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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1순위 뽑기 위한 탱킹에도 철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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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1순위 뽑기 위한 탱킹에도 철학이 있다
  • 권대순 기자
  • 승인 2014.03.26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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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C 오세근·LG 김종규 성공 사례…NBA서는 리빌딩 일환으로 인정

[스포츠Q 권대순 기자] 지난 시즌 창원 LG는 고의 패배 의혹에 시달려야만 했다. 2012~2013 시즌 중반까지 중위권을 유지하던 LG가 갑자기 로드 벤슨을 울산 모비스에 내주는 트레이드를 단행하면서 8위로 시즌을 마감했고 이를 두고 LG는 고의로 진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아야만 했다.

그러나 지금 LG는 지난 시즌과 확연하게 다르다. 2013~20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을 뿐 아니라 4강 플레이오프에서도 2연승으로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앞두고 있다.

LG가 고공행진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이번 신인 드래프트에서 김종규를 뽑았기 때문. 여기에 벤슨을 내주면서 김시래를 데려오면서 시너지 효과가 났다.

이처럼 신인 드래프트에서 높은 순위를 받기 위해 일부러 경기에 져 팀을 하위권으로 만드는 것을 탱킹(Tanking)이라고 한다. 때마침 NBA 정규시즌에서도 탱킹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NBA 정규시즌이 팀 당 최대 13경기씩을 남겨 놓은 가운데 이제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팀들의 윤곽도 속속 가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 팀만큼이나 눈길을 끄는 것은 ‘어떤 팀이 꼴찌를 차지할 것인가’ 이다.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 밀워키 벅스, 올랜도 매직 등이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승률로 리그 꼴찌를 다투고 있는 가운데 하위권 팀들의 고의 탱킹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 필라델피아는 26연패를 기록하면서 확실한 꼴찌를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필라델피아의 초반 상승세를 이끌던 마이클 윌리암스. [사진=AP/뉴시스]

연패 역사를 새 장을 열 것으로 예상되는 필라델피아와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승률의 밀워키가 그 중심에 서있다.

이러한 가운데 NBA가 이례적으로 탱킹에 대한 언급을 해 주목받고 있다.  

미국 일간지 USA투데이는 25일(한국시간) NBA 사무국 키키 밴데웨이 부사장이 “NBA팀들은 (리빌딩을 할 때) 자유계약선수는 누가 있는지, 좋은 트레이드 매물이 있는지, 신인 드래프트로는 뭘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성을 모두 살펴보고, 그들이 팬들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을 선택한다”고 말하며 탱킹도 이 가운데 일부라는 의견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또 NBA 사무국은 '탱킹'이라는 말 대신 '리빌딩(Rebuilding)'이라는 단어를 쓰기 원한다고 밝혔다. NBA 사무국이 탱킹을 리빌딩의 한 종류로 인정한 것이다.

◆ NBA – 필라델피아·밀워키 ‘누가누가 더 못하나’

최근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쳐 보이는 것은 역시 필라델피아다. 지난 25일 열린 샌안토니오전에서도 어김없이 패하면서 25연패의 깊고 깊은 수렁에 빠졌다. 현재 필라델피아의 성적은 15승56패. 승률은 고작 21.1%밖에 되지 않는다.

▲ 이번 시즌 NBA 드래프트 상위권 지명이 유력한 앤드류 위긴스.  [사진=AP/뉴시스]

필라델피아가 시즌 초부터 이런 성적을 거둔 것은 아니었다.

마이클 카터 윌리암스(23)라는 걸출한 신인이 등장하는 바람에 시즌 초 강팀들을 연거푸 잡아내며 필라델피아의 탱킹계획은 수포로 돌아가는 듯 했다.

그러나 트레이드 마감 기간 동안 평균 17.4득점 6.0 리바운드를 기록하던 에반 터너(25)를 비롯한 팀의 주축 선수들을 내보내며 확실한 의지를 보인 것이 주효했다. 이제 필라델피아는 NBA 최다 연패에 도전한다. 25일 경기로 2위 자리에 올라선 그들 위엔 2010~2011 시즌 클리블랜드의 26연패 밖에 남지 않았다.

