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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LPGA 코리안 돌풍의 원천, 진화하는 매니지먼트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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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LPGA 코리안 돌풍의 원천, 진화하는 매니지먼트의 힘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4.20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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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선수 매니지먼트 역사 10년 안팎…아직 걸음마 단계임에도 선수 기량 향상 긍정 효과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잠잠해진 것으로 보였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한국 돌풍이 다시 불기 시작했다. 한국 선수들의 LPGA 돌풍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선수들에 대한 매니지먼트를 통해 기량이 향상됐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세영(22·미래에셋)이 19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 오아후섬 코올리나 골프클럽에서 끝난 2015 LPGA 롯데챔피언십에서 박인비(27·KB금융그룹)와 함께 벌인 연장 접전 끝에 시즌 2승을 거두면서 한국 선수들이 올 시즌 올린 승수는 6승으로 늘어났다.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8·한국명 고보경)까지 포함하면 7승이다.

이처럼 LPGA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이 선전하고 있는 것은 물론 경기력 향상과 두꺼운 선수층이다. 그러나 선수들을 관리하고 있는 에이전시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골프계 전반적인 의견이다. 전문 관리를 받게 되면서 선수들이 운동에만 집중하게 돼 기량 향상에 속도가 붙었다는 것이다.

◆ 아직 초보단계 매니지먼트, 그래도 경기력 향상엔 긍정적

개인 종목이라 할 수 있는 골프는 매니지먼트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그러나 국내 골프계에서 선수들이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에이전시와 계약하는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박세리(38·하나금융그룹)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면서 골프 매니지먼트의 효시로 꼽히는 세마스포츠마케팅이 설립된 것이 2002년 11월의 일이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선수들의 모든 일거수일투족은 가족들, 특히 아버지들이 담당했다. 이 때문에 나온 신조어가 바로 '골프 대디(golf daddy)'였다. 박세리의 부친인 박준철 씨도 골프 대디의 원조격으로 딸의 초창기 미국 진출 당시 매니지먼트를 모두 담당했다.

하지만 지금은 자녀 선수의 모든 것을 총괄 관리하는 골프 대디는 그 숫자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한때 미국 언론들은 한국 선수들이 선전하고 있는 것에 대해 골프 대디의 영향이 크다며 비아냥 섞인 기사를 내놓곤 했지만 이제는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스포츠 매니지먼트를 전문으로 담당하는 에이전시가 선수들의 관리를 맡고 있다.

아직 국내 스포츠 마케팅 시장 자체가 협소하기 때문에 모든 선수들이 에이전시와 계약을 맺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여자프로골프(KPGA) 상위권 선수나 해외에 진출한 선수는 대부분 매니지먼트 에이전시를 두고 있다. 그만큼 세분화되고 전문화된 업무 처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용철 서강대 교수는 "무엇보다도 전문적으로 매니지먼트를 해주는 에이전시가 있다면 스폰서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찾게 된다"며 "물론 스폰서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반대로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훈련을 하고 심리 훈련까지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국내 스포츠산업 시장에서 스포츠 매니지먼트 분야가 걸음마 단계인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에이전트제도 자체가 축구나 골프 등 일부 종목에 국한되어 있어 스포츠산업 선진국처럼 전문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아직까지 골프 선수들의 매니지먼트는 비즈니스, 이 가운데 스폰서 계약 체결에 집중되어 있다. 선수들에 대한 개인 코칭 등 경기력을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직까지 구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그럼에도 한국 선수가 LPGA 무대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제한적이고 일차원적인 매니지먼트에도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지는 효과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 일상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일이나 업무를 선수가 아닌 에이전트가 따로 맡아 처리함으로써 선수들이 훈련과 경기에만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것만으로도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이는 한국 선수들의 승수 쌓기가 골프 선수들의 매니지먼트가 시작된 2002, 2003년부터 본격화됐다는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1998년 5승, 1999년 6승, 2001년 7승을 거두긴 했지만 이 가운데 대부분은 박세리(1998년 4승, 1999년 4승, 2001년 5승)의 몫이었다.

그러나 통상 두세 명 정도에 그쳤던 한국 선수의 우승이 2002년부터 4명 이상으로 급증했다. 이와 함께 2002년 한국 선수들이 거둔 승수도 9승이나 됐다. 2005년에는 8명의 선수가 8승을 나눠가졌고 2006년 무려 9명의 선수가 11승을 합작한 것만 보더라도 매니지먼트를 받기 시작한 한국 선수들의 고른 기량 향상을 엿보게 한다.

지난해는 한국계 선수들의 승수가 무려 16승이나 된다. 리디아 고와 미셸 위 등 교포 선수를 제외한 한국 국적의 승수만도 11승이다.

◆ LPGA 한국 선수들의 대활약, 보다 체계화된 매니지먼트 필요

또 매니지먼트 에이전시를 따로 두고 있지 않지만 각 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골프단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한화골프단에는 신지은(23)을 비롯해 강혜지(25), 이선화(29), 김인경(27) 등 LPGA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소속돼 훈련을 하고 있다. 현재 한화골프단에는 LPGA에서 뛰는 선수 10명과 KLPGA에서 활약하는 11명 등 21명의 선수가 있다.

한화의 경우 한화호텔&리조트의 전국 리조트망과 골프장을 활용, 선수들이 대회에 참가할 때 숙박 지원과 훈련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KLPGA 선수들에 대해서는 이동식 트레이닝센터를 직접 경기장에 파견해 선수들의 체력 보완과 부상방지 운동을 지원하기도 한다.

롯데그룹 역시 롯데마트가 2011년 골프단을 창단하면서 김효주(20)와 메인 스폰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롯데는 골프단을 운영하던 하이마트를 인수하면서 골프단의 몸집을 키우기도 했다.

하나금융그룹 골프단도 박세리뿐 아니라 호주교포 이민지(19), 허미정(26), 유소연(25) 등과 함께 하고 있다.

몇몇 선수들은 기업이 운영하는 골프단에 소속되어 있으면서 에이전시의 전문 매니지먼트를 받기도 한다. 유소연은 IB월드와이드에 있고 김효주는 지애드커뮤니테이션을 인수한 YG플러스의 매니지먼트를 받고 있다.

앞으로 한국 선수들의 돌풍이 계속 이어지기 위해서는 더욱 진화된 매니지먼트가 필요하다. 선수들에 대한 스폰서 계약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세무 관리 등 모든 금전적인 서비스와 체계적인 훈련과 심리훈련 지원까지 종합적으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선수들의 기량이 더욱 올라갈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장달영 스포츠 전문 변호사는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에이전시의 역할이 어디까지로 확대되느냐에 따라 선수들에 미치는 영향도 다를 것이다. 아직까지는 스폰서 유치라는 업무에 제한되어 있다"며 "체계적인 훈련시스템까지 지원할 수 있게 된다면 선수들의 기량은 더욱 향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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