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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K리그 축제에서 빛난 '꽃보다 노장4', 나이테도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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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K리그 축제에서 빛난 '꽃보다 노장4', 나이테도 축복이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2.01 2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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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 최초 세번째 MVP 등극, 44세 김병지 전경기 출장 특별상...차두리 현영민 베테랑 가치 주목

[스포츠Q 박상현 기자] 현대오일뱅크 2014 K리그가 끝났다. 오는 3,6일 경남과 광주의 승강 플레이오프가 남아있긴 하지만 전북 현대의 3년만의 우승과 대전의 K리그 챌린지 정상 등극에 따른 자동 승격 등으로 올시즌 K리그를 결론지어진다. 그런만큼 한 시즌을 마감하는 일종의 '마지막 파티'인 K리그 대상 시상식은 선수와 팬을 나눌 것도 없이 하나가 되는 축제 한마당이다.

그런데 올 시즌은 뭔가 특별하다.

역대 K리그에서 올 시즌만큼 노장들이 대활약한 적이 있었을까. 전북에서는 이동국(35)과 김남일(37)이 맹위를 떨쳤고 FC 서울에서는 차두리(34)가 '차미네이터의 귀환'이라고 말해도 될 정도로 맹활약했다.

또 전남에는 축구선수로는 환갑을 훌쩍 넘긴 44세의 김병지가 있다. 전남에는 왼쪽 풀백으로 활약하는 현영민(35)이 있었고 경남에서는 진경선(34)이 맹활약했다. 모두 1990년대 또는 2000년대 초반부터 K리그를 굳게 지켰던 선수들이다.

특히 K리그 최고참 김병지와 영플레이어상을 받은 김승대(23·포항)는 무려 21년차가 난다. 김병지가 일찍 결혼했더라면 아들뻘 선수들과 뛰는 것과 다름없다. 김병지가 프로에 데뷔한 해는 김승대가 갓난아기였던 1992년이었다. 그럼에도 끝까지 현역으로 뛴다.

그래서인지 이번 대상 시상식은 노장들의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간 듯 보였다. 사회에서는 조금만 나이가 들어도 명예퇴직 등으로 밀려나지만 이들은 자신들만의 경쟁력으로 실력이 우선하는 K리그 프로무대에서 주전 자리를 끝까지 지키고 있다.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전남 골키퍼 김병지가 1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2014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전경기 출장으로 특별상을 수상하고 있다.

◆ 김병지 "지금까지 뛰는 것은 어떻게 보면 축복"

"조금만 기량이 저하돼 경쟁력이 떨어지면 강제로 퇴출되는 시기 아닌가. 그렇게 보면 나나 (이)동국이나 참 행복한 선수 같다. 지금까지 팬들의 사랑을 받고 뛰는 것은 축복이다."

1992년 울산 현대를 통해 데뷔한 뒤 올해까지 벌써 23시즌을 소화한 김병지는 감회가 남달랐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38경기 전 경기에 나와 이날 대상 시상식에서 특별상을 받았다.

지난달 22일 상주와 홈경기에서 44세 7개월 14일로 최고령 출전기록까지 세운 K리그 산증인이다.

1990년대 그리고 2000년대초 '꽁지머리'로 장난기 어린 동안(童顔)에는 어느새 주름살이라는 세월의 나이테가 그어져 있었지만 여전히 김병지는 전남의 주전 수문장이다.

김병지는 "이제 내 나이쯤 되면 지도자가 내심 고민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아직까지 선수로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당장 은퇴할 생각은 없다"며 "지금 컨디션을 보면 2~3년은 더 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올 시즌까지 K리그에서 679경기를 출전했기 때문에 김병지의 계획대로라면 2015 시즌에는 700경기 돌파가 유력하다. 김병지가 한 해를 더해 4년을 더 뛴다면 800경기 출장까지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 때면 김병지는 우리나라 나이로 49세가 된다. 그 때까지 할 수 있을지는 오직 김병지만 안다.

