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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스타 릴레이] (5) 김선은, "카메라 갖고 노는 '생활연기' 달인 꿈꾸죠"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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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스타 릴레이] (5) 김선은, "카메라 갖고 노는 '생활연기' 달인 꿈꾸죠" (下)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02.11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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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스타 릴레이]⑤ 김선은, "연기의 맛? 분량 늘어가는 짜릿함" 上 에서 이어집니다.

[스포츠Q 글 오소영 · 사진 노민규 기자] '서프라이즈' 출연 이후 생겼던 팬카페는 현재 방치(?)돼 있다. 스케줄도 올리고 팬들과 모임도 가졌지만 지금은 절반의 회원만이 남았다.

"카페 운영자 분이 결혼하며 운영 권한을 제게 넘겼어요.(웃음) '오빠가 관리하세요' 했죠. 하하하."

이 때문에 팬들과 직접 만나는 '정모'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 번밖에 갖지 못했지만, 김선은은 이후로도 계속해 여러 출연작에서 연기하며 꾸준히 성장 중이다.

 

◆ 카메라 앞 연기 뛰어넘는 생활 연기의 달인 되고 싶어요

- 지금처럼 대본 분석을 열심히 하는 계기가 있었나요.

▲ 박철민 배우의 인터뷰를 보고 느끼는 게 많았어요. 단역 생활을 오래 했는데, 단역을 연기할 때도 애드리브를 준비하고 어떻게 연기할지 여러 가지 버전을 준비해 갔다고 하시더군요. 지금은 누구나 아는 배우가 되셨잖아요. 저도 대본을 보면서, 아주 짧은 분량이라 분석할 게 없는데도 조금이라도 다른 버전으로 해 볼까 좀 더 생각하고 공부해요. 비록 열 번 해 가면 여덟 번은 편집이지만, (웃음) 노력은 계속해야죠.

- 2001년 데뷔해 연기한지 15년차인데요.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 예전에는 '맡은 연기를 NG 없이 해야겠다' 생각만 했던 것 같아요. 특히 단역을 맡을 땐 늘 새로운 촬영장에 가니까 낯선 환경에서 잘 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어쩌다 컨디션이 안 좋아 연기를 못 했을 때도 '저 사람은 늘 연기를 못 하는 사람'이라는 선입견을 갖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지금은 나무보다 숲을 보게 됐어요. 카메라 앞에서 NG 없이 촬영하고, OK를 받는 데 만족하는 게 아니라 그 이상에 대해 생각하게 된 거죠. 이제 좋은 기회를 만나 주조연으로 출연하게 된다면, 열심히 작품 분석을 하고 공부해서 정말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카메라 앞에서 NG 없이 하는 촬영을 넘어서길 원하는 거군요.

▲ 단역은 NG를 안 내면 무조건 현장에서 좋아하시거든요. 과장해서 얘기하면, 주조연들을 빛내는 소품같은 역할이죠. 크게 연기력을 보지도 않고, 흐름에 지장도 없으니까요. 어느 날은 한 쪽 반 정도의 분량의 대사를 외워서 잘 해서 박수를 받았는데, 막상 방송을 보니 별로인 거예요. 고민 후 결론을 내린 게, 제가 현장의 OK 사인을 받는 데만 익숙해졌고, 만족했단 걸 알았어요.

요즘은 연극 무대에서 경험을 많이 쌓고 TV에 출연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런 분들은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게 아니라, 카메라를 '갖고 노는' 연기를 하는 것 같아요. 정형화되지 않은, 창의적인 연기를 하죠.

정우, 이희준, 박철민 씨 등 배우들을 소위 '생활연기'의 달인이라고 하잖아요. 일반적인 카메라 동선대로 움직이지 않고, 자신의 스타일대로 연기하는 모습이 신선하고 자연스럽게 보이는 것 같아요. 이런 배우들을 보면서 많이 배우죠.

◆ 철없던 시절 두 번의 기회 떠나 보냈지만 이제 제대로 잡아야죠

- 부모님의 반대는 여전한가요?

▲ 30대 초반까지도 부모님은 반대를 많이 하셨어요. 삶과 수입이 불규칙하다보니 다른 일을 권하셨죠. 하지만 다른 일을 하더라도 연기를 병행하고 싶어요. 이제 막 연기의 전체적인 그림이 보이기 시작해서, 놓고 싶지 않거든요.

지금은 퇴직 후 귀농해 계시는데, 텔레비전 속 저를 보는 낙이 있다고 하세요. 나름대로의 효도로 더욱 더 저를 자주 보여드리고 싶어요.

 

- 어떤 배우가 되는 게 목표인가요?

▲ 뭘 맡아도 자기 것으로 만드는 연기자가 돼서, 저를 믿고 쓰는 배우가 되는 거예요. 이 사람은 믿고 일을 맡길 만하다, 라는 생각을 갖게끔 하는 사람이 되는 거죠. 재구성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전해 들은 말이 있는데, 감독님께서 "이 배우는 지속적으로 캐스팅하자"고 말씀하셨대요. 인정받는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어요. 하지만 일반 드라마에서는 저를 아는 사람이 아직 많이 없거든요. 단역 연기에 OK는 받지만 '이 배우를 기억해뒀다가 나중에 일을 맡겨야지' 각인까지는 안 된 거죠. 앞으로 성장하고 싶어요.

사람의 인생에는 세 번의 기회가 온다고 하잖아요. 제게 첫 번째는 '결혼은 미친 짓이다' 출연이었어요. 감우성 씨 동생으로 나왔는데, 이미지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오디션에 붙어 촬영하게 됐죠. 감우성씨가 '연기를 계속 할 건지, 취미로 하는 건지' 물어보셨어요. "이미지가 좋다"며 "연기자 소속사가 있는데 소개해줄까?" 하셨죠.

저는 당시 홈쇼핑 모델, 광고 촬영으로 대학생 신분에 돈을 많이 벌었을 때였어요. 취미로 하는 거라고 말씀드렸죠. 참 건방졌던 거예요. 단역에게 그렇게 신경써서 말씀해주신 건데 아주 거만한 대답이었죠. 나중에 후회를 많이 했어요. 그래서 지금 고생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웃음)

 

두 번째는, 마찬가지로 어릴 때 얘기예요. 지인이 유명한 PD님을 소개해줬는데, 프로그램 출연에 대해 얘기하다 오해가 생겨 감독님께 연기할 의지가 없는 사람처럼 보였던 거예요. 저는 오해인지도 모르고 있었어요. 이후 방송사 연기자 공채 시험에서 3차까지 붙었는데, 면접에서 감독님을 마주했고 별 질문을 받지 못한 채 떨어졌어요. 그제야 오해가 있었단 걸 알고 낙담해 두 달쯤 폐인으로 살았죠.

이렇게 소중한 기회들을 놓친 지금, 세 번째 기회가 온다면 정말 잘 잡을 수 있어요. 열심히 하면 좋은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취재후기] 낯을 가린다는 말과 달리 첫 만남에도 김선은은 친근했고, 유머감각을 갖춘 다양한 면이 있는 배우였다. 또한 30대 후반의 나이를 실감할 수 없을 정도로, 20대와 얘기하는 듯 젊은 느낌이 있었다. 스스로는 "철이 안 들었다"고 했으나 젊은 감각 역시 연기에도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을 것 같았다. "카메라를 갖고 노는 배우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고 "믿고 쓰는 배우가 되는 게 꿈"이라는 그의 말처럼, 김선은의 성장을 더욱 기대해 본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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