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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나 할렙, '전설' 윌리엄스 꺾을 자격 충분했다 [2019 윔블던 테니스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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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나 할렙, '전설' 윌리엄스 꺾을 자격 충분했다 [2019 윔블던 테니스대회]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07.14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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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루마니아에는 잔디 코트도 없다. 사실 나도 윔블던에서 우승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세계랭킹 7위 시모나 할렙(28·루마니아)이 생애 최초로 윔블던 테니스대회 정상에 섰다. ‘신예’ 313위 코리 가우프(15)와 ‘전설’ 10위 윌리엄스(37·이상 미국)를 모두 제압한 할렙은 윔블던에서 우승할 자격이 충분했다.

할렙은 13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윔블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테니스대회 12일째 여자 단식 결승에서 윌리엄스를 2-0(6-2 6-2)으로 제압했다.

지난해 프랑스오픈에 이어 두 번째로 메이저 대회를 제패한 할렙은 우승상금 235만 파운드(34억7000만 원)의 주인공이 됐다.

▲ 시모나 할렙(가운데)이 윔블던 테니스대회에서 우승한 뒤 시상식을 마치고 퇴장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할렙의 우승을 점친 이는 많지 않았다.

할렙은 윌리엄스와 상대전적에서 1승 9패 절대 열세였다. 루마니아 선수 최초로 윔블던 결승에 오른 할렙에게 이 대회에서만 7회 우승한 윌리엄스는 벅찬 상대라는 평가가 따랐다.

특히 윌리엄스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할 경우 메이저 대회 단식 24번째 우승으로 마거릿 코트(은퇴·호주)가 보유한 메이저 대회 여자 단식 최다 우승 기록과 동률이 된다는 점에서도 윌리엄스의 동기부여가 더 강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경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할렙이 초반부터 기세를 올리더니 불과 55분 만에 모두의 예상을 깨고 당당히 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했다.

할렙은 윌리엄스의 첫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상쾌한 출발을 알렸고 경기 시작 11분 만에 게임스코어 4-0을 만들었다.

윌리엄스의 몸이 채 풀리기도 전 할렙은 윌리엄스를 좌우로 넓게 움직이게 하는 앵글샷과 몸 쪽을 겨냥하는 목적타 서브를 앞세워 1세트를 선취했다.

▲ 할렙(왼쪽)과 세레나 윌리엄스가 경기를 마친 뒤 포옹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25분 만에 1세트를 내준 윌리엄스는 2세트 반격에 나섰다.

자신의 서브 게임으로 시작된 2세트에서도 먼저 실점한 윌리엄스는 곧바로 할렙의 각도 깊은 앵글샷을 받아내 15-15를 만든 이후 큰 소리로 포효, 승리에 대한 집념을 숨기지 않았다.

허나 게임스코어 2-2에서 시작한 자신의 서브 게임에서 연달아 백핸드 실수를 범했고, 이어진 자신의 서브 게임에서도 더블 폴트에 실책이 겹친 끝에 게임을 내 패색이 짙어졌다.

2017년 9월 딸 출산 이후 지난해 상반기 코트에 복귀한 윌리엄스는 엄마가 된 이후로는 지난해 윔블던과 US오픈에 이어 올해 윔블던까지 메이저 대회에서 준우승만 세 번째다.

할렙은 경기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루마니아에는 잔디 코트도 없다”며 “게다가 이렇게 체격이 크고 힘도 뛰어난 선수들 사이에서 내가 우승한다고는 도저히 예상하지 못했다”는 말로 감격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할렙은 이번 대회 전까지 투어 이상급 대회 단식에서 18차례 우승했다. 하드코트에서 10번, 클레이코트에서 7번 정상에 올랐고 잔디 코트 우승은 2013년 딱 한 번뿐이었다. 

신장 168㎝ 할렙은 180㎝가 훨씬 넘는 선수들이 즐비한 최근 투어 흐름에서 체격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윌리엄스는 175㎝로 키 차이가 크게 나진 않았지만 파워에서 대적하기는 역부족이었다.

▲ 할렙은 우승을 확정한 직후 감격한 듯 잔디 위에 쓰러졌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날 기록한 서브 최고 시속은 윌리엄스가 189㎞, 할렙이 173㎞였다. 준결승까지 기록한 서브 에이스도 9-45, 경기당 공격 성공 횟수 17-28 등 모든 기록이 윌리엄스의 우세였는데 할렙이 열세를 극복하며 새로운 역사를 만든 것이다.

할렙은 “10살 때 엄마가 '테니스에서 성공하려 한다면 꼭 윔블던 결승에는 올라가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이번 우승으로 소원이던 올잉글랜드클럽 회원이 됐다”는 구김살 없는 소감으로 큰 박수를 받았다.

2008년 프랑스오픈 주니어 단식에서 우승하며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할렙은 이후 세계랭킹 300위권에 머물다가 2009년 가슴 축소 수술을 받은 뒤 투어 정상급 선수로 날아올랐다.

2017년 그가 처음 세계 1위가 됐을 때나 지난해 프랑스오픈에서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했을 때도 가슴 축소 수술이 할렙의 성적 향상에 기여했다는 언급이 뒤따랐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점은 할렙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흘렸을 노력이란 사실을 간과해선 안된다.

할렙이 이번 대회 보여준 탄탄한 수비력과 '묘기샷'은 그가 왜 신예와 전설을 모두 꺾고 윔블던에서 우승할 수 있었는지 납득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잔디코트가 없는 나라에서 일궈낸 성과는 많은 테니스팬들을 감동시킬 수밖에 없다.

한편 로저 페더러(3위·스위스)와 노박 조코비치(1위·세르비아)의 2019 윔블던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결승(JTBC3 폭스 스포츠, 다음 생중계)은 14일 오후 10시(한국시간)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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