김병지는 "선수로서 더 뛰고 안 뛰고를 결정하는 것은 명분인 것 같다"며 "그 명분이라는 것도 여러가지 형태로 나올 수 있다. 이전에 (차)두리가 열정을 얘기했는데 그것도 하나의 명분이다. 선수로서 더 뛰겠다는 열정이 없다면 명분도 사라지는 것이고 그럼 더 뛸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김병지는 "동국이도 그렇고 두리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행복한 선수들"이라며 "남들은 기량이 떨어져 쫓겨나는데 우리는 그만두고 아니고를 선택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오직 실력이 있는 자가 살아남는 시대에 이는 상당한 축복"이라고 기뻐했다.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전남 현영민이 1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2014 K리그 대상 시상식 직전 개별 인터뷰 때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현영민은 이날 K리그 클래식 수비수 부문 베스트 11에 들었지만 아쉽게 선정되지 못했다.

◆ 현영민 "대표에 대한 열망은 은퇴하는 날까지"

현영민은 K리그 대상 시상식 K리그 챌린지 왼쪽 풀백 베스트 11 후보에 들었다. 경쟁자는 홍철(24·수원 삼성)과 이주용(22·전북 현대)이었다. 모두 자신보다 10년 이상 어린 선수들이다. 30대 초반의 선수라면 풍부한 경험만으로 충분한 경쟁이 될 수 있겠지만 현영민 역시 어느새 마흔이 가까워지고 있다. 20대 초반의 혈기 왕성한 선수와 경쟁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바꿔서 말하면 현영민 역시 나이를 잊고 전남의 왼쪽 풀백으로 맹활약했다는 얘기다.

현영민은 "기록만 놓고 보면 수상 가능성이 100%인 것 같은데 언론사 투표로 뽑는 것이라 자신이 없다"고 되뇌였다. 그의 걱정은 그대로 적중했고 수상의 영예는 홍철에게 돌아갔다. 개인 기록을 좋았지만 아무래도 팀 성적과 기록을 모두 놓고 평가하는지라 준우승팀 수원의 왼쪽 풀백인 홍철에 대한 프리미엄이 더 붙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현영민은 10년 이상 어린 후배들과도 당당하게 경쟁할 정도로 자신감을 갖고 있다. 그의 경쟁력은 대표팀 선수에 대한 열망을 아직까지 품을 정도다.

현영민은 "박주호(27·마인츠)도 있고 김진수(22·호펜하임)도 있다. 윤석영(24·퀸즈파크 레인저스)도 소속팀에서 더 경험을 쌓다보면 대표팀 부동의 왼쪽 풀백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나 역시 대표 선수로 뛰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선수라면 은퇴하는 그 순간까지 대표팀 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살아있는 선수'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현영민의 목표는 일단 350경기에 출전하는 것. 2002년 울산을 통해 데뷔한 뒤 어느새 348경기를 뛰었다. 내년 2경기만 더 뛰면 350경기를 채운다. 그리고 400경기 출전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 K리그 클래식은 보통 38라운드로 이뤄져있기 때문에 52경기를 채우려면 2년의 시간이 걸린다.

현영민은 "그래도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할 일"이라며 "욕심을 부려보자면 앞으로 3년 정도인 것 같다"고 밝혔다. 3년이면 전 경기를 출전할 경우 114경기를 뛸 수 있다. 3년 동안 102경기만 뛴다면 400경기가 아니라 450경기 출전도 가능하다.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FC 서울 차두리가 1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2014 K리그 대상 시상식 K리그 클래식 수비수 부문 베스트 11에 선정된 뒤 수상소감을 밝히고 있다.

◆ 차두리 "현역 마지막에서야 차범근 아들 인정받아"

이날 대상 시상식에서 이동국과 함께 가장 '핫'한 선수를 꼽자면 단연 차두리다. 차두리는 이날 시상식에서 득점왕 산토스(29·수원 삼성)과 함께 MVP 후보에 들었다. 물론 MVP는 이동국에게 돌아갔지만 차두리는 오른쪽 풀백 베스트 11에 당당하게 선정됐다.

차두리가 K리그에 들어와 개인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차두리는 "한국에서 축구 선수로 뛰면서 차범근의 아들로 인정받기 힘들다. 처음으로 비로소 아들로 인정받은 것 같다"는 수상 소감을 전했다.

