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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거 기운 받은 송파구, "장충서도 트로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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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거 기운 받은 송파구, "장충서도 트로피를"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1.27 1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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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야구 팀 탐방] 지난해 남양주-속초 대회서만 호성적, 전력 약화에도 "의지로 메울 것" 자신감

[스포츠Q 글 민기홍·사진 최대성 기자] “장충서도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싶어요!”

서울 송파구 리틀야구단 선수들의 2015년 목표다.

송파구는 1981년 창단된 팀으로 오랜 기간 리틀야구계의 강호로 군림해오고 있다. 지난해에도 남양주다산기 우승, 속초시장기 준우승이라는 빼어난 성적을 올렸다. 이번 시즌 목표는 ‘리틀야구 성지’ 장충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것이다.

▲ 송파 선수들은 메이저리그 구원왕 로드니를 만나 사기가 올랐다. 이들은 레슨 말고도 식사까지 함께 하며 친구가 됐다.

송파의 태동과 함께해온 이규형 감독은 올해로 35년째 지휘봉을 잡고 있다. 그는 “특별히 징크스같은 것은 없는데 유달리 장충에서는 승률이 좋지 않았다”며 “애들이 그런 목표를 내걸었다면 한번 도전해봐야겠다”고 껄껄 웃었다.

◆ 스스로 헤쳐나가는 선수들 믿는다 

“기량이 떨어지는데다 체격도 다른 팀에 비해 작습니다.”

이 감독에게 이번 시즌 전망을 묻자 “쉽지 않을 것”이란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나 이내 “하고자 하는 의욕들이 있으니 자신감을 불어넣는데 치중할 것”이라며 “열심히 하다보면 우승이 따라오지 않겠나”라고 의지를 다졌다.

유준하(배재중)가 빠졌다. 29년만에 세계 정상에 오른 한국 리틀야구대표팀에서 2루와 외야를 오갔던 그다. 송파구에서는 투수, 내외야를 가리지 않고 전천후로 활약했다. 이 감독은 “유준하 외에도 졸업반 선수들의 기량이 좋았다"며 "공백을 메우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 이규형 감독은 1981년부터 35년째 송파구를 이끌고 있다. 그는 "지난해 선수들이 알아서 풀어가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귀띔했다.

이 감독은 선수들을 굳게 믿고 있다. 그는 “시즌 초반인 3,4월은 모른다. 6월이 되면 팀이 올라서더라”며 “지난 시즌 연장에 돌입해 지고 있는데도 아이들이 스스로 해내더라. 알아서 풀어가는 모습에 나도 놀랐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송파구 야구는 사인이 거의 없다. 이 감독은 어지간해서는 야단도 안 친다. 그는 “어릴 때는 즐기면서 재밌게 야구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나도 애들 가르치는 것이 즐겁다. 송파 리틀야구장이 있어 환경도 좋다”고 미소를 지었다.

◆ 메이저리거 기 받은 송파, “큰 동기부여 될 것” 

지난 20일 잠실 리틀야구장에 시애틀 매리너스의 클로저 페르난도 로드니(38)가 등장했다. 송파 선수들 20명은 빅리그를 호령한 덩치 큰 아저씨의 행동 하나하나를 주시하며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겼다.

이 감독은 “아이들이 세계 최고 무대서 뛰는 선수를 만났다. 이런 기회가 없다. 그것도 아메리칸리그 구원왕이지 않은가”라며 “사기가 올라갔을 것이다. 이번 시즌 야구를 하는데 큰 동기 부여가 될 것”이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김경률은 “로드니 아저씨처럼 열심히 하면 좋은 선수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변화구 그립 잡는 것을 보고 잘 배웠다. 장충에서 하는 경기 중 70%는 졌던 것 같은데 이걸 계기로 힘을 얻었다. 잘 해야겠다”고 기뻐했다.

▲ 왼쪽부터 인석우, 한준서, 신대철, 박준형. 중학교로 진학한 이들은 "전력은 약해졌지만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다"고 의지를 다졌다.

송파구 선수들은 원포인트 레슨에 이어 신사동 가로수길로 자리를 옮겨 로드니와 멕시코 음식을 함께 먹었다. 처음에는 소통이 되지 않아 어색해했지만 이내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엄지를 치켜드는 등 로드니와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눴다.

◆ 전력 약화 인정, 맏형 4인방 “이대로 물러날 수 없다” 

이 감독이 언급한 것처럼 선수들 또한 송파구의 전력이 약화된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중학교로 진학하는 맏형 4인방은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다. 우승 한번은 해야하지 않겠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우투우타 외야수 신대철은 정교한 타격과 강견을 지닌 이진영을 닮고 싶어한다. 그는 “남양주다산기 2연패가 목표”라는 각오를 밝혔다. 안방을 책임지고 있는 박준형은 “진갑용처럼 묵묵하고 성실하게 경기를 뛰는 든든한 포수가 되고 싶다”고 동료들을 독려했다.

4번타자 인석우은 오른손잡이 좌익수. 그는 “홈런을 5개 이상 치고 싶다. 김태균처럼 몸쪽 공을 잘 공략하는 타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2루와 3루를 오가는 한준서는 “나는 방망이는 잘 못 치지만 수비에서 실책 없이 제몫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예순을 맞은 이 감독은 한양사이버대학에서 시니어 비즈니스와 아동상담 이론을 공부했다. 그는 “건강, 영양, 심리학을 학습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며 “어른 기준에서 아이들을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스포츠의 묘미는 예상이 틀리는 데 있다. 끊임없이 공부하는 수장, 전의를 불태우는 졸업반 형들은 객관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내심 장충에서 우승컵을 드는 파란을 꿈꾸고 있다.

▲ 송파구 리틀야구단 선수들이 지난 20일 로드니와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송파구 리틀야구단 

△ 감독 = 이규형
△ 코치 = 이현호
△ 선수(37명) = 박준형(주장) 신대철 황규열 인석우 이동후 이호원 김대성 김경률 한준서 정재훈 김문규(이상 6학년) 김형우 이동현 박유진 안정호 배정록 정호윤 (이상 5학년) 이도우 이동윤 장현진 함동규 김기범 석주현 김태민 조경민 천재민 최영문 주서빈 강민수 홍인기 이준수 홍선우 송원태(이상 4학년) 박준서 서보현 배문찬 이준서(이상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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