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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스타 릴레이] (1) 김하영, 이토록 서프라이즈한 히로인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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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스타 릴레이] (1) 김하영, 이토록 서프라이즈한 히로인 (上)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01.07 1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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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짧은 시간 안에 매회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사람들'. 2002년 시작해 올해로 14년째를 맞는 장수 프로그램 '신비한TV 서프라이즈'를 대표로, '실화극장 그날', '기막힌 이야기-실제상황' 등은 실화를 재구성해 극으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배우는 역에 따라 얼굴을 바꾸는 이들이지만, 특히 이들 프로그램에서는 매회 새로운 역을 맡는 '만능'이 된다. 스포츠Q는 숨은 별빛들, 즉 '히든스타'들의 이야기를 담은 릴레이 인터뷰를 싣는다.

[스포츠Q 글 오소영 · 사진 이상민 기자] '반달 눈웃음'과 귀에 쏙 들어오는 목소리. 배우 김하영(35)은 MBC '신비한TV 서프라이즈'의 시청자라면 누구나 기억할 얼굴이다. 때문에 첫 만남임에도 어딘가 익숙하다는 느낌이다. 실제로도 거의 매주 '서프라이즈'를 통해 얼굴을 비추기 때문에 알아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김하영은 2004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벌써 12년째 '서프라이즈'에 출연 중이다. 하지만 '안방마님'이라는 조금은 고루해 보이는 호칭보다는 톡톡 튀는 발랄한 느낌이 더 어울렸다.

현재는 '서프라이즈'와 함께 작년 말 시작한 판례 설명 프로그램 '여변호사가 말한다(채널A)'에 고정으로 출연하며, 각종 드라마에서도 연기하고 있다.

◆ 일요일 오전 책임지는 '서프라이즈', "우리만의 시스템"

'서프라이즈'의 일주일은 어떨까. 드라마 기획단계에서 캐스팅이 이뤄지고, 대본 연습, 촬영 순으로 이어지는 보통의 드라마들과는 차이가 있다. '서프라이즈'는 수요일에 캐스팅을 하고, 목요일에 대본을 받고, 금요일에 촬영을 한다. 몇 달 동안 캐릭터 해석을 하고 몰입을 해도 '발연기'라는 혹평을 듣는 경우가 많은 판에, 매번 훌륭한 연기를 해 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 굉장히 빠른 작업환경에서 일하고 있는데요.

▲ 처음에는 대본을 봐도 모르겠고, 몇 년 동안은 어리바리했어요. 함께 연기하는 연기자 오빠들은 베테랑이라, 촬영 전날 대본을 볼 여건이 도무지 안 됐다면 훑어만 보고 현장에 와서 대사를 외울 정도가 됐어요. 아직 저는 거기까진 되지 않아서 계속 봐야 하거든요. 머릿속에 지우개가 있는지.(웃음)

- 대사를 외우기에도 쉽지 않겠는데요. 어려운 점은 없나요?

▲ 그런데 저희보다도 스태프 분들이 정말 고생이 많으세요. 연기자들은 쉬는 시간도 많은데, 스태프 분들은 휴식이 아예 없거든요. 그래서 다른 팀의 스태프 분들이 "'서프라이즈'는 '서프라이즈' 팀만 찍을 수 있다"고 많이 말씀들을 하세요. 짧은 시간 안에 빠르게 촬영하려면 다년간 쌓인 노하우도 필요하고, 서로 손발도 잘 맞아야 하니까요. '서프라이즈'만의 시스템인 것 같아요.

- 촬영 현장도 굉장히 바쁘겠어요.

▲ 제한된 시간 내에서 빨리 촬영을 마쳐야 하기 때문에, 여유가 잘 없죠. 제가 요즘 많이 하는 말이 "우리 스태프들 위장병 걸릴 것 같다"는 거예요. 밥을 30분만에 먹거든요. 그래도 이렇게 시간을 아끼고 노련한 스태프 분들이 순식간에 세팅하고 준비하시면 촬영을 바로 진행할 수 있죠.

▲ MBC '신비한TV 서프라이즈'에 출연하는 배우 김하영. [사진=방송 캡처]

- 여자 배우의 경우는 특히 메이크업 시간이 오래 걸리죠. 분장은 촬영장에 도착해 시작하나요?

▲ 사극을 찍을 때는 현대극보다도 상투를 틀거나 하는 분장 등 준비해야 할 게 너무 많거든요. 보조출연자 분들도 준비해주셔야 하고요. 다들 많이 바쁘셔서 저는 미리 준비를 하고 가는 편이에요. 새벽 4시쯤에 일어나서 화장하고, 머리 하고, '서프라이즈'의 양주 촬영장으로 가죠.

- 촬영에 지장을 안 주려는 배려네요.

▲ 아휴, 아니에요. 그리고 그렇게 쓰시면 "혼자 착한 척하네" 하실 것 같아요(웃음). 그냥, 못 알아보실까봐 화장하고 가는 거예요. 하하하.

- 새벽 네 시에 일어나면 정말 바쁜 일과인데요.

▲ 운전하면서 차가 막힐 때 아이섀도를 바르는 식으로요. 연기가 늘어야 하는데, 화장술만 느는 것 같아요.(웃음) 예전에는 '서프라이즈'에서 '쌍꺼풀 없는 애'로 통했거든요. 그땐 분홍색 섀도가 유행해서 그런 색으로 칠하다 보니 눈두덩이가 부어 보여서 쌍꺼풀이 없는 것처럼 보였나 봐요. 지금은 많이 화장술이 발전했죠. 하하.

