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알파고가 업그레이드된 것일까, 아니면 또 다른 알파고의 등장일까. 반상에 홀연히 나타난 마스터(Master) 9단이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내로라하는 최고수를 모두 꺾고 20연승을 달성했다.

중국 인터넷업체 텐센트가 서비스하고 있는 무료 온라인 대국 사이트인 한큐바둑의 한국 담당 관계자는 4일 "누구라도 자신을 최초로 이기는 프로기사에게 10만 위안(1700만 원)의 현상금을 준다는 도발적인 제안을 해온 마스터 9단이 지난 2일과 3일, 이틀 동안 한큐바둑에서 열린 20개의 대국을 모두 이겼다"고 밝혔다.

마스터 9단에게 도전했지만 모두 패배의 쓴맛을 본 프로기사는 모두 쟁쟁한 세계 최고수들이다. 중국의 신예로 떠오른 리친칭 4단이 가장 먼저 도전했지만 불계패했고 역시 유망주인 당이페이 4단과 구즈하오 4단도 모두 불계로 물러났다. 구리 9단이 2차례 도전했지만 역시 모두 불계패했다.

마지막 20번째 대국은 세계 1위인 커제 9단이 나섰다. 마스터 9단의 19연승을 막아낼 인간 프로기사의 마지막 보루였던 셈이다. 알파고에 1승밖에 거두지 못한 이세돌 9단을 폄훼하기도 했던 커제 9단 역시 흑을 잡고 맞섰지만 끝까지 접전을 벌이지 못하고 돌을 던졌다.

이 때문에 수많은 바둑 팬들은 마스터 9단이 인공지능일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20번의 대국에서 무려 17번이나 불계승을 거둔 마스터 9단은 초반부터 집 우위를 잡은 뒤 끝날 때까지 거의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런 모습이 알파고와 많이 닮아있다는 것이다.

한큐바둑 관계자는 "귀의 실리 따위는 거들떠보지 않으며 엄청난 대마싸움의 바꿔치기도 계산이 이뤄지면 흔쾌히 실행한다"며 "수천 년 동안 실전을 통해 진화하고 추적된 바둑의 틀을 무시하고 철저한 가치판단으로 제 갈 길을 찾아가는 기풍이 알파고를 닮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마스터 9단의 정체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미 마스터 9단과 비슷한 기풍을 가진 매지스터(Magister) 9단이 인터넷 바둑사이트인 타이젬에서 최고의 프로기사들을 상대로 30연승을 기록한바 있다. 바둑팬들은 매지스터 9단과 마스터 9단이 동일하다고 추측하고 있다. 만약 같은 것이라면 최고의 인간 프로기사를 상대로 50연승을 거둔 셈이다.

현재 한큐바둑은 중국 텐센트의 바둑 인공지능인 절예 9단과 형천 9단을 운영하고 있다. 절예 9단은 한국과 중국의 프로기사들을 상대로 80%대 승률을 올렸고 절예의 업그레이드판인 형천 9단은 커제와 박정환 9단까지 꺾었다. 절예 9단은 현재 한큐바둑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에 따라 바둑계 관계자는 한큐바둑에서 형천 9단과 마스터 9단의 맞대결을 예상하고 있다. 마스터 9단도 인공지능이라면 어느 인공지능이 더 우수한지를 알아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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