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4:17 (금)
[SQ포커스] 25년 여자축구 대도약은 WK리그의 힘으로
상태바
[SQ포커스] 25년 여자축구 대도약은 WK리그의 힘으로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0.21 11: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회 연속 아시안게임 동메달·월드컵 본선진출 등 성과…지소연·박은선 유럽 진출로 실력 확인

[스포츠Q 박상현 기자] IBK기업은행 2014 WK리그가 인천 현대제철의 통합 우승으로 막을 내리면서 한국 여자축구의 한 시즌도 거의 마무리됐다. WK리그에서 경쟁을 벌였던 팀들이 이달 말 다시 한번 전국체전에서 한판 승부를 벌이긴 하지만 여자축구는 일찌감치 2015년을 준비한다.

한국 여자축구에 있어 2014년은 남다른 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올해는 한국 여자축구가 본격적으로 뿌리를 내린지 24년째가 되는 해였다. 한국 여자축구의 출발을 해방 이후로 보는 시각도 있다.

1948년 전국여자체육대회에서 무학여중과 중앙여중, 명성여중 등 세 팀이 참가해 축구 경기를 치렀고 이후 5개 팀이 창단돼 싹을 틔웠다는 기록이 남아 있긴 하지만 한국전쟁으로 그 싹이 밟히고 말았다.

이후 한국 여자축구는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만들지 못하다가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을 통해 여자축구가 정식종목이 되면서 대표팀을 급조해 참가했다. 지금의 한국 여자축구가 있을 수 있었던 것은 당시 급조된 대표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렇게 보면 한국 여자축구의 역사는 24년째를 맞았고 내년에 '4반세기'가 된다.

▲ 인천 현대제철 선수들이 20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WK리그 챔피언에 오른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 선수들의 해외 진출·여자 월드컵 두번째 출전 등 성과

불과 20년 전만 하더라도 중국, 북한, 일본에 비해 턱없이 실력이 부족했던 한국은 21세기 들어 본격적으로 아시아권에서 강호로 자리하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북한, 일본을 확실하게 압도할 수 있는 수준까지 이르진 못했지만 어느덧 중국과 대등하게 경기할 수 있게 됐고 북한과 일본과도 팽팽한 접전을 벌이게 됐다.

2010년은 남자축구는 물론 여자축구에서도 큰 성과를 거둔 해로 기록된다. 남자축구가 국제축구연맹(FIFA) 남아공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거둘 때 여자축구 역시 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3위, FIFA 17세 이하(U-17) 월드컵 우승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여자축구가 처음 태동했을 당시 "여자축구가 계속 발전한다면 FIFA 주관 대회에서 남자축구보다 먼저 우승을 차지할 수 있다"던 말이 그대로 실현됐다.

그러나 그 영광은 채 1년을 가지 못했다. 아직 성인 여자축구의 기반이 탄탄하지 못해 아시아권 경쟁에서 밀려 2011년 FIFA 여자 월드컵 본선과 2012년 런던 올림픽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 특히 2011년 FIFA 여자 월드컵에서는 일본이 우승을 차지하는 장면을 부럽게 지켜봐야만 했다.

▲ 한국 여자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인천 아시안게임 북한과 준결승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기쁨을 나누고 있다. 한국 여자축구는 비롯 북한에 졌지만 동메달을 따내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사진=스포츠Q DB]

하지만 2010년 어린 선수들이 성인 대표팀의 주축이 되면서 재도약 기회를 맞았다. 지난해 동아시아선수권에서 일본을 꺾음으로써 경쟁력을 확인했고 올해 열린 아시안컵에서 3위에 올라 당당하게 내년 FIFA 여자월드컵 본선 티켓을 따냈다.

