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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초점] '손흥민 극대화' 지배+실리축구, '벤투호' 한국-콜롬비아전서 보인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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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초점] '손흥민 극대화' 지배+실리축구, '벤투호' 한국-콜롬비아전서 보인 가능성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03.27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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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글 김의겸·사진 손힘찬 기자] 한국이 콜롬비아를 또 제압했다. 라다멜 팔카오 같은 ‘월드클래스’ 공격수가 조급한 마음에 추태를 부리기까지 했다. 그만큼 한국 축구 대표팀이 좋은 경기를 펼쳤다.

국제축구연맹(FIFA, 피파)랭킹 60위 볼리비아를 압도했던 한국은 12위 콜롬비아를 상대로도 물러서지 않고 경기를 지배하려 했다. 후반 이재성의 추가골 이후 콜롬비아의 공세가 강화되자 실리적인 5백으로 맹공을 틀어막는 데 성공하며 추후 큰 경기에서 도움이 될 경험까지 얻었다.

3월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을 통해 파울루 벤투 감독이 말하는 지배하는 축구의 가능성을 봤다.

 

▲ 한국 축구 대표팀이 26일 콜롬비아를 꺾었다. 이재성이 골을 넣자 손흥민(오른쪽 두 번째) 등 선수들이 활짝 웃고 있다.

 

경기를 마치고 벤투 감독은 “상당히 좋은 경기를 펼쳤다. 양 팀 모두 경기를 지배하려는 뚜렷한 목표로 임했다. 전반 30분까지 더 좋은 경기를 보여줬다. 그 이후에도 대등한 경기를 펼쳤고 역습을 나가는 과정에서 좋은 장면도 나왔다”고 총평했다. 

이어 “후반에는 다른 방식으로 플레이할 기회가 생겼다. 상대가 좋은팀인 만큼 2-0으로 앞설 수 있는 기회를 놓친 뒤 실점하면서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상대 압박이 없었는 데 우리 실수가 나오기도 했다. 마지막 코너킥 장면을 빼고는 명백한 실점기회는 없었기에 오늘 잘했다고 생각한다. 공정한 결과였다”며 승리를 지켜낸 데 만족감을 표했다.

벤투 감독은 또 “각기 다른 상대를 접하면서 전술 변화를 주면서도 우리 플레이를 유지할 수 있는지 점검하고자 했고 선수들이 잘해줬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콜롬비아 감독도 “한국이 좀 더 집중하고 굳은 각오를 하고 뛰어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벤투는 젊지만 경험이 많은 감독으로 한국을 잘 이끌고 있다고 생각한다. 축구는 결과가 중요하다. 지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 데 오늘 졌다. 이번 경기가 친선경기인만큼 이번 기회로 경험을 쌓아 콜롬비아를 어떻게 잘 이끌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 손흥민은 이날 벤투호에서 나선 9번째 경기 만에 득점포를 가동했다. 지난해 월드컵 독일전 이후 9개월 만이다.

 

케이로스 감독이 이란에 부임한 이후 5경기에서 1무 4패로 부진했던 한국이다. 손흥민이 케이로스 감독이 지휘하는 팀을 상대로 벤투호 마수걸이 골을 넣은 점 역시 기분 좋은 소식이다. 평가전이긴 하나 실리적인 축구를 구사하는 감독에게 한국이 원하는 플레이로 결과까지 쟁취했다.

이란 지휘봉을 잡고 실리적인 축구를 구사하며 이란을 아시아 최강으로 군림시켰던 케이로스 감독이다. 선발 라인업에는 경험이 적은 어린 자원들이 많이 이름을 올렸지만 후반에는 하메스 로드리게스, 팔카오를 투입하며 승리를 노렸다. 벤투 감독은 후반 37분 이에 맞서 황의조 대신 센터백 권경원을 넣으며 수비를 강화해 리드를 지켰다.

이강인, 백승호, 김정민 등 유럽에서 뛰는 젊은 선수들을 테스트하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 것은 분명하나 콜롬비아와 같은 강팀을 상대로 리드를 지켜낼 기회는 많지 않은 만큼 월드컵 본선과 같은 큰 대회에서 자양분이 될 경험을 얻었다고도 볼 수 있다. 

볼리비아전과 콜롬비아전에서 전형은 4-1-3-2로 동일했지만 운용은 조금 달랐다.

상대적 약체인 볼리비아를 상대로 손흥민을 톱에 올렸다. 중앙 수비 한 명을 달고 싸워줄 파트너 공격수를 세움으로서 손흥민에 자유를 부여했다. 중앙 지향적인 나상호, 권창훈이 안으로 파고들고 황인범까지 공격에 적극 가담했다. 풀백 역시 높게 올라서 크로스를 시도했다. 발이 느린 정우영 대신 활동량과 기동력이 우수한 주세종이 수비를 보호하고 빌드업의 첫 단추를 꿰는 역할을 맡았다. 골결정력은 아쉬웠지만 과정은 좋았다.

 

▲ 만원 관중 앞에서 승리를 거둔 한국 축구 대표팀이 팬들에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

 

콜롬비아전에선 좀 더 다이아몬드 4-4-2에 가까웠다. 이청용과 이재성은 미드필더적인 움직임으로 중원 싸움에 힘을 실어줬고, 황인범이 꼭짓점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손흥민-황의조 투톱을 지원했다. 이청용과 이재성은 볼 간수 능력이 좋아 높게 올라선 콜롬비아 수비진을 상대로 공을 지켜낸 뒤 배후로 뛰는 손흥민에게 몇 차례 좋은 기회를 만들어줬다.

후반에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쳤지만 투톱은 하프라인 근방에서 자리를 지켰다. 상대 수비 3명은 역습에 대비하느라 공격에 가담하지 못했다. 빠른 발을 지닌 손흥민의 존재는 2선과 1선의 간격이 조금 벌어졌음에도 콜롬비아가 쉽사리 공격 숫자를 늘리지 못하게 하는 효과를 만들었다.

속도를 활용한 간헐적인 역습은 위협적이었다. 이 또한 공을 탈취했을 때 골키퍼부터 센터백, 수비형 미드필더, 풀백을 거쳐 차근차근 전진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몇 차례 어쩔 수 없는 롱패스가 무위에 그쳤지만 상대의 강한 압박에도 빌드업 축구라는 철학을 유지하려 했던 점이 인상깊다.

이번 3월 A매치 일정을 통해 손흥민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기성용의 공백에 대비하려는 전술 변화를 보였다. 또 월드컵 예선에서 한국을 맞아 수비 위주로 나설 아시아 약체들의 밀집수비 속에서 공격력을 강화하는 것과 강한 압박으로 후방 빌드업에 위협을 가할 강팀에 맞서는 것까지 양면에서 좋은 경험을 한 2연전으로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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