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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포트] '슈돌'·'싱글와이프'·'추블리네가 떴다', 가족예능의 불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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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포트] '슈돌'·'싱글와이프'·'추블리네가 떴다', 가족예능의 불편함
  • 이은혜 기자
  • 승인 2017.09.29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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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이은혜 기자] 바야흐로 가족 예능의 전성시대다.

TV를 켜면 연예인의 부모나 자녀들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 시대다. 우리는 연예인 뿐 아니라 그들의 자녀가 어떻게 생활하는지, 심지어 그들이 만나는 연인이 어떻게 생겼고, 어디에 살고 있고, 무슨 일을 하는지도 알 수 있는 ‘TMI'(Too Much Information) 시대에 살게 됐다.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 [사진= KBS 제공]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TMI'는 너무 과한 정보라는 뜻으로 알고 싶지 않은 정보를 알게 된 상황에서 사용된다. 최근 다양한 유형으로 방송되고 있는 가족 예능 내용이야말로 ’TMI' 그 자체라고 평가 받고 있기도 하다.

‘아빠 어디가’를 시작으로 불기 시작한 방송가 육아 예능 열풍은 포맷과 출연자의 연령대가 변화하며 가족 예능으로 진화했다. 지상파 3사(KBS, MBC, SBS)를 중심으로 시작된 가족 예능 열풍이 ‘슈퍼맨이 돌아왔다’, ‘오 마이 베이비’, ‘아빠를 부탁해’, ‘자기야’, ‘살림남’, ‘미운 우리 새끼’ 등으로 다변화 되는 과정을 거쳐 왔다.

지상파의 가족 예능 러시에도 불구하고 이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한동안 내 놓지 않던 케이블채널과 종합편성채널 역시 최근 ‘가족 예능 만들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tvN ‘신혼일기’·‘둥지탈출’, E채널 ‘내 딸의 남자들’·‘별거가 별거냐’, MBN '한 지붕 네 가족‘, 채널A ’아빠 본색‘, JTBC '나의 외.사,친’ 등이 그 예다.

SBS '추블리네가 떴다' [사진= SBS 제공]

물론 현재 방송되고 있는 가족 예능들 역시 각자 특성은 있다. ‘슈돌’과 ‘추블리가 돌아왔다’ 정도의 프로그램만 육아 예능으로 남아 있고, 부부 일상을 조명하는 ‘별거가 별거냐’ ‘신혼일기’ ‘동상이몽2’ ‘싱글와이프’, 연예인들이 자녀들의 생활을 관찰하는 ‘둥지탈출’ ‘내 딸의 남자들’ ‘나의 외.사.친’, 연예인 일상을 비연예인 가족이 관찰하는 ‘미운 우리 새끼’ 등 각자의 특성과 포맷을 유지하고 있다.

화제성 유지와 수익 창출 등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방송국은 ‘시청자의 니즈’를 충족시키거나 ‘시청률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유행 아이템들을 적극적으로 갖다 사용할 수밖에 없다. 과거 ‘무한도전’이 엄청난 인기를 자랑하던 시절 각 방송사 예능이 ‘리얼 버라이어티’ 형식의 프로그램으로 도배됐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또 가족 관찰 예능의 경우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장소 섭외와 특별한 미션 제공이 필요 없다. 이러한 점은 매회 다른 연예인을 섭외해야 하는 토크쇼, 무대를 만들거나 독특한 미션 등을 준비해야 하는 다른 예능 프로그램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촬영 자체가 수월하고 제작비가 절감된다는 장점을 갖는다. 

경제적인 효과 측면에서 따지자면, 방송사 입장에서 가족 예능은 ‘저비용 고효율’의 효자 프로그램인 것이다.

그러나 ‘가족 관찰 예능’이라는 큰 틀에 묶인 예능 프로그램들의 수가 많아지면서 시청자들에게 피로감을 유발하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tvN '둥지탈출' [사진= tvN 제공]

연예인과 그 2세들이 등장하는 프로그램은 일반 가정의 부모와 자식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한다는 지적을 계속해서 듣고 있다. 어떤 프로그램들은 여전히 가부장적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출연자들의 자극적 발언으로 논란을 겪거나, 요즘 20대들은 누구나 겪는 과정을 엄청난 고생으로 포장하며 또래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 가족 예능 프로그램이 상대적 박탈감을 조장한다는 지적의 글들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가족 관찰 예능 관련 논란은 최근 ‘연예인 세습 논란’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연예인 부모님과 함께 자연스럽게 방송에 노출된 후 연기자 데뷔 선언을 하고 드라마 주, 조연급으로 나서거나 연예 기획사 연습생으로 발탁되는 경우가 늘면서 금수저 논란으로 비화되기도 한다.

이외에 많은 시청자들은 연예인 가족 예능의 포맷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연예인 자녀의 연인’까지 소개되고 이들의 일상이 중심이 되는 예능 등장에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타사 가족 예능과 차별화를 하기 위해 선택한 ‘연예인 자녀의 연애’ 포맷이 시청자들에게는 말 그대로 ‘TMI' 프로그램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 예능 프로그램의 등장과 포맷 변화 등에 대해 한 방송 관계자 A씨는 “방송가의 트렌드라고 생각한다. 토크쇼나 리얼 버라이어티가 유행했을 때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있었다. 화제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무난한 시청률이 유지되니 방송이 계속되는 것이고,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채널 '내 딸의 남자들' [사진= '내 딸의 남자들' 공식홈페이지]

또 다른 방송 관계자 B씨는 “트렌드라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니 다른 포맷의 프로그램이 쉽게 시작될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프로그램 선택 폭이 좁아진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시청자 뿐 아니라 방송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 어쨌든, 다양한 콘셉트의 프로그램들을 선보이고 시청자가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 모습 아니겠냐”며 진한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방송국이 인기 있는 포맷의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현재 방송되고 있는 가족 예능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과한 사생활 노출이나 PPL 등을 통한 작위적인 장면들, ‘리얼’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선을 넘는 발언들과 행동들로 인해 적잖은 문제를 낳고 있다.

크고 작은 논란의 불씨를 제공하고 있는 연예인들의 가족 예능이 언제까지 이 인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그리고 현재의 위기와 논란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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