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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스타 릴레이] (5) 김선은, "연기의 맛? 분량 늘어가는 짜릿함"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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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스타 릴레이] (5) 김선은, "연기의 맛? 분량 늘어가는 짜릿함" (上)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02.11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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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짧은 시간 안에 매회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사람들'. 2002년 시작해 올해로 14년째를 맞는 장수 프로그램 '신비한TV 서프라이즈'를 대표로, '실화극장 그날', '기막힌 이야기-실제상황' 등은 실화를 재구성해 극으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배우는 역에 따라 얼굴을 바꾸는 이들이지만, 특히 이들 프로그램에서는 매회 새로운 역을 맡는 '만능'이 된다. 스포츠Q는 숨은 별빛들, 즉 '히든스타'들의 이야기를 담은 릴레이 인터뷰를 싣는다.

 

[스포츠Q 글 오소영 ·사진 노민규 기자] '이 배우 누구죠?' 요즘 온라인에는 MBC 주말드라마 '장미빛 연인들'의 백장미(한선화 분)와 일하는 본부장 역 배우의 이름을 묻는 질문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이 질문의 주인공은 배우 김선은(37)이다.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꽤 된다"고 말을 건네자 김선은은 이실직고(?)부터 했다.

"사실 그 중에 몇 번은 제가 답변한 것도 있어요. 모르는 척 제가 스스로 저를 소개했죠. 하하하."

◆ 연기의 맛? 분량 늘리는 짜릿함 있죠

김선은은 '장미빛 연인들'에 이따금 등장하지만 처음부터 고정 출연은 아니었다. 1회만 출연하기로 했으나, 김선은이 대본을 분석해 애드리브 대사를 넣는 등 노력한 것에 분량이 늘어나게 됐다.

"대사도 짧고 그냥 '지나가는' 역이라, 단역이 뭔가를 더 한다는 것에는 용기가 필요해요. 애드리브를 한다든가 뭔가를 첨가하는 것을 싫어하시는 제작진 분들도 있죠. 다행히 '장미빛 연인들' 제작진 분들은 예쁘게 봐주셨는지, 역할을 조금씩 넣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죠."

드라마의 주연인 경우 대본 위에 나오지 않은 것들에 대해 캐릭터 해석을 덧붙이는 것이 당연하지만, 단역의 경우 오히려 '방해'로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때문에 김선은도 극 내용을 흐리지 않을 정도로, 주어진 상황에 어울리는 대사를 넣는다.

"대본에 '장미씨, 회장님과 어떻게 아는 사이야? 놀랐어'가 끝이라면 '그런 정보 있으면 나한테도 알려주지' 이렇게 한 마디 덧붙이는 거죠. 그런데 대부분 편집돼요.(웃음) 가끔 제가 덧붙인대로 촬영한 장면이 방송으로 나갈 때면 기분이 정말 좋죠."

▲ MBC 드라마 '장미빛 연인들' 출연 모습. [사진=방송 캡처]

드라마 '김약국의 딸들' 역시 1회분 출연 예정이었지만, 이런 노력으로 26회로 분량이 늘어났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에 출연한 '왕의 얼굴'은 인상적인 촬영장이었다. 김선은은 감옥에 갇힌 광해군(서인국 분)에게 백성의 뜻을 전하는 장면에 출연했다.

"장면의 동작과 동선에 대해 생각은 했지만, 단역이 의견을 말하면 주제넘을까 싶었죠. 하지만 감독님은 연기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존중해 주셨어요. 제 의견도 받아들여져 반영해 촬영했는데 정말 감사했어요. 이렇게 제 의견이 반영되고 참여한 느낌이 들면 분량은 짧아도 보람을 느껴요. 이런 좋은 촬영장에서 고정으로 연기하는 주연배우들은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 교육자 집안의 반대, 고3시절 몰래 연기학원 다니며 꿈 키워

김선은이 배우를 꿈꾸게 된 것은 어린 시절 막연히 '연예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서부터 시작했다. 가수, 배우를 꿈꾸며 그들을 따라서 노래와 춤을 춰 보기도 했다. 당시는 현재 가요기획사처럼 가수를 키워내는 육성 시스템이 자리잡지 않았던 때였다.

"충무로에서, 방송국 앞에서 캐스팅됐다는 스타들의 인터뷰를 읽고 막연히 방학 때면 충무로와 방송국 앞을 다녀보기도 했죠. 그런데 그런다고 캐스팅이 되나요.(웃음)"

교육자 집안의 부모님은 명문고를 다니며 공부를 잘 하는 아들을 반대했다. 김선은은 고3시절, 집에는 입시학원이라고 둘러댄 채 몰래 연기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한양대학교 경제학과에 진학한 이후로도, 드라마 보조출연을 해 보고 오디션을 보며 연기 활동을 계속했다. 광고 모델을 시작으로, 연기자로는 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로 데뷔했다.

