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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재민이'부터 '삼둥이'까지, 육아 예능 겉과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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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재민이'부터 '삼둥이'까지, 육아 예능 겉과 속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4.12.13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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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오소영 기자] 올 하반기 가장 주목받은 의외의 예능인(?)은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하는 '삼둥이'일 것이다. 송일국의 세쌍둥이 아들 대한, 민국, 만세는 '삼둥이'라는 애칭을 얻으며 전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뿐 아니라 MBC '아빠! 어디가?', SBS '오 마이 베이비' 등 지상파 방송 3사는 주말에 이들 프로그램을 편성해 '육아 예능 3파전'을 벌이고 있다. 육아예능이 경쟁력있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지금, 그 원조격인 'god의 육아일기'부터 '슈퍼맨이 돌아왔다'까지를 짚었다.

◆ 육아예능의 원조, 'god의 육아일기'

육아 예능의 원조격인 프로그램은 2000년 방송한 '목표달성 토요일-god의 육아일기'다. 아이를 키워본 적이 없는 다섯 청년이 서툴게 아기 재민이를 키우는 내용은 예전엔 없던 형태의 프로그램이었다. 당시 아이돌그룹은 H.O.T., 젝스키스 등 웅장한 노래와 과격한 안무로 대표되는 '멋있는' 이미지가 대부분이었고, 무대 밖의 이들을 보여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없었기 때문이다.

▲ 그룹 god를 '국민그룹'으로 키워내는 데 큰 역할을 한 'god의 육아일기'. 육아에 서툰 다섯 청년이 아기 '재민이'를 돌보는 이 프로그램은 큰 인기를 얻었다. [사진=방송 캡처]

god는 숙소에서 육아를 하며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사생활을 공개했다. 신비로운 아이돌이 아닌 옆집 오빠, 동네 청년같은 20대 청년들의 모습을 보여줬다. 평소 주변을 잘 챙기는 손호영은 '왕엄마'라는 애칭을 얻고 다른 멤버들 또한 '아빠', '삼촌' 등의 별명을 얻으며 자신들의 개성을 살린 캐릭터를 구축했다.

당시 2집을 막 낸 신인가수였던 god는 'god의 육아일기'로 단번에 인지도를 높였고, 이어 3집과 4집의 성공으로 '국민그룹'이 됐다. 여기에 대해 지난 1일 방송한 MBC '다큐스페셜' god편에서 윤계상은 "육아에 대한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같이 알아갔다. 어떻게 보면 재민이가 god를 키운 것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 한류 아이돌의 육아, '다문화 가정' 등 차별점 둔 '헬로 베이비'

이어서 등장한 것이 '헬로 베이비'다. 'god의 육아일기'가 2001년 5월 종영한 이후 육아예능은 긴 시간 동안 등장하지 않았다. 그러다 2009년 KBS 조이 채널에서 '소녀시대의 헬로 베이비'를 시작했다. 이후 샤이니, 티아라, 슈퍼주니어, 씨스타, 엠블랙, B1A4, 보이프렌드 등 많은 아이돌그룹이 배턴을 이어받았다.

이들은 해외에서 인기가 많은 한류 스타들이고, 출연자로는 아역배우로 활동하는 문메이슨 3형제, 일라이다 일마즈가 나오기도 했다. 'god의 육아일기'가 당시 신인이었던 god와 연예인이 아닌 아기 재민이의 만남이었다면, 좀더 출연자의 유명세에 무게를 실은 셈이다.

▲ 다문화 가정을 콘셉트로 세 아이들과 생활한 '엠블랙의 헬로 베이비'. [사진=KBS 제공]

'헬로 베이비'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7개의 시즌을 마쳤다. 각 시즌마다 약간의 차이점들도 줬다. 슈퍼주니어와 씨스타의 경우에는 아기에게 아이돌 조기 교육을 하는 콘셉트로 시작했고, 엠블랙은 다문화 가정을 콘셉트로 혼혈 아이들과 지냈다.

