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22:11 (금)
[WHY Q] 호날두-산체스-이니에스타 '탈'스페인, 고세율과 '베컴법' 때문?
상태바
[WHY Q] 호날두-산체스-이니에스타 '탈'스페인, 고세율과 '베컴법' 때문?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8.07.27 11: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이탈리아로 무대를 옮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유벤투스)와 일본으로 떠난 안드레스 이니에스타(34·비셀 고베)가 스페인을 벗어난 이유는 세금 때문일걸까.

영국 축구전문 매체 골닷컴은 27일(한국시간) “호날두가 스페인 정부로부터 탈세 혐의에 이를 회피한 혐의가 더해져 2년의 징역과 1900만 유로(248억 원)의 벌금형에 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페인에서는 폭력범이 아닌 초범의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을 받으면 집행유예로 대체한다. 실제 옥살이를 하진 않지만 명성에 먹칠은 피할 수 없게 됐다.

 

 

탈세 혐의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활동하는 스타 선수들의 꽁무니를 쫓아다니는 것들 중 하나다. 호날두 뿐만 아니라 리오넬 메시(31·바르셀로나)도 같은 이유로 징역 21개월을 선고 받고 벌금 25만2000 유로(3억 원)를 냈다. 루카 모드리치(33·레알 마드리드)는 법정에서 탈세 혐의를 인정하고 100만 유로(13억 원)의 벌금을 자진 납세하며 형량을 줄였다. 바르셀로나에서 뛰던 하비에르 마스체라노(허베이 화샤 싱푸)도 유사한 사례.

유독 스페인에서 축구선수들이 탈세 혐의에 연루되는 이유는 뭘까. 이른바 ‘베컴법’과 관련이 있다. ‘베컴법’은 2003년 스페인이 해외 투자 유치를 위해 외국 사업자에 대해 기존 세율 43%를 25%까지 낮춰 혜택을 제공한 법을 말한다. 해당 연도에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했던 데이비드 베컴의 이름을 따 ‘베컴법’이라고 불렀다.

스페인 정부가 2014년 12월 이 조항을 폐지하며 세율이 46%까지 치솟았다. 경제 불황과 맞물려 스페인 정부가 세금 환수를 위해 강도 높은 조사를 실시하면서 많은 고수익의 축구선수들이 적발된 것.

이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스타 플레이어들이 타 리그를 찾아 떠나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많은 선수들의 행선지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세율은 스페인보다 높은 50%다. 그러나 EPL에서 뛰는 선수들의 경우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법인 세율 12.5%)에서 세금처리를 하면 법적으론 문제가 되지 않는다. 프랑스의 경우 최대 세율은 40%로 스페인보다 낮다.

알렉시스 산체스(30·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또한 스페인 시절 벌인 탈세로 인해 발목이 잡혔다. 최근 미국 투어 일정에 제동이 걸렸는데 바르셀로나 시절 인정한 탈세 혐의로 미국에서 비자를 발급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의 두 레전드 이니에스타와 마스체라노의 아시아 리그 이적도 세금, 그리고 그 영향을 받는 수익과 무관하지 않다. 이니에스타는 J리그에서 기존 바르셀로나 연봉의 3배에 가까운 32억 5000만 엔(325억 원)을 받는다. 중국 슈퍼리그(CSL)에서 활약하는 마스체라노의 경우 프리메라리가 못지않은 고연봉을 받으면서도 더 낮은 25%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프리메라리가에서도 손꼽히는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서 은퇴할 수 있는 영예를 포기하고 타 리그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들에겐 불합리하다고 여겨질 세금 정책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이유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