이색적이라면 이색적인 경력도 있다. 홈쇼핑이 처음 등장했던 2000년대, 홈쇼핑 모델을 시작해 6년간 일하기도 했다.

"저는 '생활가전 모델'이었죠. 취한 아빠가 집에 들어와 냉풍기 앞에서 '시원하다!' 놀라는 그런 모습, 아시죠? 냉장고, 세탁기같은 생활 가전제품을 이용하며 연기하는 거예요. 몇 시간씩 드라마를 촬영하는 게 아니라 하루 한 시간만 하면 되니까 너무 편했어요. 돈도 많이 벌었고요. 솔직히 이 일로 평생 살면 되겠다는 생각도 했었어요.(웃음)"

 

하지만 하루 한 시간씩 생방송을 위해 시간을 비워야 했으니 다른 촬영을 병행하기 어려웠고, 버는 돈에 만족하며 원래 꿈이었던 연기자와는 점점 멀어지는 걸 느끼게 됐다. 김선은은 과감히 일을 그만뒀다.

"연기자가 꿈이었으니 연기를 집중적으로 해 보자는 생각에 그만뒀죠. 그런데 연기만 하니까 생활이 어려운 거예요. 후회했죠.(웃음) 일이 하나도 없어서 3개월을 쉰 적도 있는데, 이때는 정말 막막했어요."

이후 드라마 '김약국의 딸들', 'TV소설 복희 누나' 등에 출연했다. 특히 '복희 누나'에서는 고봉수 역을 맡아 총 130부작 중 80부작을 찍었다.

◆ 사극전문배우로 살았던 '역사속으로', 주인공 되면 날개 단 듯 자유롭죠

김선은은 가끔 "'서프라이즈' 출연 배우 아니세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10년 전 5회 동안 출연했음에도 지금까지도 그 때를 기억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시청률이 높아 파급력이 큰 것 같아요. 5회만 나갔을 뿐인데 팬카페도 생겼거든요. 또 제가 나갔던 방송은 재방송을 많이 해서 그런지 여전히 알아보시는 분들이 있어요. 굉장히 오래 전 일인데, 지금까지 알아보셔서 그 힘을 느꼈죠."

▲ '사극 전문 배우'라는 별명을 듣기도 했다. [사진=김선은]

선조들이 남긴 유물에 얽힌 생활사, 이야기를 보여주는 KBS '시간여행 역사속으로'에서는 1년간 주인공으로 살았다. "수염이 잘 어울린다"는 평을 받으며 이를 비롯해 많은 사극에서 연기해 '사극 전문 배우'로 불리기도 했다.

주말드라마 등에서 그는 잠깐씩 등장하지만, '기막힌 이야기-실제상황' 등 실제 사건을 재구성하는 프로그램에서는 한 회를 책임지는 주인공이 된다. 촬영 여건상 빠른 시간 내에 찍어야 하는 한계는 있지만, 주인공으로서 좀 더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는 것은 매력적이다.

"미니시리즈에 잠깐 등장을 위해 한 시간 찍어서 받는 출연료보다, 하루종일 찍는 재구성 프로그램의 출연료가 더 적을 때도 있어요. 그런데도 스트레스가 풀리고 정말 좋아요. 단역은 좀더 자유롭고, 하고 싶은대로 연기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쉬우니까요."

"'복희 누나'에는 고정 출연이었지만 비중이 큰 역은 아니었어요. 극중에서 함께 일하는 공장 사람들과 대여섯 명이 한꺼번에 화면에 담기는 장면을 찍을 때가 있는데, 모두가 화면에 나오려면 고개나 자세를 제한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연기를 자연스럽게 하려면 다양한 제스처나 몸을 움직이는 게 필요했는데, 그게 안 되니 어색한 모습을 보여주게 된 거죠. 그래서 항상 공장에서 일하는 장면을 찍을 때면 자세 변화 없이 덜 자연스러운 연기를 했어요. 

비중이 있고 촬영장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좀더 자유롭고, 하고 싶은대로 연기할 수 있겠지만 그런 위치가 아니었으니까요. 이런 면에서 좀 더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는 장을 원하게 돼요. 

 

물론 촬영장에 한계가 있다고 해서 포기하지는 않는다. 김선은은 한계 속에서도 좀더 자유롭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기 위해 다양한 방면에서 노력 중이다. 

[히든스타 릴레이]⑤ 김선은, "카메라 갖고 노는 '생활연기' 달인 꿈꾸죠" 에서 이어집니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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