슈가맨'과 '징크스'를 추천해줬어요."

'마스터' 이병헌 인터뷰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 이병헌의 고민 "관객의 기대감이 중요"

최근 어떤 분야에 뛰어난 사람을 이를 때 '신(神)', '갓(god)' 등 높여부르는 표현이 유행임에 따라 이병헌 역시 '연기신'으로 불리곤 한다. 

하지만 이런 이병헌은 계속 연기에 대한 고민을 잃지 않는 배우다. 그중 하나는 관객에게 '기대감'을 잃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지금은 연기를 잘 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지 않나요? 과연 내가 출연한 다음 영화를 또 보고 싶을까… 그런 면에서 너무 많이 얼굴을 비추는 것도 혹시 식상하지 않을까 걱정돼요. 이렇게 관객이 기대하는 마음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번 인터뷰에서는 "너무 독보적인 연기력을 갖고 있다 보니, 잘 어우러지지 않는다는 말도 듣지 않느냐"는 질문도 등장했다. 

"좋은 배우가 되려면 누구와 함께해도 좋은 호흡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70정도 가격했을 때 70만큼 아파야 적절해야지, 따로 돋보이면 좋은 경우는 아니란 생각이 들어요. 이 부분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서 늘 신경을 써요. 함께 연기하는 배우가 어떤 색깔을 내는 배우인지, 어떻게 해야 잘 어우러질지 생각해서 리액션을 하려 하죠. 모니터를 보면서 어떻게든 맞춰가려 해요."

'마스터' 이병헌 인터뷰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취재후기] 사람들은 대부분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며 달라진다. 배우들 역시 작품의 선택, 연기의 결 등에서 많은 변화가 생긴다. 이민정은 지난해 3월 출산해, 이들 부부는 현재 육아에 힘쓰고 있다. 이병헌은 앞선 인터뷰에서 "육아를 하느라 허리가 아프다"는 우스갯소리를 했던 상황. 관련해 물으니 이병헌은 환한 미소부터 지었다. 

"어디가 아프고 그런 건 뭐, 소소한, 그냥 웃자고 하는 얘기고요. 모든 게 힘들지만 굉장히 달라지는 걸 느껴요. 음-. 어떤 현상을 볼 때 과거와 다른 시각을 갖게 되는 것 같아서 나 자신이 놀라울 때가 있어요. 굉장히 흔한 말이지만, 내 중심이 아니게 된다는 것. 아, 선배와 친구들이 말했던 게 이거였구나 느껴요. 그동안 수백 번 들어도 몰랐는데 실제로 경험하니까 이제야 알겠더라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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