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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리뷰] '원스' 원작 영화에 대한 배신 혹은 실험적 재창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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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리뷰] '원스' 원작 영화에 대한 배신 혹은 실험적 재창조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12.27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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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지난 3일 라이선스 뮤지컬 '원스'가 아시아권 첫 공연으로 개막했다. 인디 음악영화의 새 역사를 쓴 존 카니 감독의 영화 '원스'(2006)를 바탕으로 했다.

영화는 아일랜드의 더블린 거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국적인 영상미와 감성을 자극하는 감미로운 음악으로 ‘금세기 최고의 뮤지컬 영화’라는 찬사를 받았다.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그’와 그의 노래 속에 숨겨진 사랑의 아픔을 한눈에 알아보며 응원해주는 ‘그녀’가 음악을 통해 이루는 교감과 성장통은 담백한 서정으로 스크린을 가득 채웠다.

▲ 윤도현과 전미도가 'Falling Slowly'를 열창하는 모습[사진=신시뮤지컬컴퍼니 제공]

연출가 존 티파니와 극작가 엔다 월쉬에 의해 뮤지컬로 다듬어진 ‘원스’는 2011년 워크솝 공연으로 무대에 올려진 뒤 2012년 브로드웨이에 진출, 그해 토니상 베스트뮤지컬상 등 8개 부문을 휩쓸었다. 2013년에는 영국 웨스트엔드에 입성해 로렌스 올리비에상 2개 부문을 수상했다.

뮤지컬 ‘원스’는 12명의 배우들이 연기와 노래뿐만 아니라 연주까지 직접 해내는 액터 뮤지션 뮤지컬이다. 스티븐 손드하임의 ‘스위니 토드’ ‘컴퍼니’ 리바이벌 공연, 국내 창작뮤지컬 ‘모비딕’으로 낯익은 장르다.

기타를 연주하는 진공청소기 수리공 가이(윤도현·이창희)와 피아노를 연주할 줄 아는 꽃 파는 체코이민자 걸(전미도·박지연)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와 연주는 단촐한 펍 세트를 배경으로 무대를 차곡차곡 채우며 음악극(음악이 있는 연극) 형태로 진행된다.

▲ 출연진의 '골드' 무브먼트 장면

사랑으로 인해 상처받은 쓸쓸한 두 남녀의 심리변화에 집중했던 영화와 달리 뮤지컬은 남편이 떠나버린 싱글맘 딸을 걱정하는 엄마, 이상과 달리 허드렛일만 하게 된 패스트푸드점 직원, 연애 한번 제대로 못해본 덩치 큰 악기가게 사장, 내면에 음악에 대한 열정이 꿈틀대는 은행직원 등 주변 인물들을 건져 올려 스토리를 확장한다.

코믹한 요소와 유머를 삽입하고, 아일랜드인의 자긍심과 체코 이민자들의 노스탤지어를 덧댐으로써 분위기를 전환한다. 영화 ‘원스’의 미학에 빠져들었던 관객에겐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대목이다.

영화에선 두드러지지 않았던 ‘걸’의 체코 식 영어는 미국·영국 무대에선 객석의 웃음을 끌어내는 요소로 작용했다. 한국무대로 넘어오면서는 ‘미수다’ 크리스티나 식 한국어 발음으로 뒤바뀐다. 언어 및 문화권이 다른 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뉘앙스 문제인데 과연 효과적인 번안이었는지 의문이다. 캐릭터나 극에 몰입을 저해한다는 비판도 나올 만하기 때문이다.

▲ 박지연의 'If You Want Me' 장면

뮤지컬 1막에 배치된 ‘원스’의 최대 히트곡에 대한 감흥 역시 마찬가지다. 우연히 들른 악기상에서 ‘그’와 ‘그녀’가 호흡을 맞추며 감정을 고조시키던 ‘Falling Slowly’와 ‘그녀’가 더블린의 고즈넉한 밤거리를 홀로 걸으며 부르던 ‘If You Want Me’는 특유의 적막한 서정이 옅어진 느낌이다.

하지만 미니멀한 영화를 무대공연으로 탈바꿈시킨 실험적 시도에 대한 찬사도 이어진다. 화려한 의상과 무대, 특수효과에 치중하는 요즘 쇼뮤지컬 트렌드에서 벗어나 등장인물의 이야기와 음악에 집중하면서 만들어내는 감동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개막 20분 전 시작되는 프리 쇼(Pre Show)부터 배우들은 기타,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만돌린, 아코디언, 탬버린, 퍼커션 등을 자유롭게 연주하고, 웃고 떠들며 객석의 관객들을 무대 위로 불러들인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는 사라진다. 이후 공연 내내 자연스러운 음향과 연주는 마치 소극장 콘서트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 공연 전 이뤄지는 프리쇼

공연이 시작된 후 배우들은 의자, 테이블, 피아노 등 소품을 들여 놓았다 치웠다 하는 가운데 리드미컬한 군무 양상을 연출하는가 하면 무대의 한 부분으로 역할하는 기발함마저 보여준다.

가이 역을 맡은 윤도현의 묵직하면서도 안정적인 보컬과 기타 연주, 걸 역 전미도의 톡톡 튀는 대사처리와 감성 짙은 가창은 인상적이다. 내년 3월29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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