 

◆ "'사극'도 실화의 재연인데, 왜 사람들은 '배우'와 '재연배우'를 나눌까요?"

- '서프라이즈'의 경우 매주 다른 내용의 극을 찍는 건데요. 연기에도 특징이 있을 것 같아요.

▲ 한 에피소드가 12분인데, 그 안에 극의 한 분량을 담아야 하기 때문에, 연기의 호흡이 짧아요. 호흡을 조금만 길게 해서 연기하면 난리가 나요.(웃음) 짧은 시간에 모든 걸 보여주기 위해서 짧은 호흡 안에서 연기할 수밖에 없죠.

- '재연배우'라는 용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실 사전에도 없는 말인데 언제부턴가 있는 말처럼 쓰이고 있어요.

▲ 사극도 역사적인 사건을 다시 극으로 보여주는 건데, 왜 같은 연기자를 '배우'와 '재연배우'로 나눌까요? 저는 다 같은 연기이지, 그 차이를 모르겠어요. 사람들에게 '재연'에 대한 인식이 박혀 있는 것 같아요. '재연배우'가 아니라 다같은 연기자, 배우인데 말이죠. 오히려 '서프라이즈' 같은 프로그램에서 더 폭넓은 연기를 해 볼 수도 있는 일이고요.

주변에 보면 '서프라이즈'와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할 기회가 있어도 "재연이라 못하겠다"고 편견을 가지는 친구들이나 동생들이 있어요. 그런데 그런 이유로 하지 않는 건 그저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뿐이죠. 저는 연기라는 걸 해 볼 수 있는 게 다행이고, 일이 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사실 제게 '배우'라는 말을 붙일 수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아직 연기가 많이 부족하니까요. '오늘은 괜찮았다'고 느낄 때도 있지만, 돌아서면 또 '왜 저렇게 했지?' 싶을 때가 많아요.

- 호흡이 짧은 연기이다 보니 아쉬움이 있지는 않으세요?

▲ 물론 저도 좀 더 호흡이 긴 연기에 대한 욕심은 있어요. 일반 드라마같은 경우에는 준비와 촬영에 수 개월이 걸리잖아요. 그렇게 캐릭터에 완전히 동화될 수 있는 연기를 해 보고 싶기도 해서 한번은 '대본을 일주일 전에 받아서 준비해서 연기를 해보면 어떨까?' 생각도 해봤어요.

호흡이 길어지면 이 지점에서는 어떤 표정을 짓고, 대사를 하고, 이런 식으로 좀 더 점진적인 단계를 세울 수 있거든요. 만약 60분짜리 드라마에서 표정 연기에 단계가 있다면, '서프라이즈'와 같은 짧은 극 안에서는 표정변화가 더 극적이고 변화의 속도가 좀 더 빨라지죠. 눈물연기를 할 때도 짧은 시간 안에 눈물이 나와야 하는데 그게 안 될 때는 답답해요. 연기가 안 되니까 스트레스가 있는 거죠. 그럴 때면 정말 세상의 모든 슬픈 상황을 생각하며 울어요.

하지만 '서프라이즈'에서 연기하며 연기가 많이 늘었어요. 물론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감정을 조금씩 표현할 줄도 알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매주 캐릭터가 바뀌는 연기를 하는 것도 참 소중한 기회인 것 같아요. 누가 이런 연기를 해 보겠어요. 수 백명의 삶을 제가 다 살아본 거니까요. 그렇게 따지자면 제가 더 좋네요?(웃음)

 

- 지금껏 많은 에피소드를 연기하셨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촬영이 있다면요?

▲ 한 커플이 자유를 찾아 중국에서 홍콩으로 떠났는데, 결국은 남자는 죽고 여자만 살아남는 이야기인데요. 구명조끼를 입고 바다에 뛰어들어 헤엄을 치는 장면이 있는데, 통통배를 타고 인천 선녀바위 쪽에 가서 뛰어내려 헤엄치는 걸 실제로 찍었어요. 제가 바다 수영은 잘 못해서, 겁이 나고 무서웠어요. 구명조끼를 입긴 했는데 구식 구명조끼여서, '내가 이제 죽는구나' 하는 별 생각이 다 들더라고요.

실제로 파도가 치는 상황에서, 두 사람의 사랑을 표현해야 하니까 바다에서 두 사람이 손을 묶고 있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그렇게 찍었어요. 목숨까지 위험할 수 있었던 상황이라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요. 그때 배경음악으로 쓰였던 노래까지 기억나요.(웃음)

- 연기해본 역 중 가장 쉬운 캐릭터가 있었다면요?

▲ '쉬운 연기'라고 하긴 뭐하지만, 저는 이상하게 표독스러운 역이나 누군가를 꼬드기거나 아양을 떠는 역을 많이 맡아요. 특히 최근 한 달 동안에는 계속 그랬어요. 제가 갖고 있는 특유의 '못된' 표정 연기가 있대요. 스태프 분들이 연기를 모니터하시면서 '역시 김하영!' 하세요.(웃음) 실제 성격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 말이죠.

- 반대로 가장 어려운 연기는요?

▲ 제일 무난할 것 같고 평범할 것 같은 역이 오히려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실화를 재구성하는 내용에서 개성이 뚜렷하거나 특이한 인물들이 많이 등장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평범한 역을 연기하면 "안녕하세요" 대사 하나만 하더라도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ohsoy@sportsq.co.kr

[히든스타 릴레이①] 김하영, "'편히 볼 수 있는 배우'가 꿈" 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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