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9 16:45 (월)
[인터뷰] '연기본좌' 김명민 "비결은 완벽한 캐릭터 이해"
상태바
[인터뷰] '연기본좌' 김명민 "비결은 완벽한 캐릭터 이해"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2.05 10: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최대성기자] ‘연기 본좌’가 스크린에 돌아왔다. 김명민(43)이 구정 극장가에 코믹 어드벤처 탐정물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2월11일 개봉)로 다시금 깃털처럼 가벼운 코믹연기를 선물한다. 지난 2011년 설 대목에 개봉해 475만 관객을 모은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이후 4년 만이다.

1탄이 정조 16년을 배경으로 공납비리를 숨기려는 관료들의 음모를 파헤치는 조선 제일의 명탐정 김민(김명민)과 조력자 서필(오달수)의 활약상을 그렸다면, 2탄은 정조 19년, 잘 나가던 특사 신분에서 졸지에 외딴 섬에 유배된 김민이 불량은괴 유통사건의 배후와 행방불명된 노비 소녀의 동생을 찾기 위해 벌이는 수사를 촘촘히 엮어간다. 조선 상단을 주름잡는 카리스마 넘치는 전편의 한객주(한지민)에 이어 속편에선 정체를 알 수 없는 아름다운 일본 기녀 히사코(이연희)가 등장해 사건의 열쇠 역할을 함과 동시에 김민의 넋을 빼놓는다.

 

◆ 시리즈 2탄 ‘조선명탐정-사라진 놉의 딸’ 김민으로 4년만에 복귀

어느 덧 설이면 어김없이 나오는 영화가 됐다. 탐정이 주인공인 어드벤처 프랜차이즈 영화는 국내에선 유례가 없다. 전편에서 기초를 튼튼히 다진 ‘조선명탐정’은 시간의 흐름 속에 성장한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1편에 비해 이야기가 훨씬 간결해졌다. 전편이 소설(김탁환의 ‘열녀문의 비밀’)을 원작으로 하다 보니 천주교 박해, 객주 관련 등 담아야할 게 너무 많았다. 그래서 복잡한 실타래, 산만한 느낌이 났다. 이번엔 원작과 상관없이 가게 돼 소재가 무궁무진해졌다. 기본 플롯인 불량 은괴사건 수사 스토리에 집중하면서 드라마가 훨씬 간결해졌다. 사건과 처리, 결말은 명확해지고, 캐릭터는 더 강해졌다. 3탄도 어려움 없이 나올 것 같다.”

특히 무겁고 진지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온 김명민이 이 영화에서 만큼은 작심한 듯 가볍고, 코믹하고, 허당기 있으면서 능청스러운 연기를 물 만난 고기처럼 풀어놓는다.

“김민은 코믹과 감정의 골을 잘 살려내야 하는 캐릭터다. 잘못하면 날아다닐 수 있는 캐릭터다. 드라마의 리얼리티를 살려내는 건 배우의 몫이니까 감정 안배를 잘 해야 했다. 이 캐릭터를 소화할 때 여러 가지 톤이 있다. 탐정으로서 천재적 감각을 발휘할 때, 근엄한 양반·충신의 면모를 드러낼 때, 혼자서 혹은 서필에게 구시렁댈 때 등 골고루 반죽해서 적재적소에 던졌다. 과해도, 모자라서도 안 된다. 힘이 들어가면 강박적 연기가 된다. 오버하지 않는 게 어렵다. 호흡이 중요한 코미디 영화에 출연했지만 난 단 한 번도 코믹연기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김민은 이런 사람이야’라고 접근했다.”

 

◆ “명탐정의 명콤비 오달수, 진지한 정극 연기하는 배우”

셜록과 왓슨 박사 짝패처럼 이 영화에도 김민과 서필의 앙상블은 절대적이다. ‘천만을 부르는 배우’로 자리잡은 오달수와의 호흡은 더욱 진해졌다. 평소에 빈번하게 연락을 주고받으며 막걸리 잔을 기울일 정도로 친형제 같은 끈끈함이 스크린에 고스란히 투영된다.

“공백기 동안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겠다며 형과 계속 기다렸다. 둘이 만나 ‘2탄 들어간단 소문이 파다한데 왜 연락이 안 오지?’라고 속을 태우기도 했다. 하하. 그 만큼 ‘조선명탐정’에 대해 우리 둘 다 애착이 컸던 것 같다. (유)해진 형이나 달수 형이나 관객들은 그들에 대한 기대치가 있다. 보기만 해도 웃기고, 뭔가 하겠거니 해서 미리 웃어버린다. 그런데 달수 형은 진지하고 사전 플랜이 있는 배우다. 코믹연기보다 정극연기를 하는 연기자다. 그만의 호흡이 굉장히 탁월하다. 포인트를 정확하게 짚고, 소위 마가 뜨지 않는 연기를 해낸다.”

온천장 격투, 용왕섬 일대 다수 액션, 절벽 추락과 비거(조선판 행글라이더) 활공 장면 등 액션신이 풍성하다. 한마디로 육해공을 넘나드는. 상대역 오달수는 말벌에 쏘여 고생을 했고 크고 작은 부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몸을 쓰다보면 부상은 많이 입는다. 그래도 부러지거나 꿰매진 않았으니까 무탈했던 거다. 이번엔 가시가 가장 큰 공포였다. 용왕섬 동굴 내부 세트를 지은 폐자재에 잔가시가 많았다. 바닥을 굴러야하는 장면이 많아서 아예 손바닥에 살색 테이핑을 하고 촬영했다. 그래도 허벅지에 박히고 그래서 눈도 침침한데 숙소에서 족집게로 가시를 빼내느라 고생했다.”

