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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두산베어스 유희관, LG트윈스 이우찬에 앞선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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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두산베어스 유희관, LG트윈스 이우찬에 앞선 것은?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07.11 2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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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선발 투수의 역할론을 따질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퀄리티스타트(QS)다. 6이닝 3실점은 평균자책점 4.50으로 결코 선발로서 합격점에 해당하는 기록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두산 베어스 유희관(33)과 LG 트윈스 이우찬(27)의 결과는 아쉬웠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박수를 받을 만 했다.

유희관과 이우찬은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프로야구) 시즌 11차전에서 선발 맞대결을 벌였다.

둘 모두 아쉬움은 있었다. 그러나 결이 달랐다. 유희관의 것이 결과에 대한 것이었다면 이우찬은 과정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 [잠실=스포츠Q 안호근 기자] 두산 베어스 유희관(왼쪽)이 11일 LG 트윈스전 노련함을 앞세워 시즌 6승 째를 챙기며 이우찬에 판정승을 거뒀다.

 

전날 전국이 장마영향권에 접어들며 올 시즌 최초 5개 구장 동시 우천 취소됐다. 그러나 두산과 LG는 선발 투수를 변경하지 않았다. 유희관과 이우찬 모두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는 선발 카드였다.

유희관은 6이닝 동안 105구를 던지며 9피안타(1피홈런) 2볼넷 2탈삼진 4실점(3자책)했다. 동점 상황에서 물러났지만 타선이 힘을 내며 8-4 승리, 시즌 6번째(6패) 승리를 챙겼다. 이우찬은 5이닝 동안 91구 3피안타(1피홈런) 4볼넷 3탈삼진 4실점.

유희관은 많은 피안타에도 노련한 피칭으로 위기를 타파했다. 2회 김현수에게 2루타, 유강남에게 홈런을 맞은 뒤 오지환에게 다시 우익선상 3루타를 맞으며 1사 3루에 몰리고도 흔들리지 않았다.

볼배합에 비밀이 있었다. 좌타자 서상우를 상대로 초구 체인지업을 던져 스트라이크를 잡아내더니 이후 연속 5구를 모두 타자 바깥쪽으로 달아나는 슬라이더를 던져 결국 삼진을 잡아냈다. 또 다른 좌타자 김용의에게도 초구부터 7개 연속 슬라이더만 던지며 땅볼을 유도해 위기를 넘겼다.

3회말 다시 상위타선을 만난 유희관. 이천웅에게 좌전 안타를 맞고 정주현, 이형종을 잡아냈지만 타석엔 천적 김현수가 들어섰다. 끈질기게 슬라이더로 범타를 노렸지만 7구 승부 끝에 볼넷을 내준 뒤엔 2회 홈런을 맞은 우타자 유강남을 만났다. 그러나 이번엔 당하지 않았다. 승부구가 확실했다. 3구 모두 체인지업을 던졌는데 처음엔 바깥쪽 공으로 스트라이크를 잡아냈고 2구 떨어지는 공이 볼이 되자 3번째 공은 눈에 잘 들어오는 공으로 결국 1루수 땅볼을 유도, 2사 1,2루 위기에서 벗어났다.

 

▲ 유희관이 영리한 투구로 시즌 6승 째를 챙겼다. [사진=연합뉴스]

 

4회 1점을 더 내준 유희관은 4-3 1점 리드에서 5회말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이천웅을 안타로 내보낸 뒤 정주현의 기습 번트 때 문제가 생겼다. 1루수 오재일과 동선이 꼬이며 악송구를 범했다. 무사 2,3루. 이형종을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웠지만 그 사이 동점주자가 홈을 밟았다.

이후 1사 2루에서 유희관은 김현수를 상대로 상대로 사실상 고의사구를 택하며 홈런을 내줬던 유강남을 택했다. 전 타석과 마찬가지로 다시 체인지업을 던지며 2루수 뜬공으로 한숨을 돌렸다. 이어 김민성에게도 끈질기게 체인지업을 던졌지만 3-1에 몰리자 시속 131㎞짜리 속구를 던져 우익수 뜬공, 역전 위기에서 벗어났다.

허구연 해설위원은 “유희관이 김현수를 볼넷으로 내보내고 유강남과 김민성을 잡아내는 걸 보면 느림의 미학 속 얼마나 많은 연구를 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며 “김민성에게 시속은 131㎞에 그쳤지만 체감 속도는 또 다르다. 스핀이 빠른공에 걸리는 게 좋아 실제 위력은 더 크다”고 밝혔다.

이날 유희관은 105구를 던졌는데 속구(30구)를 바탕으로 좌타자에겐 슬라이더(44구), 우타자에겐 체인지업(23구)를 적절히 섞어 효과적인 피칭을 했다. 영리한 투구로 6회까지 마운드에서 버틴 유희관은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은 3.08로 다소 올랐지만 시즌 6승(6패)을 챙긴 값진 호투였다.

 

▲ 올 시즌 LG 선발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이우찬은 결정적인 순간 내준 볼넷이 화근이 돼 아쉬움을 남겼다. [사진=연합뉴스]

 

경기 후 유희관은 “이렇게까지 슬라이더를 많이 던지지는 않았는데 캠프 때부터 많이 던졌다”며 “그런데 정작 올 시즌도 좌타자에게 더 좋지 않더라. 슬라이더를 더 예리하게 던져 주무기가 돼 좌타자를 잘 잡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반면 이우찬은 뛰어난 피칭에도 보완점을 남겼다. 피안타는 단 3개에 불과했지만 4실점했다. 문제는 볼넷이었다.

이우찬에겐 3회 실점 과정에 이러한 점이 잘 나타났다. 1,2회를 잘 막아낸 이우찬은 3회초 2점의 리드를 잡고 마운드에 올라섰지만 갑자기 흔들렸다. 1사에서 정수빈에게 돌연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고 이후 박건우에게 투런 홈런을 맞으며 동점을 허용했다.

이어 페르난데스에게 초구를 스트라이크로 던진 이후에도 연속 볼 4개를 던지며 흔들렸다. 최주환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고도 김재환과 오재일에게 연속 2루타를 맞고 실점은 4로 늘었다. 경기 전까지 피안타율 0.189로 우타자(0.228)에 비해 더 강했던 좌타자에게 볼넷을 2개나 내줬고 이 주자들이 모두 홈을 밟은 게 뼈아팠다.

91구 중 속구(47구)와 슬라이더(35구) 위주의 피칭을 펼쳤음에도 위력이 있었다. 그러나 아직은 담대함이 부족했다. 이날 4개의 볼넷을 내주는 과정에서 스트라이크는 단 2개였을 만큼 갑작스런 난조가 문제였다. 

선발 전환 이후 패배없이 5승, 등판한 8경기에서 팀은 모두 승리했지만 9이닝당 6.42개의 볼넷을 내준 이우찬이다. 특히 이날은 3회 4실점하는 과정에서 내준 볼넷 2개가 더욱 뼈아프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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