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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슈틸리케호 '3인3색' 공격 조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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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슈틸리케호 '3인3색' 공격 조합은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2.23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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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철 '가짜 9번'·이정협 '타깃 공격수' 스타일 제각각…손흥민 포지션 이동 가능성도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역시 문제는 공격이다. 제 아무리 강한 방패를 갖고 있다고 해도, 탄탄한 허리를 바탕으로 높은 볼 점유율을 갖고 경기를 지배한다고 해도 축구는 골을 넣어야 승리할 수 있는 종목이다.

그런 점에서 울리 슈틸리케(60) 감독이 발표한 아시안컵 최종 엔트리에는 고뇌가 묻어난다.

슈틸리케 감독이 지난 2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발표한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 출전하는 대표팀 명단 23명에는 공격수로 분류된 선수 3명이 있다. 조영철(25·카타르SC)과 이근호(29·엘 자이시), 이정협(23·상주 상무)이 그들이다.

이동국(35·전북 현대)과 김신욱(26·울산 현대)은 끝내 부상으로 함께 하지 못했고 박주영(29·알 샤밥) 역시 소속팀에서도 득점력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2010년 국제축구연맹(FIFA) 남아공 월드컵까지만 하더라도 한국 축구에는 확실한 원톱 자원이 있었다. 황선홍(46) 포항 감독이 현역으로 뛰면서 1990년부터 2002년까지 대표팀의 주포로 활약했고 이후에는 조재진(33)과 박주영이 그 뒤를 이었다. 이동국은 남아공 월드컵에서 실망스러운 모습만 남겼지만 그래도 AFC 아시안컵이나 각종 A매치에서 활약했다.

그러나 박주영 이후 한국의 원톱 자원의 계보가 끊겼다. 심지어 박주영 조차도 원톱 자원에서 낙마했다. 지금 한국 축구에는 믿을 수 있는 공격 자원이 없다.

◆ 상대팀 맞춤 전술, 슈틸리케의 선택은

현재 한국 축구는 특정 선수의 골 감각과 득점력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전술로 골을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스타일과 장점이 다른 세 선수를 뽑은 것 역시 특정 선수의 골 감각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탄탄한 미드필드진을 바탕으로 전술적으로 골을 만들어내겠다는 의지다.

슈틸리케 감독은 공격수 3명을 뽑으면서 이동국과 김신욱을 끝까지 마음에 두고 있었지만 부상에서 아직 완쾌되지 않아 소집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동국과 김신욱이라는 원톱 자원이 필요했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이동국, 김신욱을 데려가지 못하게 됨에 따라 슈틸리케 감독은 스타일이 제각각인 공격수 셋을 뽑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조영철은 제로톱 전술에 유용한 선수고 이근호는 풍부한 경험과 함께 많은 활동량을 보고 소집했다"며 "이정협은 우리가 찾았던 전형적인 타깃형 스트라이커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정협이 소속팀인 상주에서도 주전이 아닌 백업 또는 후반 조커로 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슈틸리케 감독이 이정협을 A매치에서 주전 원톱으로 기용하는 모험수를 둘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물론 전력이 약한 팀을 상대로 시범적으로 운용해볼 수는 있겠지만 위험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다.

▲ 깜짝 발탁된 이정협은 슈틸리케 감독이 생각하고 있는 전형적인 타깃형 스트라이커다. 그러나 소속팀 상주 상무에서도 주로 교체요원으로 뛰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선발보다 조커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사진=상주 상무 제공]

이 경우 슈틸리케 감독은 조영철을 활용한 제로톱 전술이나 이근호의 활발한 활동량을 이용한 전술 축구로 승부를 걸 가능성이 크다.

조영철은 '가짜 9번'에 특화된 선수다. 이미 슈틸리케 감독은 조영철을 선발로 내보낸 '가짜 9번' 전술을 쓴 적이 있다. 결과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가짜 9번 전술은 손흥민(22·바이어 레버쿠젠)과 이청용(26·볼턴 원더러스)의 좌우 공격형 미드필더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의 골 감각에 더 의존한다. 손흥민이 소속팀에서 정규리그는 물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득점력을 과시하고 있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근호 역시 상대 페널티지역에서 휘저으면서 수비진을 농락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또 '중동 킬러'라고 불릴 정도로 유독 중동팀으르 상대로 골을 많이 넣으며 강한 면모를 보였다. 이정협은 조영철, 이근호의 체력이 떨어졌거나 전술의 변화를 줄 필요가 있을 때 조커로 활용될 자원이다.

조영철과 이근호의 스타일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상대팀에 따라 맞춤형 전술도 가능하다. 조영철은 상대 수비를 끌고 다니는 가짜 9번에 충실한 선수인 반면 이근호는 득점력까지 갖춘 스트라이커다. 이근호의 스타일은 측면 공격에 더 특화되어 있지만 상주에서는 스트라이커로도 활용됐기 때문에 낯설지 않다.

◆ 손흥민의 원톱 이동도 가능? 사우디 평가전 실험 시사

슈틸리케 감독은 손흥민의 원톱 이동도 어느정도 생각에 두고 있는 듯 하다. 대표팀 내에서 가장 득점 감각이 뛰어난 선수가 손흥민이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현재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고 있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9) 역시 원래 포지션은 측면 공격이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측면 공격을 주로 맡았던 호날두는 레알 마드리드로 들어와 사실상 스트라이커 역할로 변신했다.

▲ 대표팀내에서 가장 득점력이 뛰어난 손흥민은 왼쪽 측면 공격수로 기용된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최전방 공격수로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그러나 정통 타깃형 스트라이커가 되지는 않는다. 측면 공격수인만큼 타깃형이 아니라 휘젓는 역할에 더 어울린다. 이근호와 동시에 기용될 경우 서로 자리를 맞바꿔가는 스위칭도 가능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손흥민의 최전방 공격수 활용 방안을 묻는 질문에 "좋은 의견이다. 여러가지 가능성을 보고 있다"며 "다음달 4일에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을 갖게 되는데 여러 전술을 구사해볼 생각이다. 어떤 전술과 어떤 조합으로 아시안컵을 치를지는 사우디아라비아전을 치르고 난 뒤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손흥민을 여러 각도로 활용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짜겠다는 의사로 풀이된다.

동료 선수들의 패스를 받아 확실하게 결정지어줄 선수는 거의 없다. 전술로 짜내야 한다. 그런만큼 슈틸리케 감독의 머리도 복잡해진다. 선수는 정해졌고 이제는 있는 자원을 가지고 어떻게 퍼즐을 맞추느냐만 달렸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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