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22:11 (금)
매스스타트 金 노리는 '리빙레전드' 이승훈, 그를 대표하는 두 단어 '사랑꾼'-'철인' [스피드스케이팅]
상태바
매스스타트 金 노리는 '리빙레전드' 이승훈, 그를 대표하는 두 단어 '사랑꾼'-'철인' [스피드스케이팅]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8.02.22 21: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릉=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철인. 누구보다 많이 뛰고도 전혀 지치지 않았다. 그리고 사랑꾼. 팀 동료는 물론이고 주변 사람 어느 한 명 빠지지 않고 살뜰히 챙겼다.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대표팀의 ‘정신적 지주’ 이승훈(29·스포츠토토)을 잘 나타내주는 키워드다.

이승훈은 21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 추월 결승에서 후배 김민석(19·성남시청), 정재원(17·동북고)을 이끌고 3분38초52를 기록, 은메달을 수확해냈다. 여자 대표팀이 팀워크 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서도 이승훈은 흔들리지 않고 후배들을 챙겼고 독려해 값은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 [강릉=스포츠Q 안호근 기자] 이승훈이 21일 스피드스케이팅 팀 추월에서 은메달을 수확한 뒤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경기 후엔 후배들을 향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베뉴(경기장) 세리머니를 마치고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으로 들어온 이승훈은 “같이 고생한 동료들, 후배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걱정도 많았다. 막내 정재원은 스타트 라인에 서기 전까지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해 초조해했다. 이승훈은 “평소에 하던 것처럼 편하게 마음먹고 하라”고 조언했고 정재원은 훌륭히 해냈다. 이승훈은 “월드컵은 몇 주에 걸쳐 계속 시합하다보니 후배들이 갈수록 체력이 떨어졌다. 회복이 안 될까봐 걱정이 많았다”면서도 “다행히 올림픽에선 후배들이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준비를 잘 한 것 같아 너무 고맙고 든든한 마음으로 레이스를 펼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듬직한 맏형의 면모다. 그러나 이승훈의 주변 사람 챙기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어 “대표팀 코칭스태프 분들,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와 가족들에게 고맙다는 말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뛰어난 실력과 훤칠한 외모로 많은 인기를 구가하는 이승훈은 일찌감치 결혼을 했고 아내를 잘 챙기기로 유명하다. 메달을 딴 순간에도 사랑꾼의 면모는 유감없이 발휘됐다.

그러나 여기서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이번 올림픽을 준비해주신 모든 분들, 그리고 후원사, 또 가는 곳마다 보이는 자원봉사자분들, 저를 응원해주신 분들께도 대단히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고 전했다. 이 같은 섬세함. 어수선한 상황 속에도 남자 팀 추월 대표팀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다.

 

 

이승훈의 주 종목은 오는 24일 열리는 매스스타트. 그러나 앞서 5000m에 나서 개인 최고 기록을 써내며 5위에 올랐고 1만m에서도 뛰어난 기록으로 4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전날 팀 추월에서도 김민석과 정재원을 이끌었고 특히 레이스 막판 스퍼트를 올리며 많은 체력을 소모했다.

이승훈만 나서면 간격이 좁혀졌다. 한국은 준준결승과 준결승에서 모두 막판 믿기 힘든 스퍼트로 상대를 제압했고 그 선봉엔 이승훈이 있었다. 결승에서도 중반 이승훈이 선두에 섰을 때는 전세를 뒤집기도 했었다.

지칠 법도 한 상황. 그러나 이승훈의 생각은 정 반대였다. 그는 “한 바퀴를 돌 때마다 컨디션이 좋아지는 것 같아서 오히려 큰 힘과 자신감을 얻는다”며 “매스스타트도 자신감 있게 준비하면 변수가 많기는 하지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훈이 바라보는 건 매스스타트만이 아니다. 그는 “준결승하고 결승을 치르며 몸이 많이 풀렸다고 생각했다”며 “결승에서도 첫 2바퀴까지는 좋은 랩타임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4바퀴 이후에 랩타임이 떨어져 노르웨이에 졌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그리고 이내 “워낙 노르웨이가 좋은 기록을 냈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기록이었다”면서 “많이 아쉽지만 다음 올림픽에선 이겨보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 나이로 30세. 34세가 되는 베이징 올림픽의 출전을 당연시 한 이승훈이다. 내리막 길에 있는 것도 아니기에 이러한 자신감이 무리한 것으로 보이지는 것은 아니다. 이승훈의 이번 대회 마지막 레이스 매스스타트에 기대감이 커진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