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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12등 투수'였던 롯데자이언츠 배장호, 절친 김문호처럼 비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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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12등 투수'였던 롯데자이언츠 배장호, 절친 김문호처럼 비상할까?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7.06.12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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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12등 투수만 하다 끝날 건 아니잖아. 1등 투수가 될 때까지 앞만 보고 달려’

2009년 7월 25일 스물 두 살의 사이드암 투수 배장호는 자신의 미니홈피에 이런 글을 남겼다. 비록 지금은 주목받지 못해 엔트리에 있는 투수들 중 꼴찌이지만, 계속 노력해서 1등이 될 거라는 다짐이었다.

▲ 배장호가 11일 울산 두산전에서 구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이 글 말고도 배장호는 당시 자신의 미니홈피에 깔끔한 문장의 감성적인 글을 올려 롯데 팬들로부터 ‘배작가’라는 별명을 얻었다. 물론, 이때 작가는 ‘불을 지르는’ 작가와는 다른 의미. 2009년 32경기에서 2승 1패 2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4.15로 잘 던진 배장호는 이듬해에도 51경기나 중용되며 4강을 조준한 거인군단 허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하지만 2011시즌 8경기 출장에 그친 그는 군 복무 이후에도 많은 경기에 등판하지는 못했다. 지난해 성적은 19경기 승패 없이 1홀드 평균자책점 3.80. 아쉬움이 남을 법했다.

절치부심의 심경으로 맞이한 2017시즌. 이제 그의 나이도 어느덧 서른이 됐다. 선발이든 불펜이든 이제는 자리를 잡아야 할 때가 된 것.

마침 롯데 마운드에 옆구리 투수 품귀현상이 발생했고 당초 1군 즉전감이 아니었던 배장호가 중용되기 시작했다.

원 포인트 릴리프와 셋업맨, 롱릴리프 등 보직을 가리지 않고 마운드에 오른 배장호는 지금까지는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다. 배장호는 올 시즌 팀 불펜진 중에서 가장 많은 33⅓이닝을 던졌다. 3승 1홀드를 챙기며 평균자책점 3.51로 준수한 성적을 냈다. 이닝 당 주자허용률(WHIP)도 1.29로 괜찮은 편이다.

▲ 배장호는 프로 입단 후 굴곡 있는 선수생활을 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11일 울산 두산 베어스전에서는 갑작스러운 등판 속에서도 호투를 펼쳐 팬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았다.

롯데 두 번째 투수인 장시환이 ‘헤드샷 퇴장’을 당해 긴급하게 마운드에 올랐지만 단 한 점도 내주지 않고 자신의 임무를 다했다. 2⅔이닝 동안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한 배장호는 팀의 7-4 역전승을 이끌며 시즌 3승째를 품에 안았다. 최근 2경기 4이닝 무실점.

올 시즌 속구 평균구속은 시속 134.8㎞에 불과하지만 슬라이더와 커브, 체인지업, 싱커 등 다양한 레퍼토리로 타자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오직 그만 롯데 불펜에서 옆구리 투수라는 점도 이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 배장호의 프로 입단 동기 김문호. [사진=스포츠Q DB]

데뷔 후 자신의 한 시즌 최다경기 출장을 향해 전진하고 있는 배장호. 그에게는 힘이 될 수 있는 ‘롤모델’이 있다. 바로 프로 입단 동기인 외야수 김문호. 자신처럼 만년 유망주에 머물러 있다가 최근 3년 연속으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타율 0.325, 171안타로 커리어 하이를 쓴 김문호의 올 시즌 성적은 타율 0.297에 13타점. 같은 길을 걸었던 절친을 보며 힘을 얻는다면 배장호도 여기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때 자신에게 ‘12등 투수’라는 수식어를 달았던 배장호. 하지만 부단한 노력 끝에 다시 1군 주요 전력이 됐다. 이제 배장호가 스스로에게 1등 투수의 칭호를 달아줄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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