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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미생] '미생', '원작 싱크' 아쉬운 마지막…그래도 시즌2에서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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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미생] '미생', '원작 싱크' 아쉬운 마지막…그래도 시즌2에서 봅시다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4.12.21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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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오소영 기자] tvN 금토드라마 '미생'이 20일 종영했다. 화제성과 시청률(마지막회 8.4%,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방송가구 기준) 면에서 훌륭한 성적을 거둔 '미생'의 인기 요소에는 섬세한 연출, 배우들의 연기력 등 다양한 측면이 있었다.

그중 가장 호평을 받은 부분은 '현실성'이다. 이는 현실을 그대로 그려낸 원작을, 드라마에서 충실히 따랐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드라마가 보여주는 비현실성과 달리, '미생'은 직장인들의 애환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신드롬적 인기를 누렸다.

주인공 장그래(임시완 분)가 바둑만을 해 오다 낙하산으로 대기업에 들어가게 된 후, 수없이 깨지며 성장해가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내 신입 시절을 보는 것 같다"며 공감했다.

그러나 후반부에 들어서며 '미생'은 그동안 원작에 충실했던 것과는 다른 모양새를 보였다. 특히 19회와 20회에는 정점을 찍었다.

◆ 대형 에피소드 '최전무 좌천', '악역' 평면적 묘사 아쉬워

'미생'의 후반부에는 최전무(이경영 분)의 잘못된 관행으로 사업을 진행해 왔다는 것이 밝혀져 좌천되는 내용이 담겼다.

원작에서는 최전무가 단순히 비리로 좌천됐다는 것을 넘어, 그가 젊었던 시절에는 관행처럼 이뤄졌던 '꽌시'(중국 비즈니스 용어로, 아는 사람을 통해 일을 하는 것. 부정부패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사업이 한결 수월해진다)가 최근엔 시대착오적 행위가 됐다는 내용을 표현했다. 그러나 방송에서의 최전무는 그저 영업3팀을 괴롭히던 악역으로만 비춰졌다.

▲ [사진=CJ E&M 제공]

게다가 이 에피소드는 급한 속도로 마무리됐다. 최전무는 그간 극에서 오차장과 대립하며 긴장감을 조성해왔다. 긴 시간 동안 그로 인한 긴장과 무게감이 있었던 만큼, 좌천 에피소드는 짧지 않은 시간 내에 찬찬히 풀어갈 필요성이 있었다. 그러나 방송에서는 이를 입체적으로 푸는 대신 장그래의 내레이션 몇 줄에 정리해 버렸다.

'미생'의 재미 중 하나는 각 인물에 대한 에피소드를 무게감있게 다뤄 다양한 인물의 고민과 사건을 다뤘다는 점이었다. 적성과 일이 맞지 않아 퇴사를 고민하는 박대리(최귀화 분),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하는 워킹맘 선차장(신은정 분) 등의 에피소드가 그랬다.

이런 점에서 대형 에피소드인 중요 에피소드인 최전무의 좌천이 급하게 전개된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감출 수 없다.

◆ '장그래'의 모순, '민폐' '액션물'

더불어 기특한 사회초년생이었던 장그래는 갑자기 '민폐' 캐릭터가 돼 버렸다. 최전무의 좌천과 오차장(이성민 분)의 퇴사의 이유는, 장그래가 최전무를 의심해 독단적으로 일을 진행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신입 동기들인 한석율(변요한 분), 장백기(강하늘 분), 안영이(강소라 분)는 장그래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노력했다. 그의 계약 만료일이 다가오자, 회사 내 게시판에 글을 올려 장그래의 정직원 전환을 제의했고, 그동안 장그래의 도움을 받은 바 있는 선차장(신은정 분)은 장그래의 실적들을 모아 제출하는 등 적극적으로 힘썼다.

본사의 동의를 받지 못해 정규직 전환은 되지 않았으나, 현실이라면 이미 스스로 퇴사까지 생각했을 장그래에게 정규직을 안겨주려 모두가 힘쓰는 모습은 그동안 '미생'이 보여줬던 현실성과는 동떨어져 보였다.

마지막회 방송에서는 장그래의 1년 후의 모습도 담겼다. 장그래는 결국 회사를 나가게 됐고, 오차장이 만든 새 회사에서 일을 시작했다. 이후 장그래는 사업 관련 사기를 저지르고 도주한 공장장을 잡기 위해 요르단으로 향했다.

1년만에 장그래는 어엿한 회사원으로 훌쩍 커 있었다. 그의 성장은 반가웠지만, 마지막회에서 무게를 실은 쪽은 장그래의 내적 성장보다는 '액션물'을 방불케하는 장면들이었다. 장그래는 공장장에게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액션 영화처럼 날아다니듯 그를 추격하고, 협박 비슷한 심리전까지 펼쳤다. 이는 그간 회사 내부의 이야기에 무게를 실었던 '미생'이 갑자기 '액션물'로 장르를 옮겨가는 모양새로 이질감이 있었다.

▲ '미생' 마지막회에는 장그래를 정규직으로 만들기 위한 모습이 담겼다.[사진=CJ E&M 제공]

◆ '지상파 드라마'와는 다른 '미생'이 그립다…러브라인, PPL, 캐릭터 모순 아쉬워

'미생'이 많이 들은 칭찬 중 하나는 "'미생'이 지상파 아닌 케이블 방송이어서 다행"이라는 것이었다. 지상파 드라마였다면 여느 드라마에 꼭 있는 남녀 러브라인, 비현실적인 전개, 부자연스러운 극중 간접광고(PPL) 등이 있었을 거란 뜻에서였다.

'미생'은 그간 PPL마저도 극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회사원들이 자주 쓰는 커피 음료, 사무용품 등은 극중 어색함 없이 등장했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광고 상품들이 늘어나고, 이는 부자연스럽게 보이기도 했다.

또한 갑작스럽게 장백기와 안영이의 러브라인을 투입하고, 남녀만 아닐 뿐 '브로맨스'라 불리는 남남간의 애정어린 장면의 분량 또한 대폭 늘었다.

캐릭터의 모순적인 모습 또한 의문을 남겼다. 그동안 여직원에게 냉정한 모습을 보였던 하대리(전석호 분)와 강대리(오민석 분)는 갑작스럽게 '여직원 외모 평가'를 하는 등 그동안 보여왔던 캐릭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게다가 이 장면은 왜 내용에 포함된지 알 수 없는 장면이기도 했다.

▲ [사진=CJ E&M 제공]

물론 극이 원작과 똑같을 필요는 없다. 각색을 거친 또 하나의 창작물이기에 표현은 제작진의 몫이다. 그러나 드라마 '미생'은 원작의 현실성을 그대로 극으로 옮겼다는 점에서 호평받았고, 여기에 극적 재미를 적절한 비율로 첨가해 맞춰왔기에 후반부가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드라마 '미생'은 현재 시즌2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를 뜻하는 '미생'이 완생을 향해 나아가듯, 다음 시즌에서는 아쉬운 부분을 채워 보다 '완생' 작품이 되도록 기대해 본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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