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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킬미,힐미' 종영, '로맨틱 코미디' 이면의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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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킬미,힐미' 종영, '로맨틱 코미디' 이면의 '치유'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03.13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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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오소영 기자] 12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킬미,힐미'는 해리성 인격장애를 앓는 주인공 차도현(지성 분)이 자신의 7중 인격을 정신과 레지던트 오리진(황정음 분)을 만나 치료해 가는 내용이다.

극 초반 '킬미, 힐미'는 '로맨틱 코미디'라고 불렸다. 하지만 12일 20부까지 모두 방송된 지금은 '로코'라고만 표현하기는 아쉽다. 이는 1회 중 오리진의 대사에서부터 예고했던 내용일지 모른다.

오리진은 자신과 낭만적 분위기를 자아내던 신세기(차도현의 다른 인격)가 갑작스럽게 주변 폭력배에 맞서 싸우려 하자 당황하며 외친다. "왜 장르가 로코에서 액션으로 바뀌지? 이게 뭐야? 에로야? 브로맨스야?"

▲ MBC '킬미, 힐미' 20회 [사진=방송 캡처]

그 대사처럼 '킬미,힐미'는 다양한 모습을 오갔다. 차도현의 인격들과 오리진이 만나며 일어나는 다양한 상황들이 빚어내는 '코미디', 차도현을 오리진이 치료하며 일어나는 두 사람 간 '로맨스', 차도현이 왜 다중인격을 갖게 됐는지 이유를 풀어가는 '추리' '미스터리', 인격 중 하나인 여고생 안요나와 오리온(박서준 분)이 빚어내는 브로맨스 아닌 브로맨스도 있었다.

다양한 분위기, 복잡한 사건을 오갔으니 평 또한 갈린다. 중간 시청층 유입이 쉽지 않다는 약점으로 시청률은 높지 않았으나, '킬미, 힐미'의 시청자들은 하나같이 "더 많은 사람들이 보지 못해 안타까운 드라마"라고 예찬한다.

이는 7개 인격을 표현한 지성의 연기력, 여느 드라마 속 여린 여주인공과 달리 씩씩한 황정음 등 다양한 이유가 있다. 이중에서도 '킬미,힐미'의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의 매력을 "'로코'의 재미도 놓치지 않으면서 시청자를 치유한 힐링극"이란 점을 꼽는다.

▲ MBC '킬미, 힐미' 20회. 차도현(오른쪽)은 자신의 또다른 인격 신세기(왼쪽)와 '인격 통합'에 성공한다. [사진=방송 캡처]

◆ 사연있는 '다중인격'들, 팬 안 될 수 없었다

7개의 인격은 부잣집 아들 차도현, 옴므파탈 신세기, '폭탄 제조 전문가' 페리박, 자살을 시도하는 고등학생 안요섭, 여고생 안요나, 어린 여자아이 나나, 마지막회가 돼서야 정체가 밝혀진 미스터 X다.

성별, 연령, 직업 등 다양한 범주를 넘나드는 이 인격들은 단순히 '다중인격' 소재 때문에 만든 캐릭터가 아니었다. 차도현이 다중인격을 갖게 된 이유를 따라가 보면 이 인격들이 왜 생겨났는지를 알 수 있다. 어린 시절 차도현은 오리진을 학대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게 됐고, 그는 충격적인 기억을 부정하고, 충격과 고통을 대신 받아줄 다른 인격을 만들어냈다.

'신세기'는 아버지에게 순종적이었던 차도현이 그에게 반항하며 공격적인 면을 보여주며 생긴 인격이었고, 페리박은 아버지의 폭력적인 모습을 보기 전 단란했던 기억에서 나온 인격, 죽고 싶다는 생각에 생겨난 인격 안요섭 등 각 인격들은 자신의 사연을 갖고 있다.

각 인격을 탁월하게 연기하는 지성의 모습을 보는 재미도 있었지만, 이들만의 아픈 사연이 있다는 점은 시청자를 이들 인격의 팬으로 만들었다. 치료를 위한 인격통합으로 인격들이 사라지는 모습은 시청자에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 MBC '킬미, 힐미' 20회 [사진=방송 캡처]

◆ 성장 겪는 10~20대 공감 많아, '용서' 강요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치유' 표현

'킬미, 힐미'는 특히 10~2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TV 시청률은 그렇게 높지 않았으나 온라인 반응은 뜨거웠다. 극중 상황과 대사는 사회생활을 갓 시작했거나 어른이 돼 가는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킬미, 힐미' 시청자 박세영(26·서울 용산구)씨는 "'킬미힐미' 속 대사가 내 상황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다. 드라마 속 다중인격까지는 아니지만 고민하고 스스로 싸우며 살아가는 내 삶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다중인격인 자신을 돌연변이라고 자조하며 자살하려는 인격 안요섭을 말리는 오리진의 대사를 인용했다.

"돌연변이가 아냐. 너 혼자만 그런게 아냐. 누구나 마음 속에 여러 명이 살아. 죽고 싶은 나와 살고 싶은 내가 있어. 포기하고 싶은 나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내가 매일매일 싸우면서 살아간다구. 넌 싸워볼 용기조차 없는 거잖아."

또한 12일 방송한 마지막회에서 차도현의 아버지 차준표(안내상 분)를 맞닥뜨린 오리진의 대사는 시청자들의 지지를 얻었다. 차준표는 차도현이 다중인격이 된 데 궁극적인 이유를 제공했고, 어린시절 오리진을 학대한 사람이다. 보통의 드라마라면 그를 극적으로 용서하는 장면을 그렸을 테지만, 오리진은 현실적으로 대응했다.

"우리한테 용서와 이해를 강요하지 마세요. 만약 내가 당신을 용서하고 이해하기 노력한다면 당신 때문이 아니라 이 사람(차도현) 때문일 거야. 왜냐하면 당신 대신 이 사람이 평생 미안해 했고 용서를 구했고 보호해 줬으니까. 그러니까 당신은 그냥 기다리세요. (차도현에게) 나가자. 어디든 도망치자. 무서웠던 기억으로부터."

김진영(30·서울 영등포구)씨는 "아동학대 가해자 등 어떤 사건의 가해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대사"라며 "'킬미, 힐미'의 코믹함과 다중인격은 판타지처럼 보이지만 이런 면에서 현실적이기도 했다"고 평했다.

이런 공감은 마지막회의 차도현의 마지막 대사에서 극대화됐다. 차도현은 모두에게는 잊고 싶은 어두움이 있으며, 이를 치료하는 것은 '사랑'이라는 드라마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누구나 마음속에 어두운 지하실이 있다. 외면하고 방관하면 그 어둠이 짙어진다. 용기내 내려가 불을 켜야 한다. 혼자가 무섭다면 누군가의 손을 잡으면 된다. 당신과 함께라면 무섭지 않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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