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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스타 릴레이] (4) 손윤상, "나만의 채소가게와 영화, 도전 중이죠"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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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스타 릴레이] (4) 손윤상, "나만의 채소가게와 영화, 도전 중이죠" (下)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01.28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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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스타 릴레이]④ 손윤상, '개그'와 '악역'은 소중한 자산 上 에서 이어집니다.

[스포츠Q 글 오소영 · 사진 노민규 기자] 손윤상은 현재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서프라이즈' 고정 출연 및 각종 프로그램에서 연기하는 배우이자 개그맨이며, 과거 매니저를 자처했던 죽마고우가 운영하는 골프물품 판매업체 '골프마스터'의 홍보실장이고, 채소가게 아르바이트 6년차로 이제는 자신만의 가게를 시작하려 적당한 장소를 물색 중이다.

앞서 '채소가게 아르바이트' 관련 훈훈한 일화로 알려진 바 있는 배우 김민진의 이야기에는 손윤상과의 연결고리가 있었다. 그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손윤상이 먼저 하고 있었던 것.

 

◆ 채소가게 아르바이트 6년차, 독립 가게 내려 준비 중이죠

- 자신의 얼굴이나 유명세로 사업을 크게 하는 연예인들도 있는데, 채소가게도 비슷한 상황인가요?

▲ 아휴, 채소가게는 소박하죠.(웃음) 제가 일을 하는 건 방송을 더 마음 편하게 하기 위해서예요. 방송은 고정적으로 수입이 있는 일이 아니다보니, 안정적인 수입을 얻자는 생각에서 가게 일을 하게 됐어요. 이 일은 (김)민진이를 통해서 시작하게 된 거예요. 민진이가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열심히 살거든요. 방송에 나오다보니 얼굴을 알아보시는 분들도 많아서, 저는 처음엔 일하려니 용기가 나지 않았는데, 민진이가 "형, 창피한 게 어딨어요. 먹고 살아야죠" 하더군요.

- 덕분에 용기를 내셨군요.(웃음) 벌써 장사 6년차에 접어들었는데요.

▲ 가게의 사장이 오래된 친구거든요. 친구의 새벽 출근을 보면서 대단하단 생각을 하면서, 나도 해 볼까 생각이 들었어요. 친구에게 물어보니 "그럼 한번 가락시장에 와 봐" 하더군요. 가벼운 마음으로 나갔는데 깜짝 놀랐어요. 새벽이 그렇게 활기가 넘치는지 처음 안 거죠. 촬영을 마친 후 새벽 퇴근길에서, 출근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 사람들은 어디로 갈까?' 생각했었는데, 그분들이 시장에 있었던 거예요. 일하는 분들을 보니 찡한 느낌이 왔어요.

"나도 일할 수 있을까?" 물어보니 친구가 "힘들어서 못 할 거다" 하더군요. 그래도 부탁해서 나가 봤어요. 일하기 전날, 소풍 전날처럼 설렜어요. 첫날, 새벽 4시에 시장에 가서 무, 배추를 나르고, 가게를 청소하고, 채소들을 가게에 진열했어요. 여기까지만 해도 힘든데, 장사를 시작하고 "오이가 있어요!"하고 큰 소리로 팔았죠. 정신없이 하루가 흘러갔어요. '머슴 밥'을 먹고, 잘 때는 곯아떨어졌죠.

 

일당 7만원에 친구가 챙겨준 목욕비까지 받았어요. 꼬깃꼬깃한 돈을 차마 못 쓰겠더군요. 소중히 저금통에 넣었죠. 하루하루 일당을 벌면서, 뿌듯함에 돈을 세다가 잠들기도 했어요.(웃음) 돈을 벌기도 힘들지만 힘들게 번 돈을 쓰기도 힘들다는 걸 알게 됐죠.

- 첫날이 그렇게 힘들었는데, 5년 동안 일을 하게 됐네요.

▲ 일 시작한 지 한 달쯤 됐을 때, 촬영장에서 졸기도 하고, 컨디션 난조가 너무 심해서 일을 그만둘까 생각할 때가 있었어요. 그런데 MBC에서 '부업하는 연예인'이란 주제로 촬영을 온 거예요! 그래서 방송에 나가니 다들 "열심히 산다"고 하고. 어쩔 수 없이 좀 더 하게 됐죠.(웃음) 그런데 하다보니 요령이 생기고, 내 장사 스타일도 생기면서 재미를 느꼈어요. "잘 판다"고 보너스도 주시니 소질이 있나 싶기도 하고요.(웃음) 

- '잘 파는' 노하우가 있나요?

▲ 직업이 개그맨이라서 그런지 남들은 장사 멘트를 하는데, 저는 '행사 멘트'를 해요. "오이가 3개에 3천원"이 아니라, "이 오이는요, 먹다 지치면 피부에 양보하세요" 이런 식인 거죠. 그리고 다른 분들은 대부분 제품 진열 순서를 바꾸지 않는데, 저는 이렇게도 해 보고 저렇게도 해 보고, 구성을 자주 바꾸거든요. 진열에 따라서도 판매가 더 잘 될 때가 있어요.

