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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 재계약, 레알 아닌 발렌시아서 '제2의 다비드 실바'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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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 재계약, 레알 아닌 발렌시아서 '제2의 다비드 실바'를 꿈꾼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7.03.01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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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슛돌이’ 이강인(16)의 선택은 레알 마드리드가 아닌 발렌시아였다. 레알과 맨체스터 시티의 깊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던 ‘슛돌이’ 이강인이 재계약을 통해 발렌시아 잔류를 택했다.

현지 다수 언론에 따르면 레알과는 이적 협상이 꽤 진전됐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가레스 베일, 카림 벤제마 등 스타 플레이어들이 즐비한 레알은 축구선수라면 누구나 꾸는 ‘드림 클럽’이다. 그럼에도 이강인은 재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스페인 발렌시아 지역 매체 코페 발렌시아는 1일(한국시간) 이강인의 재계약 소식을 알렸다. 이강인은 2019년 6월까지 발렌시아의 유니폼을 입고 뛴다. 이강인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인증 사진을 올려리며 재계약 사실을 공개했다.

▲ 이강인이 1일 발렌시아와 재계약을 맺었다. 계약 기간은 2019년 6월까지 이어진다. [사진=이강인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레알을 버리고 이강인이 발렌시아와 재계약을 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레알에 가면 보다 좋은 시설에서 뛰어난 지도자들과 선수들을 보며 더욱 빠르게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기는 하다. 다만 이강인의 머릿속을 가장 복잡하게 만들었던 단어는 ‘기회’였던 것으로 보인다.

레알과 맨시티의 깊은 관심에도 우려의 시선이 있었던 이유다. 과연 세계적인 빅클럽에서 이강인이 얼마나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겠냐는 것.

그 근거는 레알의 선수 구성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팀을 대표하는 얼굴들인 호날두와 벤제마, 베일, 하메스 로드리게스, 토니 크로스, 루카 모드리치, 마르셀루, 세르히오 라모스는 모두 외부 영입 자원이다. 그나마 유스 시스템에서 키워낸 선수인 나초 페르난데스와 다니엘 카르바할 등도 수비수에 국한된다.

물론 레알 유스 출신으로서 대성한 선수들도 있다. 라울 곤살레스, 이케르 카시야스, 호세 마리아 구티 등. 문제는 모두 과거의 인물들이라는 것이다. 최근 유스 시스템에서 1군 팀의 핵심으로 거듭난 선수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한 점이 이강인의 재계약 결정에 큰 영향을 끼쳤을 터.

반면 발렌시아는 다비드 실바(맨시티), 이스코(레알) 등을 키워낸 탄탄한 유스 시스템을 자랑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성공작으로 꼽히는 실바는 이강인과 접점이 많은 선수다. 왼발의 미드필더, 타고난 패스 센스, 유려한 드리블 등. 롤 모델로 삼기에 이보다 적합한 인물도 없다.

▲ 이강인(왼쪽)은 발렌시아에서 출전 기회를 보장받으며 '제2의 다비드 실바'로 성장할 수 있을까. [사진=이강인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14세 때 처음 발렌시아 유니폼을 입은 실바는 2군을 거쳐 2004년 18세의 나이로 처음 1군 무대를 밟았다. 에이바르와 셀타 비고에서 잠시 임대 생활을 한 뒤 2006년 복귀해 팀을 대표하는 에이스로 성장한다. 2007~2008 코파 델 레이 우승 트로피를 팀에 안기더니 스페인 대표팀에 합류해 유로 2008 우승컵을 들어올린다. 발군의 실력은 물론이지만 그만큼 많은 기회가 부여됐기에 가능한 성과이기도 했다.

맹활약을 이어가던 실바는 2010년 리버풀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레알 등의 치열한 영입전에서 맨시티행을 택했다. 현재 맨시티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전력이다.

이강인은 이번 재계약으로 기회 보장에 대한 확실한 도장을 찍었다. 코페 발렌시아에 따르면 이강인은 조만간 후베닐B(18세 이하 팀)으로 올라가고 빠르면 2018~2019시즌 발렌시아 메스타야(2군)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할 예정이다.

레알에서 같은 조건을 내걸었다고 하더라도 현실의 벽은 높을 수밖에 없다. ‘슈퍼 탤런트’라고 평가받은 마르틴 외데가르드가 크로스, 모드리치, 카세미루, 이스코 등 치열한 경쟁 상대들에게 밀려 1군에서 기회를 얻지 못해 네덜란드 헤렌벤으로 임대 이적된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레알 이적이 아닌 발렌시아와 재계약을 선택한 이강인의 용단이 제2의 실바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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