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4:17 (금)
[Q리뷰] '더 포스트' 스티븐 스필버그X메릴 스트립·톰 행크스, 언론과 여성에 대한 이야기
상태바
[Q리뷰] '더 포스트' 스티븐 스필버그X메릴 스트립·톰 행크스, 언론과 여성에 대한 이야기
  • 이은혜 기자
  • 승인 2018.03.07 11: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이은혜 기자]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대통령의 음모), ‘마크 펠트’ 등의 영화는 모두 워터게이트 사건과 연관돼 있지만 언론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영화 '더 포스트'는 펜타곤 페이퍼를 시작으로 워터게이트 사건까지를 아우르는 언론과 여성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 ‘더 포스트’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신작이다. 영화는 1971년 통킹만 사건이 조작 됐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는 미국국방부 기밀문서 ‘펜타곤 페이퍼’를 뉴욕 타임즈가 특종 보도하고, 경쟁지 워싱턴 포스트의 편집장 벤 브래들리(톰 행크스)가 펜타곤 페이퍼를 입수하기 위해 사활을 거는 모습을 보여주며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영화 '더 포스트'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더 포스트’는 “수익은 기사의 수준에서 나온다”라고 생각하는 캐서린 그레이엄(메릴 스트립)과 “기사 논조는 내가 결정 한다”고 말하는 톰 행크스가 펜타곤 페이퍼 보도를 두고 하나의 목표 지점인 수정 헌법 1조의 ‘언론출판의 자유’ 수호를 향해 나아가는 데에 집중한다. 이 과정에서 돋보이는 것은 ‘워싱턴 포스트’의 발행인 캐서린 그레이엄이다.

메릴 스트립이 연기한 캐서린 그레이엄은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성장한다. 실제로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던 캐서린 그레이엄은 젊은 시절 기자로 활동했었고, 아버지가 ‘워싱턴 포스트‘를 사들인 이후 깊은 고민 끝에 입사했다. 결혼 이후 경력이 단절됐던 캐서린 그레이엄은 남편이 죽고 난 이후 ’워싱턴 포스트‘의 발행인으로 신문사에 돌아온다. 미국 최초 여성 발행인의 탄생이었다.

그러나 20세기 중반이라는 시대적 배경이 말해주듯 신문사에 돌아 온 영화 속 캐서린 그레이엄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적 시선을 느끼는 것은 물론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투명인간 취급을 당하기도 한다.

 

영화 '더 포스트'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경영자로 회사를 지켜야 하고, 기자들을 안정적으로 고용해야 하는 메릴 스트립은 펜타곤 페이퍼 보도를 두고 두려워하고, 갈등한다. 메릴 스트립은 워싱턴 포스트를 향해 우호적이지 않은 닉슨의 백악관, 오랜 친구 로버트 맥나마라(브루스 그린우드), 투자자들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하고, 워싱턴 포스트 이사들의 압박도 이겨내야 했다.

끝내 역사를 바꾼 선택을 하게 된 메릴 스트립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그는 ‘위대한 선택’을 한 영웅적 인물이지만 긴장으로 몸을 떨고, 손을 가만두지 못하는 모습을 통해 캐서린 그레이엄 역시 아주 평범한 사람일 뿐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더 포스트’는 캐서린 그레이엄과 벤 브래들리를 비롯한 워싱턴 포스트의 기자들의 모습을 통해 언론이 가져야 할 태도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더 포스트’는 “언론은 통치자가 아닌 국민을 섬겨야 한다.”(The press was to serve the governed, not the governors)는 대사를 통해 다시 한 번 ‘권력 견제’와 ‘정보 제공’이라는 언론의 역할을 상기시킨다.

 

영화 '더 포스트'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티븐 스필버그는 ‘더 포스트’에서 메릴 스트립이 등장하는 장면들을 통해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영화는 뉴욕 타임즈와 워싱턴 포스트가 한 법정에 서는 장면을 그린다. 이 장면에서 정부 쪽 인물인 한 여성은 메릴 스트립에게 “당신이 이겼으면 좋겠어요.”라는 말을 남기며 그를 응원한다.

재판이 끝나고 난 뒤의 그림도 인상적이다. 언론의 조명을 받는 것은 뉴욕 타임즈의 남성 임원들이지만 워싱턴 포스트의 메릴 스트립은 법원 앞에서 열린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걸어간다. 증권 거래소에서도 비슷한 장면은 이어진다. 문을 사이에 두고 여성들은 밖, 남성들은 안에서 대기한다. 남성들만의 공간이었던 증권 거래소 내부로 들어가는 메릴 스트립은 견고한 유리천장을 뚫어낸 인물이자, 사회 변화를 이끄는 여성 리더로 자리 잡으며 당대 여성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겼다.

 

영화 '더 포스트'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더 포스트’는 펜타곤 페이퍼 보도를 시작으로 워터게이트의 초석이 되는 미국 민주당 전국위 사무실 침입 사건까지 보여주며 역사적 흐름을 유연하게 가져간다.

'더 포스트'는 굵직한 역사적 흐름 위에서 메릴 스트립이 겪는 회사 내부 인물들과의 갈등, 메릴 스트립과 톰 행크스의 갈등도 딱 필요한 만큼만 등장 시킨다. 이는 어떤 상황이 아니라 메릴 스트립과 톰 행크스 등 개개인의 선택에 포커스가 맞춰지게 하는 역할을 하며 군더더기 없는 이야기 전개를 만들어낸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더 포스트’를 통해 트럼프 시대를 살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언론의 역할에 대해 물었다. 동시에 ‘미투(Me Too) 운동’과 ‘타임즈 업’(Time's up)의 소리가 커지고 있는 시대에 맞춰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기도 했다.

이 이야기는 언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 뿐 아니라 우리 시대 페미니즘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되묻는 작품이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