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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스타 릴레이] (7) 봉두개, 연출·집필·연기 올라운드 플레이어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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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스타 릴레이] (7) 봉두개, 연출·집필·연기 올라운드 플레이어 (下)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02.28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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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오소영 · 사진 이상민 기자] 배우이자 감독인 봉두개는 수십년간 연기해 온 만큼 한국 연기판에 대한 생각이 풍부했다. 그의 삶과 그가 생각하는 배우에 대해 들었다.

◆ 어떤 조건에서든 연기해야 참 배우 "배우는 사람이 배우다"

- 아버지도 연기를 하셨는데 끼를 물려받은 것 같나요. 

▲ 연극반에 들어가고 싶었고 연극 배우가 되겠다고 덜컥 뛰어든 걸 보면 어느정도 끼나 용기는 있었던 것 같아요.(웃음) 제 아들도 어렸을 때 아역을 잠깐 했었거든요. 제가 출연한 드라마에 들어가기로 했던 아역배우가 현장에서 못 하겠다고 해서 갑작스럽게 투입됐는데 자연스럽게 잘 하더군요. 유전적인 끼가 있나 했죠. 그러다 열 살 때 스스로 연기 대신 공부를 하겠다고 하더군요. 지금은 PD를 지망해 신문방송학을 배우고 있어요.

아들에게 이번 영화 시나리오를 주고 한번 읽어보라고 했더니 '괜찮다'고 한 마디 하더라고요.(웃음) 아들이지만 이런 면에서 객관적인 동료로서 일해보는 것도 재밌는 작업인 것 같아요.

 
 

- 지금껏 약 40년 동안 연기해 왔는데 '배우'가 갖춰야 할 덕목은 뭘까요.

▲ '배우는 사람이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故 김무생 선생님과 작품에서 함께 연기했을 때 "연기자는 죽을 때까지 공부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고, 故 배삼룡 선생님과 생활하면서 배운 점도 많아요. 선생님께선 밖에선 최고의 코미디언이셨지만 집에 오시면 정말 과묵하셨고 늘 공부를 하고 계셨어요. 저 또한 늘 배우는 자세로 임하려고 해요. 지금껏 수십년 간 연기했지만 어디 가서 내가 '배우'라고 쉽게 소개하지 못합니다. 내가 배우가 맞나, 끊임없이 반문하고 공부하고 있죠.

이런 맥락에서 저는 심형래 감독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요. 그 영화의 결과가 어땠든 코미디언으로서 계속해 공부하고 도전하고, 그 정도의 파워와 스케일을 시도하고 만들었다는 자체는 대단한 일이라고 봅니다.

- 연기적인 면에서 갖춰야 할 점이 있다면요.

▲ 배우는 무대가 있다면 어디든 설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어떤 역을 맡기든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봐요. 즉 모노가 아니라 카멜레온처럼 여러 색을 낼 수 있어야 해요. 드라마를 보다보면 배우가 어떤 드라마에 출연하든 늘 똑같은 느낌을 줄 때가 있는데 그래선 안 되죠.

제 경우 악역을 많이 맡았는데, 사람들이 처음에는 '왜 선하게 생겼는데 악역을 하냐'고들 했죠. 그래서 '나쁘게 생겨야만 악역을 하는 거냐'고 되물었어요. 지금은 인상이 어떻게 됐을지 모르지만(웃음) 어떤 상황과 요구가 주어져도 그걸 맞추는 건 배우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연기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지만, 계속해서 할 수 있는 사람은 비교적 적다고 생각해요. 그런 만큼 연기를 계속하는 배우라면 그만큼 책임감을 갖고 임해야 한다고 봅니다.

▲ 영화 '하얀 눈꽃'은 겨울 눈을 배경으로 한다. "'폭설이 왔다'고 해 급히 촬영을 준비해 출발했죠. 그런데 가는 동안 그 많이 왔던 눈이 다 녹아버려 촬영을 접고 그냥 돌아오기도 했어요.(웃음)" [사진=봉두개]
▲ [사진=봉두개]

◆ "저예산 영화, 만들 수 있고 볼 수 있는 환경 필요"

- 연출, 집필, 연기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하는데 어려움은 없나요.

▲ 대학에서 문화예술학을 전공했는데, 왜 이 전공을 택했냐 물었을 때 "나는 모든 것을 해 보고 싶다"고 답했었어요. 제 바람이 그렇고, 요즘은 이런 모습이 또 하나의 흐름인 것 같아요.

- 직접 연출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요.

▲ 역시 예산 지원 문제죠. 우리나라에는 해외 지원의 절반만 지원해 주더라도 정말 대단한 영화를 만들 감독들이 많아요. 그런데 지원은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그리고 막상 영화를 만들어도 볼 수 있는 공간이 없어요. 독립영화나 저예산 상업영화를 걸 수 있는 영화관이 잘 없죠. 이런 영화들을 볼 수 있는 공간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좋은 영화를 만들었는데 극장에 못 걸어서 썩히는 영화가 너무 많아서 안타까움이 많아요.

 

- 직접 연기도 하고 있는데, 배우들 캐스팅할 때 유의점이 있다면요. 

▲ 무엇보다 열정이에요. 과거 어디에 출연했든 연기만 잘 한다면 함께 작업하겠다는 생각이죠. 저는 아무리 작은 장면이고, 대사 한 두 마디로 지나가는 장면이라도 보조출연자를 구하기보다 경력있는 배우를 캐스팅하고 있어요. 장면 하나, 대사 한 마디에 따라 영화의 분위기가 바뀌고, 그 영화를 좌우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제작비가 많이 들어갔는데 평소 알던 동료들이 와서 도와주니 정말 감사한 일이고요.

[취재후기] 봉두개와의 인터뷰에는 질문이 따로 필요하지 않았다. 그는 평소 갖고 있던 본인의 진솔한 생각을 솔직하게 쏟아냈다. 단시간에 생각해낸 대답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경험해 오며 생각해온 뿌리깊은 생각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친근하고 거리낌없는 모습에 인터뷰를 마음 편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앞으로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인재가 많이 나오길 바란다는 그의 말처럼, 앞으로는 '멀티 플레이어'를 넘어 '올라운드 플레이어'라는 단어가 더욱 널리 쓰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ohsoy@sportsq.co.kr

[히든스타 릴레이]⑦ 인천 연극계 터줏대감 봉두개, 메가폰을 잡다 上 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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