또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북한과 대등하게 맞선 끝에 아쉽게 지긴 했지만 광저우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동메달을 차지, 다음 대회 정상 등극이라는 목표에 재도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지소연(23)과 박은선(29)의 해외 진출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그동안 일본에서 활약해왔던 지소연은 잉글랜드 첼시 레이디스로 이적해 주전으로 활약했다. 데뷔 시즌부터 맹활약하며 팀을 리그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박은선 역시 러시아 리그 로시얀카로 이적, 주득점원이 됐다. 두 선수 모두 소속팀에서 아시안게임 대표팀 차출을 꺼렸을 정도로 탄탄한 주전 자리를 꿰차고 있다.

◆ WK리그의 힘 "내년 FIFA 월드컵 우승까지 노린다" 자신만만

현대제철의 우승 현장에는 여자축구대표팀 선수들의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다. 현대제철은 아시안컵 뿐 아니라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수 8명을 배출한 WK리그의 최고 명문팀으로 발전했다.

정설빈은 우승 소감에서 "나 혼자만의 활약에 대해 점수를 준다면 80점이지만 전체 선수들과 함께 이뤄낸 업적에 대한 점수는 90점을 매기고 싶다"며 "아시안컵을 통해 월드컵 본선 티켓도 땄고 아시안게임에서 메달도 획득했다. 남은 10점은 목표로 했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지 못했기 때문에 제한 것"이라고 말했다.

▲ 인천 현대제철과 고양 대교 선수들이 20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WK리그 챔피언결정 2차전에서 치열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이어 정설빈은 "아시안게임에서도 멋진 골을 넣었고 소속팀에서도 정상으로 이끄는 1차전 결승골을 넣어 나름대로 뜻깊은 한 해가 된 것 같다"며 "대표팀에서 동메달을 딴 이후 리그까지 좋은 에너지와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조소현은 "내년 여자 월드컵에서는 맨 위까지 바라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경쟁팀들의 전력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아시안게임을 치르면서 느끼는 것이 많았다. 특히 모든 선수들이 아시안게임 이후 자신감을 얻는 등 많은 것이 변했음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런 힘의 원천은 역시 WK리그다. 2009년 출범한 WK리그는 올시즌 여섯번째를 맞아 지역연고제를 부분적으로 시범적으로 실시하면서 더욱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최인철 감독은 WK리그의 경쟁력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최 감독은 "올해 초 스페인 전지훈련을 통해 클럽과 경기를 해봤는데 실력에서 대등했다. 유럽의 몇몇 클럽은 선수들이 투잡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한국은 WK리그에서 축구에만 열중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도 경쟁력이 있는 리그"라고 말했다.

또 지소연은 WK리그 챔피언결정전을 지켜보면서 "첼시와 경기해도 대등할 것 같다"고 말했고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 축구 종목 심판으로 파견된 후이징가 배리 해롤드(네덜란드)도 경기를 보면서 "상당히 수준이 높다. 네덜란드와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고 오히려 더 터프하다"고 엄지를 치켜 올릴 정도였다.

▲ 한국 여자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인천 아시안게임 북한과 준결승전을 마친 뒤 관중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한국 여자축구는 올해 FIFA 여자 월드컵 본선 진출과 아시안게임 동메달 획득의 성과를 올리며 25년째를 맞이하는 내년 도약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사진=스포츠Q DB]

한국여자축구연맹은 내년 WK리그의 지역연고제를 확실하게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이럴 경우 연고지 팬들의 숫자가 늘어날 수 있게 돼 WK리그 경기가 열릴 때마다 텅 비는 현상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고제가 정착되면 연고지의 팬들이 서포터스를 구성해 경기장을 찾을 수 있는 명분과 기회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내년 25년째를 맞이하는 한국 여자축구는 이제 또 다른 25년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새로운 25년의 시작은 역시 내년 캐나다에서 열리는 FIFA 여자 월드컵이다. 한국 여자축구가 첫 25년을 통해 걸음마를 떼고 세계와 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면 또 다른 25년은 전세계 어느 나라와도 대등하게 맞붙을 수 있는 탄탄한 실력을 갖추는 기간이 될 것이다.

2015년 대도약을 꿈꾸는 한국 여자축구에게 2014년은 자신감과 가능성을 본 한 해가 됐다.

tankpark@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