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22:11 (금)
'까까머리 7학년' 대표들, "엘리트 야구, 쉽지 않아요"
상태바
'까까머리 7학년' 대표들, "엘리트 야구, 쉽지 않아요"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12.08 16: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9년만의 LLWS 우승 일구대상 수상,"2014년은 신세계"... '7학년' 마치고 중학 야구부로 진학

[스포츠Q 민기홍 기자] “행복한 한해였어요.” (윤준혁)

“신세계라고나 할까요.” (전진우)

29년만에 세계를 제패한 한국 리틀야구대표팀은 그 어느 해보다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꿈같았던 여름을 보낸 '까까머리' 13인의 소년들은 12월을 맞이하자마자 연말 시상식을 돌아다니느라 눈코 뜰 새가 없다.

8일 오전에는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14 넷마블 마구마구 일구상 시상식에 대상을 수상하기 위해 자리했다. 통합 4연패에 빛나는 삼성 류중일 감독도, 200안타 신화를 쓴 넥센 서건창도 이날만큼은 스포트라이트를 한참 어린 후배들에게 내줘야만 했다.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리틀야구대표팀 선수들은 중학교 야구부에 편입되면서 머리를 짧게 깎았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한상훈, 최해찬, 김동혁, 윤준혁, 안동환, 전진우, 신동완, 박지호, 유준하, 권규현.

각종 특별상을 휩쓴데 이어 야구계 최고 권위를 가진 상까지 거머쥐게 된 박종욱 감독은 이날도 방송사 인터뷰 요청에 응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는 “이런 날이 언제 다시 올까 싶다”며 “고생이란 생각은 해본적이 없다. 그저 행복할 뿐”이라고 말했다.

황상훈 코치는 “대선배님들이 이런 행사에 초대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이렇게 큰 상인 줄, 큰 자리인줄 몰랐다”며 “리틀야구 지도자로서 더욱 책임감을 갖게 된다. 아이들의 기본기를 충실히 다듬어 한국 야구의 초석을 다져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올해로 14회째를 맞은 일구상은 프로야구 출신 야구인 모임 일구회가 주는 상으로 야구계에 가장 공헌한 인물 또는 단체에 수여하는 상이다. 지난해 수상자는 박찬호였다. 나라를 들썩이게 만들었던 청소년들은 레전드와 나란히 야구사에 이름을 새기게 된 것이다.

전진우는 “2014년은 신세계였다. 시상식에 자꾸 오는 바람에 학교를 빠지니 옆에 친구들이 다들 부러워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함께 있던 윤준혁은 “행복한 한해였다는 말밖에 할말이 없다”고 수줍게 맞장구를 쳤다.

한국리틀야구연맹은 9월 이후부터 개최되는 대회부터는 ‘7학년생’들의 출전을 금지시킨다. 야구부가 있는 학교에 다니던 선수들은 그대로 운동부로 진학했고 야구부가 없는 학교에서 뛰던 선수들은 야구부가 있는 학교로 전학을 갔다. 머리도 빡빡 밀었다.

프로야구 선수가 되기 위한 본격적인 첫 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1985년 월드시리즈 우승 주역 중 프로에서 활약한 이는 심재학(넥센) 코치, 조경환, 김경원(이상 은퇴) 정도가 전부. 13명은 모두 세계 정상에 올랐던 영광을 뒤로 한 채 ‘진짜 경쟁’에 돌입했다.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일구대상을 받은 박종욱 감독(왼쪽)은 연이은 시상식 스케줄에 대해 "고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날이 언제 또 올까 싶다"는 소감을 전했다.

권규현은 “몸풀기부터 마무리 운동까지 그동안 했던 운동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혀를 내둘렀고 안동환은 “운동장 크기부터 달라져 러닝부터 힘들다. 통학 거리도 멀어 더 힘들어졌다”고 적응이 결코 쉽지 않음을 고백했다.

그래도 자신감만큼은 잃지 않았다. 한상훈은 “리틀에서는 늘 주전으로 뛰었는데 이제는 형들이 있으니 후보가 됐다”면서 “그래도 태극마크를 달고 우승했다는 자부심은 없어지지 않았다. 자만하지 않고 새롭게 임할 것”이라며 당찬 태도를 잃지 않았다.

한국야구 황금세대로 일컬어지는 이들은 오후에 거행되는 또 다른 시상식을 위해 다같이 발걸음을 옮겼다.

sportsfactory@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관련기사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