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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Q] '그것이 알고 싶다' 피해자 울린 친고죄 폐지 시점·고소기간이란? (신승남 전 검찰총장 성추행 의혹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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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Q] '그것이 알고 싶다' 피해자 울린 친고죄 폐지 시점·고소기간이란? (신승남 전 검찰총장 성추행 의혹 사건)
  • 류수근 기자
  • 승인 2018.04.21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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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류수근 기자] ‘친고죄’란 무엇인가? 지난주 '그것이 알고 싶다'가 신승남 전 검찰총장 성추행 사건을 다뤘다. 이를 본 시청자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분노했다.

아직 사건의 전말과 진위가 제대로 밝혀진 바 없지만 이날 방송 내용이 사실이라면 가해 당사자는 물론 이를 수사한 수사 당국도 용서받기 어려울 것이다.

지난 14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기억과 조작의 경계-전직 검찰총장 성추행 의혹 사건’에서는 신승남 전 검찰총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을 자세히 다뤘다. 이날 피해자 A씨는 제작진에게 기숙사에 거주했던 당시 만취한 신 전 검찰총장이 화장실에서 씻고 바로 나온 자신에게 신체적 접촉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직접 차를 몰았던 운전기사는 신승남 전 총장이 집이 아닌 여자 기숙사로 향하라고 지시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하지만 일반 상식과는 달리 이 사건은 신 전 총장에게 ‘공소권 없음(불기소)’ 처분이 내려지며 사건이 종결됐다. 반면, 피해자와 그를 도와준 주위 사람들은 무고,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피소당해 아직도 법정 소송이 진행 중인 상태였다. 보통 사람들의 눈높이로는 납득하기 어려웠다. 오히려 피해자가 가해자로 뒤바뀐 형국으로 비쳐졌기 때문이다.

‘공소권 없음’은 수사기관이 법원에 재판을 청구하지 않는 불기소 처분의 한 유형으로, 소송조건이 결여되거나 형을 면제할 사유가 있는 사건에 내리는 결정이다. 신 전 총장 사건의 경우는 소송조건이 결여됐다고 본 것이다.

 

 

 

이날 방송에서 피해 여성 A씨와 그 주변인들을 몇 년 간 괴롭혀왔고, 이날 방송을 본 시청자들을 답답하게 만들었던 조항이 있었다. 바로 ‘친고죄’ 조항이었다. 친고죄 폐지 시점 이전에 벌어졌고 고소기간이 1년이 지난 사건이라면 기소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날 방송은 ‘친고죄’의 벽에 묶여 신 총장 사건이 제대로 수사 한 번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여성 피해자 A씨가 당했다는 성추행 사건 일자가 ‘친고죄’ 폐지 시점 이전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물론 이날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공소장에 기록된 사건 일자 자체도 검찰이 제대로 확인을 거치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등 여전히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친고죄(親告罪)’란 범죄의 피해자가 기타 법률이 정한 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범죄를 뜻한다. 현재 형법상 모욕죄, 사자명예훼손죄 등이 친고죄에 해당한다.

현재는 성범죄 수사는 친고죄의 대상이 아니다. 사건이 발생한 사실을 인지했다면 피해자의 고소와 상관없이 경찰이나 검찰이 나서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약칭 ‘성폭력처벌법’)에서 친고죄가 폐지된 것은 2013년 6월19일부터였다.

 

 

 

개정 전에는 이 법 제15조에 친고죄를 규정하고 있었다. 개정 전 ‘제15조(고소)’에는 ‘제10조 제1항, 제11조 및 제12조의 죄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당시 친고죄에 해당하는 범죄는 제10조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제11조 ‘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 제12조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였다.

더욱이 개정 전 성폭력처벌법의 친고죄는 고소기간도 ‘1년’으로 제한돼 있었다. 사건이 있은 뒤 1년이 넘으면 고소 자체가 불가능했던 것이다. 당시 고소 가능 기간이 너무 짧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날 ‘그것이 알고 싶다’의 신승남 전 검찰총장 관련 사건은 ‘성폭력 처벌법’ 개정 전 피해 여성들을 옥죄었던 ‘친고죄’와 ‘고소기간’이 모두 쟁점이 된 사건이었다.

사법당국은 신승남 전 총장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피해자가 주장하는 사건 발생 시점이 2013년 6월 19일 친고죄 폐지 시점 이전에 벌어진 시점으로 판단, ‘공소권 없음’을 결정했다. 또한, 사건 발생일로부터 약 1년 6개월이 지난 2014년 11월 11일에 고소, 친고죄로 조사나 처벌 자체가 불가능 고소하였다.

신 전 총장 측은 당시 근무표를 근거로 피해 여성이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2013년 6월 22일은 사건 자체가 발생할 수 없다는 근거를 내세웠고 검찰은 이를 받아들였다.

“피고소인들이 사건 발생일자로 특정한 ‘2013년 6월 22일’에는 고소사실과 같은 일 자체가 전혀 없었고, 고의로 날짜를 조작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공소권 없음’(불기소처분)을 내린 것이었다.

하지만 이날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피해자의 기억과 주변인들의 일정, 근무표가 100% 정확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정황 등을 감안하면 6월 21일에 사건이 일어났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새롭게 제기했다. 이렇게 되면 친고죄가 폐지된 이후여서 피해자의 고소여부를 떠나 사법당국이 수사를 개시할 수 있었다.

사건의 진위를 떠나 이날 ‘그것이 알고 싶다’의 신승남 전 검찰총장 관련 사건 추적은 성폭력처벌법 제정의 취지와는 달리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았던 ‘친고죄’의 희생자가 폐지 시점 이후에도 그 사각 지대에서 고통을 당하고 있음을 알렸다.

그런 만큼, 수사 당국은 이 사건 일자를 다시 한 번 정확히 들여다 봄으로써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뒤늦게라도 꼭 진행돼야 한다는 교훈을 되새겼다.

[사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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