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22:11 (금)
[히든스타 릴레이] (3) 김민진, '천의 얼굴' 긍정의 아이콘 (上)
상태바
[히든스타 릴레이] (3) 김민진, '천의 얼굴' 긍정의 아이콘 (上)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01.21 10: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편집자주> '짧은 시간 안에 매회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사람들'. 2002년 시작해 올해로 14년째를 맞는 장수 프로그램 '신비한TV 서프라이즈'를 대표로, '실화극장 그날', '기막힌 이야기-실제상황' 등은 실화를 재구성해 극으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배우는 역에 따라 얼굴을 바꾸는 이들이지만, 특히 이들 프로그램에서는 매회 새로운 역을 맡는 '만능'이 된다. 스포츠Q는 숨은 별빛들, 즉 '히든스타'들의 이야기를 담은 릴레이 인터뷰를 싣는다.

[스포츠Q 글 오소영 · 사진 이상민 기자] 장난기 가득한 웃음과 익살스런 표정이 인상적인 배우 김민진(37). 그는 MBC '신비한TV 서프라이즈'에 대표 배우로 출연하고 있다. 시대극에서는 장군, 병사, 내시, 대감, 왕, 현대극에서는 의사, 변호사, 검사, 노숙자, 거지까지 넓은 스펙트럼의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역에 따라 표정과 목소리 톤, 말투를 시시때때 바꾸는 '천의 얼굴'이다.

 
 

◆ 생계형 연기자? 안 해 본 아르바이트 없죠

김민진은 영화 '화이트:저주의 멜로디', 드라마 '응답하라1997', '샐러리맨 초한지', '골든타임', '동이'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꾸준한 출연으로 얼굴을 알렸고, 지난해에는 온라인에서 한 네티즌이 올린 일화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채소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김민진이, 그를 알아본 글쓴이와 배달 중에도 꺼리지 않고 친절히 사진을 찍어줬다는 내용이었다.

"'서프라이즈'에 함께 출연하는 (손)윤상이 형과 함께 일했던 가게의 배달 일을 하던 중이었는데, 우연찮게 미화가 됐어요. 덕분에 여러 분들이 인터뷰 연락도 주시고, 광고도 찍었죠. 많은 분들이 더 알아봐 주시고요. 글 쓴 분을 만나 뵈면 절이라도 해야겠단 생각이 들죠.(웃음)

그런 일이 있고 나니 역시 죄를 짓고 살아선 안 된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어요. 항상 성실하게 살아야지, 만약에 그런 얘기가 올라왔어도 평소에 처신을 잘 못했다면 나쁜 말이 있었을 수도 있는 거니까요."

직업 특성상, 모든 배우들은 캐스팅이 결정돼야 출연을 할 수 있어 스스로를 '비정규직'이라고 부른다. 김민진 역시 자신을 '생계형 연기자'라고 했다. 일감이 오는 주기가 비정기적이고, 출연료가 높지 않다보니 생활비를 위해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경험했다. 지난해 한 결혼 이후, 곧 아이가 태어나게 돼 마음이 더 급해지기도 했다.

'과일 배달'을 포함해, 김민진은 택시 운전 면허증도 가지고 있고, 바 서빙, 도로가 막히는 막간을 이용한 호두과자·생수 장사, 바닥재 보수공사, 유리공장에서의 섀시 제작, 마트 상품 포장, 배달 등 다양한 일을 했다.

"성격 자체가 일이 없이 혼자 있으면 잡 생각이 많아져서요. 놀면 뭐해요. 일을 해야죠.(웃음)"

 

◆ 연기생활 포기 생각한 적도 있죠…이력서에 눈물 떨군 사연

김민진은 고정적으로 출연하는 '서프라이즈' 이외에,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며 연기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은 일이 통 없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직장에서 비용 절감을 위해 인원부터 줄이듯, 촬영 현장 또한 같은 이유다.

"사람이 많이 등장하는 대하사극에는 한국의 모든 연기자가 출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그런데 요즘은 이런 사극에서도 다수의 사람들이 출연하는 장면이 많이 줄어들었어요."

다수의 군졸, 신하, 백성들이 등장하는 사극에서조차 주연배우들 위주로만 극을 전개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드라마 내용은 주연을 위주로 전개되지만, 화면에 늘 주조연 연기자만 비춰진다면 넓게 보자면 극 전체의 완성도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관공서, 일반 기업의 교육 영상을 찍는 일도 가끔 했는데 요즘에는 이런 일들도 잘 없어요. 아무래도 경기가 어려워서 그런 것 같아요. 경력은 좀 적더라도 제작비 절감을 위해 더 적은 비용에 출연하실 수 있는 분들을 주로 섭외하시더라고요."