차두리는 올 시즌 '차미네이터의 리턴즈'라는 찬사를 받을 정도로 맹활약했다. 30대 중반이라는 나이가 무색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당시 상대 선수들을 벌벌 떨게 만들었던 폭발적인 오버래핑만 못했지만 수원과 슈퍼매치에서는 4년 전에 버금가는 폭발적인 활동량을 보였다.

또 울리 슈틸리케(60)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에도 두 차례나 포함돼 오른쪽 풀백을 책임졌다. 차두리는 슈틸리케 감독 부임 전인 지난 9월부터 3개월 연속 대표팀에 포함되며 후배 선수들을 다독거리면서도 자신보다 10년 가까이 어린 후배들과 당당하게 주전경쟁을 한다.

이날 차두리는 또 한번의 '폭탄발언'을 했다. 아시안컵이 대표팀 선수로서 마지막 대회라는 것이다. 그리고 차두리는 또 한 마디를 잊지 않았다. "이번 아시안컵은 우승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것이다.

물론 차두리는 아시안컵을 통해 대표팀 은퇴를 하지만 소속팀 서울에서는 계속 뛸 계획이다. 서울이 힘겹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티켓까지 거머쥔 만큼 기필코 아시아 클럽 정상에 서겠다는 욕심이다.

차두리는 "열정이 없으면 더 현역으로 뛸 이유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차두리는 아시안컵과 AFC 챔피언스리그로 식을뻔했던 열정이 되살아났다. 차두리의 현역 마지막 순간은 다가오지만 열정은 훨훨 불타오르고 있다.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전북 현대 이동국이 1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2014 K리그 대상 시상식 K리그 클래식 MVP로 뽑힌 뒤 소감을 말하고 있다.

◆ 이동국 "최강희 감독은 마흔까지 남으라고 한다"

역시 이날 하이라이트는 이동국이다. 이동국은 K리그 최초로 세번째 MVP에 선정됐을 뿐 아니라 팬타스틱 플레이어와 공격수 부문 베스트 11에 선정됐다. 마지막 경기에서 산토스에게 추월을 허용하지 않았더라면 득점상까지 4관왕에 오를 수 있었다.

이동국은 이날 팬투표로 가려진 인기선수인 팬타스틱 플레이어상을 받으면서 "욕을 가장 많이 먹는 선수에서 가장 찬사를 많이 받는 선수가 됐다. 내년에도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35세의 이동국에게 '더 열심히'라는 말은 어쩐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지금 그대로의 모습만 보여줘도 이동국이라는 이름 세 글자는 K리그 레전드가 되기에 손색이 없다.

이동국은 서른다섯 나이를 신경쓰지 않는다. 나이가 많다는 것이 결코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프로는 오직 실력으로만 말하기 때문이다.

이동국은 "나이가 많아졌다고 해서 설렁설렁 뛸 수는 없는 것이다. 오직 실력으로 평가받는 프로"라며 "아직 마흔이 되지 않았다. 최강희 감독님은 마흔까지 함께 뛰자고 말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마흔이 우리나라 나이 기준이라면 2018년까지 네 시즌을 더 뛰게 된다. 지난해에 이어 올 시즌도 13골을 넣었으니 지금 이대로만 유지한다면 200골 달성도 기대된다. 도움도 61개이기 때문에 평균 5개씩만 더해도 80도움을 올릴 수 있다. '70(골)-70(도움)클럽'에 이어 '80-80'까지도 가능하다.

이동국은 그러면서도 최강희 감독에게 깊은 감사를 전했다. 이동국은 "최강희 감독님은 평생을 두고 은혜를 갚아드려야 한다"며 "내가 진 빚이 너무 많다. 평생을 모시면서 두고두고 갚아도 모자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노익장' 뒤에는 최강희 감독이 있다는 얘기다.

또 이동국은 김병지에 대한 감사함도 전했다. 44세 김병지가 지금까지 현역으로 뛰면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귀감이 된다는 것이다. 훌륭한 선배가 있기 때문에 자신이나 김남일(37) 등도 오랜 기간 현역으로 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동국은 끝으로 팀 선배 김남일에 대한 감사함도 잊지 않았다.

이동국은 MVP를 받은 뒤 수상 소감에서 "오늘 시상식에서 김남일 선수가 오지 않았는데 팀에서 중심을 잡아줬기 때문에 우승을 할 수 있었다"며 "이 자리를 빌려 감사 인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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