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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초점] LG트윈스 '고독한 베테랑' 박용택, KIA판-세대교체에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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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초점] LG트윈스 '고독한 베테랑' 박용택, KIA판-세대교체에 답하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7.12.14 0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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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주현희 기자] 4년만의 영광, 지명타자로는 첫 번째 골든글러브였지만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 LG 트윈스 베테랑 박용택(38)의 이야기다.

1979년생.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마흔. 불혹의 나이에 홀로 시상식 무대에 오른 것이 기쁘면서도 한편으론 씁쓸했다. 8년 만에 통합 우승을 차지하며 5개의 황금장갑을 휩쓸어간 KIA 타이거즈를 보는 마음은 부러움과 독기로 가득 찼다.

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개최된 2017 타이어뱅크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 박용택은 LG의 유일한 골든글러브 수상자였다. 포수 유강남, 유격수 오지환이 각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극소수의 표를 받는데 만족해야 했다.

 

▲ 박용택이 13일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지명타자 부문 수상자로 무대에 올라 수상 소감을 전하고 있다.

 

시상식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박용택은 “예전엔 시상식에 자주 다니면서 의상을 따로 마련했었는데 이제는 그럴 기회가 줄며 빌려 입게 되더라”고 너스레를 떨며 “처음엔 (수상 가능성을) 반반 정도로 예상했는데 기사가 나오는 것을 보니 52% 정도는 가능성이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고 특유의 입담을 자랑했다.

그러나 이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팀 상황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LG는 세대교체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용택은 “나 혼자 이런 곳에 온다는 것 자체가 LG가 바른길을 걷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라며 “후보 친구들이 안 온다고 하는 걸 (유)강남이만 데려왔다. 상은 못 받더라도 와서 수상자들을 지켜보면 부럽고 비참하기도 하다. 오히려 독기를 품고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유강남과 동행한 사연을 공개했다.

후배들의 발전을 독려한 것이다. 시상대에 오른 박용택은 다시 한 번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KIA의 우승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요즘 시상식장을 보면 온통 KIA 판이더라. 너무 부럽다”며 “내년 시즌 LG 동생들이 후보에 10명 정도 올라올 수 있도록 좋은 팀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LG는 최근 몇 년간 외부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한 베테랑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을 꾸렸다. 오랫동안 연이 끊겼던 가을야구에 진출하기도 했지만 세대교체에는 독이 됐다.

 

▲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의 박용택(윗줄 오른쪽 끝)은 녹슬지 않은 기량으로 당당히 최고 지명타자로 이름을 올렸지만 팀에서 자신만이 수상자가 된 현실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표했다.

 

결국 2015년 말 팀의 간판이었던 이진영을 2차 드래프트로 내놨고 올 시즌을 마치고는 더욱 매서운 변화의 바람이 일었다. 손주인과 이병규를 40인 외 명단으로 풀어 2차 드래프트에서 삼성 라이온즈,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시켰다. 정성훈은 방출했다. 냉철하다 못해 가혹할 정도의 선수단 정리로 팬들의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든든했던 베테랑 동료들이 하나 둘 떠나며 박용택은 외로운 처지가 됐다. 다음 시즌 주장이 유력한 상황이다. 박용택은 “주장 후보로 나와 정성훈, 손주인, 이병규가 후보로 이름을 올렸었다”고 한숨을 내쉬며 “후보를 바꾸든 해야 하는데”라고 씁쓸함을 나타냈다. 좋든 싫든 꼼짝 없이 차기 주장을 맡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이어 “(이)진영이도 가고 (정)성훈이까지 나가면서 적응이 됐다. 마음이 참 그렇다(씁쓸하다)”면서도 “예전에 (이)호준이 형이 베테랑은 아프지도 다치지도 말아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게 정답이다.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몸이 가장 중요하다”고 더욱 무거워진 베테랑의 책임감을 강조했다.

세대교체는 필요하지만 그 자신의 자리를 쉽게 내줄 마음은 추호도 없다. 박용택은 “요즘 10개 구단 분위기가 좀 더 젊고 어린 친구들이 많이 나오는 분위기”라며 “내년 한국 나이로 마흔이다. 불혹은 그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 나이라고 하는데 흔들림 없이 LG를 잘 이끌어 팬 여러분께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올 시즌을 LG는 6위에 머물러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베테랑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했고 아직 외국인 선수 계약도 마무리 짓지 못했다. 팀이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개인 트로피를 받아든 박용택의 시선은 벌써 내년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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