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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근황] 얼음 위 '여성 포청천' 김수연 국제심판이 본 스피드스케이팅 아시안게임 쾌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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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근황] 얼음 위 '여성 포청천' 김수연 국제심판이 본 스피드스케이팅 아시안게임 쾌거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7.02.24 1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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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여성심판으로 벌써 10년차, 동계아시안게임 첫 여성심판 활약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지난 22일에 하루에 애국가가 3번이나 울리는데 같은 빙상인으로 뭉클하더라고요."

일본 삿포로와 오비히로에서 열리고 있는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스피드스케이팅 판정을 맡았던 김수연 국제 심판은 벌써부터 내년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 있다. 이승훈(대한항공)이 남자 스피드스케이팅에서 4관왕에 오르는 등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스타터로 현지에 파견된 제갈성렬 감독을 비롯해 김수연 심판까지 뿌듯해졌다.

▲ 김수연 심판은 한국 최초 스피드스케이팅 여성 심판으로 활약하며 '여성 포청천'으로 유명하다. 벌써 심판 10년차를 맞은 김수연 심판은 한국 최초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판정을 맡은 여성심판이 됐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사진= 김수연 심판 제공]

김수연 심판은 학창시절 쇼트트랙 선수로 활약했다. 초등학교 2학년이던 1980년부터 1996년까지 16년 넘게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 등 빙상 선수로 뛰면서 학교와 스케이트장만이 그의 전부였다.

현역에서 은퇴한 뒤 김수연 심판은 선수 경험이 있는 빙상인으로서 대한민국 빙상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스피드스케이팅 심판 자격증을 땄다. 2008년부터는 대한민국 최초 여성심판으로 임명됐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공식 심판으로 국내 최초로 국제경기 레프리로 선정된 여성심판이 된 김수연 씨에게 올바르고 엄격한 판정은 생명과도 같다. 그의 이런 똑부러진 판정에 마음의 갈등이 있었던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2015년 10월이었어요. 이상화(강릉 스포츠토토) 선수가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했을 때였는데 취재진과 관중석들의 이목이 집중된 경기였죠. 그런데 이상화가 500m 2차 레이스에서 암밴드가 흘러내리자 손으로 던져버리는거예요. 순간 별 생각이 다 들었죠."

어쩌면 세계적인 기량을 갖고 있는 이상화이기에 한번 눈 딱 감으면 그만일 수도 있었다. 취재진도 이상화의 '돌발행동'을 눈치채지 못하고 전광판에 1등 기록이 찍힌 것만으로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고 있었다.

"몸이 떨려왔지만 그래도 저는 심판이잖아요. 무전기로 본부석에 '이상화 선수, 암밴드 규정 위반으로 실격처리합니다라고 통보했죠. 그렇게 이상화가 실격이 된 거예요."

김수연 심판은 이런 똑 부러진 판결 능력을 인정받아 한국 여성 심판으로는 최초로 동계아시안게임 심판을 맡았다. 직접 동계아시안게임 심판을 맡으며 이승훈의 4관왕 등극을 직접 지켜봤다. 여자부는 일본세에 밀려 다소 부진했지만 14개의 금메달 가운데 6개를 가져오며 홈 이점을 안은 일본(7개)에 이어 가장 많은 금메달을 따냈다.

▲ 김수연 심판은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스포츠 매니저로 뽑혀 더욱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됐다. 사진은 지난해 태릉 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ISU 세계 스프린트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에서 ISU 관계자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는 김수연 심판. [사진= 김수연 심판 제공]

김수연 국제 심판의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은 끝났지만 앞으로 1년이 더 바쁘다. 지난달 17일에는 평창 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조직위원회 소속 스피드스케이팅 스포츠 매니저로 뽑혀 내년 평창 올림픽을 기다리고 있다. 또 김수연 심판은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아 스포츠경영학 박사학위를 일찌감치 취득, 동국대와 성신여대에 출강하고 있기도 하다.

차가운 얼음처럼 냉정하게 모든 것을 판정하는 '얼음 위 포청천'이지만 빙상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늘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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