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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닝맨 자막 논란 "탁 찍으니 엌"...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희화화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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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닝맨 자막 논란 "탁 찍으니 엌"...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희화화 했나
  • 김지원 기자
  • 승인 2019.06.03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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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지원 기자] SBS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이 부적절한 자막 사용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2일 오후 방송된 '런닝맨'에선 팬미팅 준비를 위한 '런닝맨 굿즈 제작 레이스'가 펼쳐졌다.

출연진들이 추리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김종국이 "노란팀(이광수,전소민)은 1번에 딱 몰았을 것 같다"고 하자 전소민이 사레 들린 듯 연거푸 기침을 했다.

논란이 된 것은 이 상황에서 제작진들이 띄운 자막이었다.

논란이 된 자막은 "(1번을) 탁 찍으니 엌 사레 들림'이었다. 이 자막이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희화화했다는 것. 방송 후 누리꾼의 지적과 비판이 이어졌다.

 

[사진 = SBS '런닝맨' 자막 논란 캡처]
[사진 = SBS '런닝맨' 자막 논란 캡처]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은 1987년, 서울대학교 학생이던 박종철이 경찰에 연행되어 남영공 대공분실에서 심문을 받다가 가혹한 고문으로 인해 사망한 사건이다. 경찰은 당시 이 사건을 단순 쇼크사로 은폐하기 위해 기자회견에서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쓰러졌다"고 해명했다.

2017년 개봉한 영화 '1987'이 이 사건을 소재로 해 당시 사회를 겪지 않은 젊은 층에게도 널리 알려졌다.

SBS '런닝맨' 제작진 측은 3일 "자막은 당시 녹화 상황에 대한 풍자의 의미로 쓴 것일 뿐 언급되는 사건에 관해 어떤 의도도 없다"면서도 "자막을 보고 불편하신 분들이 있을 수 있다. 앞으로 더 주의해서 제작하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적지 않은 누리꾼들은 피해자가 있는 아픈 역사를 풍자의 의도로 활용한 것에 대해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누리꾼들은 "진짜 소름끼친다", "저건 풍자가 아니라 조롱"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희화화 의도는 없었다 하더라도 예능이 가볍게 웃음을 주는 장르인데 비극적인 사건, 사고를 연상케 하는 것을 웃음의 소재로 쓰는 것은 부적절한 행위다. 이런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현업에서 뛰는 제작진은 물론 윗선의 책임자들도 경각심을 갖고 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이 희화화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채널A 예능 프로그램 '도시어부'도 지난해 1월 물고기를 들어올리는 장면에서 '탁 치니 억 하고 올라오는 대물 벵에돔'이라는 자막을 내보내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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