혼혈 아이들이 등장한 '엠블랙의 헬로 베이비'('헬로 베이비 시즌5')의 제작발표회에서 임용현 CP는 "영화 '완득이'가 흥행을 거둔 건 메시지가 공감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완득이'의 주인공은 혼혈아다). 육아보다 가족에 포커스를 맞춰 아이 세 명과 다섯 명의 멤버가 커다란 공동 운명체를 만드는 과정을 담고 싶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 '여행', '힐링'…본격 예능으로 나선 '아빠 어디가'

'헬로 베이비'가 시청자로 아이돌 팬들을 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었다면, '아빠 어디가'부터는 지상파 채널로 옮겨와 보다 많은 시청자를 상대로 방송을 시작했다.

출연자는 '연예인의 가족'으로 옮겨갔다. '아빠 어디가'에서 MC 김성주-민국·민율 부자, 전 축구선수 송종국-지아 부녀, 가수 윤민수-후 부자, 배우 류진-찬형 부자 등 유명인 아버지들이 자신의 아이들과 함께 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 지상파 3사 '육아 예능' 3파전의 시작을 연 MBC '아빠 어디가'. '아빠 어디가'는 육아에 여행, 게임 등 다양한 요소를 더한 프로그램이다.[사진=MBC 제공]

앞서 육아 예능이 아이들을 돌보는 모습을 관찰하는 데 그쳤다면, '아빠 어디가'부터는 '친구 특집'과 같은 특집편, 게임, 여행 등 다양한 소재를 더해 보다 예능 프로그램의 성격을 갖췄다. '육아'와 '예능'의 분량이 적절히 섞인 '아빠 어디가'는 큰 인기를 얻었고, 포맷을 중국 후난위성TV에 판매하는 등 '육아 예능'의 전성기를 열었다.

또한 소재 '아빠'를 이용해, 평소 아이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적은 아버지와 아이들이 프로그램을 통해 함께 하는 모습을 보여줘 '공감'의 포인트도 찾아냈다. 방송 초반 아들 준이에게 무뚝뚝했던 성동일은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점차 가까워지는 사이를 보여줘 시청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 포맷보다는 출연자의 힘, '슈퍼맨이 돌아왔다'

'아빠 어디가'를 시작으로 지상파 3사에는 '육아예능 붐'이 일기 시작했다. 현재 '아빠 어디가', '슈퍼맨이 돌아왔다', '오 마이 베이비'가 방송 중이다.

이중 가장 인기인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엄마 없는 상황에서 '아빠'들이 아이를 48시간 동안 돌보는 콘셉트다. 육아에 서툰 아버지들의 모습이 초기의 재미 포인트였다면, 제법 육아가 익숙해진 지금은 아이들의 성장기를 보는 것이 또 하나의 재미다.

'아빠 어디가'에 걸어다닐 수 있고 대화에도 자유로운 어린이들이 등장한다면, '슈퍼맨'의 경우 옹알이, 걸음마부터 시작하는 아기들이 등장해 시청자들은 이들의 성장기를 함께 지켜보게 된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 현재 큰 인기를 얻고 있는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송일국의 아들 대한, 민국, 만세. [사진=KBS 제공]

특이한 점은 앞서 '헬로 베이비'나 '아빠 어디가'에서 육아에 예능적 요소를 더했다면,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경우는 육아 본연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현재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는 출연자 대한, 민국, 만세가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대부분의 시청자가 이 프로그램을 보는 이유는 이들 '삼둥이'를 보기 위해서다. 그 때문인지 프로그램 내에서 '삼둥이'의 분량이 가장 많다. '삼둥이'뿐 아니라,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앞서 추성훈의 딸 추사랑이 인기를 얻을 때는 추사랑의 분량을 대폭 편성했다.

즉, 프로그램 포맷이나 시스템보다는 출연자에게 기대는 측면이 크다. 삶에 지친 사람들이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며 힘을 얻기 때문일까.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프로그램 포맷에 공을 들이기보다 그저 아이들의 모습을 내보내는 식이다. '육아 예능'은 돌고 돌아, '육아'에 가장 무게를 뒀던 처음으로 돌아가고 있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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