 

◆ 김명민식 메소드 연기 비결 “노력한 만큼 캐릭터 부각”

2001년 스릴러 ‘소름’으로 데뷔한 이후 영화, 드라마에서 그는 늘 빛났다. 냉철한 외과의사, 한계에 도전하는 마라토너, 실종된 딸을 찾아나선 목사, 죽음의 문턱에 선 루게릭병환자, 남파간첩, 광역수사대 형사, 로펌 변호사, 천재적인 지휘자 그리고 이순신 장군 등 캐릭터에 자신을 최대치로 몰입시키는 메소드 연기로 ‘연기의 신’ ‘연기 본좌’ 타이틀을 달고 다녔다.

“캐릭터를 맡았을 때 몰입한다는 건 ‘나를 뺀다’는 거다. 연기 도중 내 기질이 나올 뿐이다. 노력한 만큼 캐릭터가 부각되는 것 같다. 그 직업군에 대해 얼마나 팠느냐에 따라 결과가 나온다. 그들에 대한 철저한 이해가 바탕이 돼야 한다. 대본 속 대사만 가지고는 되지 않는다. 내가 의사 역할을 할 때 신문에 의료사고 기사가 많이 나왔다. 어느 순간, 의사화돼서 ‘이건 환자들이 너무 했네’란 말이 나올 정도가 됐다. 지휘자 역시 마찬가지다. 턱시도 입고 지휘봉만 든다고 지휘자는 아니다. 음악을 계속 들으며 이해해야만 지휘자 속으로 온전히 들어가게 된다. 앞으로도 그렇게 할 거다.”

루게릭병 환자를 연기한 멜로영화 ‘내 사랑 내 곁에’(2009) 때는 극심한 체중감량과 더불어 한계를 뛰어넘는 연기로 이후 혹독한 후유증을 앓은 것으로 유명하다.

“캐릭터에 몸 전체를 담그면 이후에 빼기가 어렵다. 정신적으로 피폐해진다. 하지만 이번엔 종아리 정도만 담가서 빼기가 쉬웠다. 작품에 충성도가 높은 스태프, 좋은 현장 분위기도 큰 역할을 했다. 특히 예능PD 출신인 김석윤 감독은 힘의 안배를 잘 하고, 속도감이 넘친다. 자신감과 완벽한 사전 계산에서 기인한다. 그러다보니 배우들도 에너지를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게 된다.”

 

◆ “힘들었던 경험 탓에 이순신 장군 역 제안 온다면 고민할 듯”

인터뷰 말미, 김명민은 한국영화의 다양성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과거 시청률에 상관없이 부끄럽지 않은 필모그래피를 만들자던 순수한 마음은 좋은 작품 탄생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작품에 대한 열정보다 결과에 에너지를 더 많이 집중하는 분위기로 바뀐 게 못내 아쉬운 눈치다.

“개인적으로 감독들을 만나보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뚜렷한데 투자, 배급, 흥행 등의 이유로 이것저것 빼다보면 나중엔 죄다 비슷해진다. 흥행공식을 따른 결과다. 개인적으로 난 그런 시나리오는 손에 잘 안 잡히더라. 다양한 장르와 이야기가 나와야 배우, 관객 모두 흐뭇할 듯싶다. 내 경우 흥행작은 별로 없으나 만족스러운 작품은 꽤 했다고 자부한다. 다만 흥행이 돼야 더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건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조선명탐정’은 빛나는 보석비빔밥이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설날에 온가족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영화’ ‘우리가 개척한 새로운 장르’ ‘어린 세대와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영화’ ‘한 획을 그었으면 하는 영화’다.

“난 외화세대다. ‘탐정 콜롬보’ ‘셜록 홈즈’ ‘007’ ‘인디아나 존스’를 보며 성장했다. 그때 그런 장르의 한국영화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겠나. 지금은 한국영화 부흥기니까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조선명탐정’은 장르를 규정짓기 힘들다. 드라마투르기도 강하고 코믹 어드벤처와 탐정추리가 가세했다. ‘인디아나 존스’ ‘아이언맨’처럼 하나의 장르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에서 명콤비 호흡을 맞춘 김명민과 오달수

[취재후기] 일명 저음의 ‘목욕탕 목소리’, 매사에 진지할 것 같은 비주얼이지만 정작 성격은 김민과 닮았다고 고백한다. 그의 유머, 엉뚱함, 능청스러움이 그렇단다. 실재 촬영 에피소드를 소개할 때 그런 성향이 풀가동된다. 인터뷰를 갈무리하며 개인적 궁금증을 던졌다. ‘불멸의 이순신’이었던 그가 지난해 ‘명량’을 본 소감은 어땠냐고. “역시 장군님은 위대하시구나. 신성불가침의 영역인 이순신 장군의 힘이다. 앞으로도 장군님 영화가 제작된다면 국민은 충성을 다할 거다. 최민식 선배는 너무나 흡사하게 열연하셨다. 만약 출연 제안이 온다면 너무 힘들었기에 좀 생각해봐야할 것 같다.”

goolis@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