또한 영화 관계자에게 "'재연 프로그램'에서 연기해 어설프게 얼굴이 알려져 있어 영화에 쓰기가 어렵다"는 말을 직접적으로 듣기도 했다. 가정을 꾸린 후에도 이런 일들이 반복되자, '연기를 하려는 것이 혼자의 욕심만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연기를 그만두고 아예 다른 직업으로의 이직을 생각하기도 했다.

"이력서를 쓰는데 온갖 생각이 다 들면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더라고요.(웃음) 그런데 이력서를 내고 합격 여부를 기다리고 있으면 이상하게 섭외 소식이 오곤 했어요. 결국에는 연기생활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죠."

때문에 마음을 다잡고, 연기에 정진하며 시간이 날 때는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하고 있다.

 

◆ 군 시절 연극으로 시작한 연기, '오기'로 버틴 20대

김민진은 부산 출생으로, 연기를 시작한 것은 군대에서였다. 당시 부대 내 구타가 심해 군에서 '구타근절단막극'을 공연하게 된 것이다. 기계학을 전공해 관련 회사 입사를 목표로 한 김민진은 정비일을 배워 보고자 입대했던 공군에서 작업량이 극도로 많은 부대에 들어가게 됐고, '연극에 참여하면 작업시간을 조금 줄여준다'는 말에 연기자에 지원하게 됐다. 이후 지역 내 부대에서 1등을 해 3개월 동안 순회공연을 했다.

"석 달 동안 재밌게 잘 놀았죠. 그때까지 몰랐는데, 그런 끼가 있긴 했나봐요.(웃음) 제대 후에 부산 연희단거리패 지인에게 '연기를 하고 싶다'고 했더니 '연극을 하고 싶은지, 연기를 하고 싶은지, 연예인을 하고 싶은지'를 묻더군요. 잘 몰랐으니 '다 하고 싶다'고 했더니 '서울에 가는 게 좋겠다'고 했어요."

그 길로 서울에 올라가 지인을 통해 알게 된 방송작가를 찾아갔다. 낯선 서울에 올라가 하루종일을 기다려 만난 작가는 냉정하게 말했다.

"'연기하려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러냐. 이렇게 생겨서 연기자 하겠냐. 우리 신랑이 훨씬 잘생겼으니 당장 부산으로 내려가라'는 말이었어요. 자존심 하나로 살던 때였으니 그 말에 화가 난 거죠.(웃음) 지금 생각하면 연기를 전공한 것도 아니고, 경험이 있는 사람도 아니었으니 그렇게 말한 게 이해가 돼요. 하지만 좋게 얘기할 수도 있는 건데, 당시에는 마음이 많이 상했죠."

내려와 부산에서 일을 하며 지냈지만 두 달째 방송작가의 말이 잊혀지지 않았다.

스물 넷에, 옷가지만 들고 서울에 올라왔다. 김민진은 "이대로 부산에 가면 친구들이 '그럴 줄 알았다'고 할 게 싫어서 오기 하나로 버텼다"고 했다.

▲ 영화 '자본당 선언'

◆ '곡사' 제작의 베를린영화제 출품작 주연배우랍니다 

서울에서 김민진은 아는 선배의 집에서 함께 살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엑스트라 모집 광고를 보고 연기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지원했다. 1년 반 정도 엑스트라로 출연하며 방송 시스템과 연기를 익혔다. 이후 졸업작품으로 영화를 찍는 대학생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2년간 10편 남짓한 독립영화를 찍었다. 두 달 촬영에 20~30만원을 받는 식으로 일했다.

이때 찍은 작품인 단편영화 '기침'은 국내외 영화제에서 수상했고, 영화집단 '곡사'(김곡, 김선 형제감독)의 '자본당 선언:만국의 노동자여, 축적하라(2003)'는 제5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26회 모스크바 국제영화제에 초청되는 등 유명 영화제에 이름을 올렸다. 실험적이고 기괴한 연출 방식으로 영화의 감독은 이슈가 됐지만 배우에게까지 스포트라이트는 오지 않았다. 아쉬울 법도 했지만 김민진은 "덕분에 공부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연기를 배워 본 적도 없고, 부산에서 막 올라온 촌놈이 어떻게 연기 공부를 했겠어요. 당시 학생들이었던 감독 분들과 작업하면서 공부를 많이 했죠."

이후 기회가 닿아 과거 사건들을 재구성해 다시 보여주는 MBC 프로그램 '타임머신'에 출연하며 본격적으로 방송을 시작하게 됐다.

"당시에는 '재연'이란 개념을 잘 몰랐어요. 하고 싶은 연기를 하는데, 출연료까지 주니까 그저 재밌었죠. 방송을 하니까 캐스팅디렉터들이 알아서 연락도 주고요."

[히든스타 릴레이]③ 김민진, "아이와 가족은 나의 힘" 下 에서 이어집니다.

ohsoy@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