 

그리고, 방법은 '공부'예요. 처음에는 "이 채소는 무슨 맛이야?" 손님들이 물어보면 "음… 그건 나도 모르겠어. 어머님이 드셔 봐" 이런 식으로 넉살을 떨었는데, 민망하더라고요. 그래서 대본의 대사를 외우듯이 채소의 종류를 외우고 원산지, 궁합, 효과, 맛에 대해서 공부했어요. 아는 걸 말씀드리니 팔면서도 재밌어요. 손님들도 자세하게 말씀드리면 한 가지 살 걸 여러 가지 살 때도 있고요.

◆ '재연배우'? '재연스태프' 따로 있나? … 영화에도 도전해 보고 싶어

- 손님들은 실제로 얼굴을 많이 알아보시나요?

▲ 네. 많이 알아보시는데, 연예인일거란 생각은 안 하시고 "저희 동네에서 장사하신 적 있죠?"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웃음) 제 장점은 얼굴이 그때그때 좀 다르단 거예요. 개그 무대에 섰던 때 모습, 지금 연기를 하는 모습, 리포터 시절 때의 모습마다(사진을 보여주며) 얼굴이 다 다르거든요.

- '재연배우'라는 용어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요?

▲ 많은 분들이 그렇게 말씀하시고 알아보시지만, 재연 프로그램을 촬영하는 감독을 '재연감독'이라고, '재연작가', '재연조명'이라고 부르지 않듯, 배우 역시 '재연배우' 아닌 '배우'죠. 재연배우협회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런 프로그램이 하나의 장르로 굳어진 경우도 아니고요. 그런데도 굳이 '재연배우'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많더군요. 요즘은 '서프라이즈 배우'라고 하시는데 이 편이 더 듣기 좋아요.(웃음) 물론 그냥 '배우'라고 해 주시는 편이 좋고요.

그런데 너무 민감하게 생각은 안 해요. 재연배우라는 용어로 불러주시는 것도 제게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봤기 때문이란 걸 아니까요.

▲ MBC '신비한TV 서프라이즈'에 출연한 모습. [사진=방송 캡처]

- 앞으로 연기에 대한 꿈이 있다면요?

▲ 영화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 방송 연기를 하는 사람은 무대에 어색할 수 있고, 무대에서만 연기했으면 카메라에 어색할 수 있는데, 저는 양쪽 다 해 본 장점을 살려서 영화에서도 작업해보고 싶어요.

2010년에 배우 이성재씨 주연 영화 '꿈은 이루어진다'에 성우 내레이션으로 참여한 적이 있어요. 얼굴은 나오지 않지만 목소리가 나오죠.(웃음) '조폭마누라3', '4발가락'에서 작업하신 계윤식 감독님의 연출작인데, 남북의 축구 관련 얘기예요. 그런데 개봉 시기가 천안함 사건과 맞물렸죠.

- 시기가 너무 안 좋았네요.

▲ 많이 아쉬웠죠. 이때 영화 작업을 처음 해 봤는데, 20쪽이 넘는 분량을 3시간만에 마치니 감독님께서 '영화 쪽에서 일할 생각은 없냐'고 하셨어요. 하고는 싶었는데 참여 루트에 대해서 잘 몰랐거든요. 지금은 영화에 도전해보고 싶어서 배우 분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어요. 주인공을 맡고 싶은 게 아니라, 하나의 영화를 위해 함께 움직이는 팀과 함께 작업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 손윤상씨가 연기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 연기는 제가 살아있다는 증거예요. 대학로 마로니에 공연에 '예술은 삶을 예술보다 더 흥미롭게 하는 것'이란 글귀가 있어요. 연기를 하면서 이 글귀가 정말 와닿아요. 극에서 역할을 맡으며 또다른 나를 찾아가고, 만나게 되잖아요. 그 역할에 젖기 위해서는 부지런한 연습을 하고 에너지가 있어야 하니까요. 내 모습을 찾아가면서, 재미를 느껴요.

제가 나온 방송을 모니터하면 '이렇게 하면 좀 더 잘했을 텐데' 그런 아쉬움이 계속 남아요. 또다른 나에 대한 대변과 표현을 하고 싶어서 연기를 하고 있어요. 채소가게와 골프 홍보실장, 이런 다양한 일들에서 얻는 에너지가 연기에 도움이 되고요.

[취재후기] 손윤상은 인터뷰에서도 무대 위에서처럼 웃음과 에너지를 전해주는 배우였다. 인연을 소중히 여겨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 대한 언급과 칭찬을 많이 했고, "혹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죽마고우의 골프 숍 얘기를 꺼냈을 정도였다. 끊임없이 소중한 인연과 알아가며 또다른 꿈인 영화에 대해 공부하는 손윤상의 앞날을 더욱 기대해 본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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