그런데 필라델피아보다 더욱 승률이 낮은 팀이 있다. 바로 13승 58패, 승률 18.3%의 밀워키. 필라델피아처럼 지기 위해 발버둥을 치지 않아도 현 멤버로는 승수를 쌓기가 힘들다. 팀 역사상 최악의 성적이었던 1993~1994 시즌 승률 24.4%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  

▲ 르브론 제임스라는 걸출한 신인을 영입한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는 단숨에 상위권 팀이자 전국구 인기팀으로 떠올랐다. [사진=AP/뉴시스]

NBA 팀들이 이렇게 패배를 거듭하는 이유는 바로 내년 시즌 드래프트 1순위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2014 NBA 드래프트에는 앤드류 위긴스(18·캔자스대), 조엘 엠비드(18·캔자스대), 줄리어스 랜들(18·켄터키대), 자바리 파커(18·듀크대) 등 향후 팀의 미래를 책임질 것으로 예상되는 대어급 선수들이 나올 전망이다. 하위권을 노리는 팀들은 2002~2003 시즌을 최하위로 마친 후 르브론 제임스(30·마이애미)를 지명해 단숨에 상위권으로 올라선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를 꿈꾸고 있다.

◆ KBL - KGC인삼공사·LG "특급 센터 모시기 프로젝트"

안양 KGC인삼공사는 프로농구 2011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특급 센터 오세근(27·200cm)을 뽑은 뒤 정규리그 2위에 올랐고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 동부를 제치고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창원 LG도 마찬가지다. 지난 시즌 고의 패배 의혹과 비난을 뒤로 하고 2013 드래프트에서 1순위 지명권을 차지한 뒤 곧바로 김종규(23·207cm)를 지목했다. 그 결과 LG는 정규리그 1위에 올랐으며 현재 플레이오프 4강전에서 부산 KT에 2-0으로 앞서 있어 챔피언결정전 진출이 유력하다.

KGC와 LG의 공통점은 전 시즌에 형편없는 성적을 기록하면서 드래프트 상위 순번을 얻었다는 점이다. 특히 특급 센터가 나오는 시즌에 이런 현상은 심해진다. 한국 농구의 특성상 외국인과 함께 골밑을 지킬 수 있는 기량이 출중한 센터가 팀을 우승으로 이끌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프로 농구 역사를 보더라도 서장훈(40·207cm)과 김주성(35·205cm)을 보유한 팀은 다른 팀들의 경계 대상 1호였다.

▲ 오세근은 영입한 KGC인삼공사는 우승을 차지, KBL 탱킹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KGC는 2009년 양희종(30)과 김태술(30)을 군에 보내고 2년간 암흑기를 맞았다. KGC는 2009~2010시즌 8위, 2010~2011시즌 9위에 머물렀지만 2010년 드래프트에서 박찬희(27), 이정현(27) 등의 좋은 신인을 얻었고 2011년 오세근까지 데려오면서 마지막 퍼즐을 완성했다.

당시 드래프트는 ‘오세근 드래프트’라고 불릴 정도로 오세근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다. 대학 무대를 평정하고 국가대표팀으로 활약하는 그를 붙잡는다면 우승은 확실할 것으로 여겨졌다. 결국 KGC는 2년 간의 탱킹으로 김태술-박찬희-이정현-양희종-오세근이라는 국가대표급 라인업을 얻을 수 있었다.

LG 역시 2012~2013시즌을 8위로 미찬 뒤 모비스로부터 김시래(25)를 받아왔고, 자유계약선수 문태종(39)에 무려 6억8000만원이나 투자하며 데려왔다.

LG의 마지막 조각 역시 신인드래프트였다. 2013년 드래프트는 어느해 보다 풍년이었다. 김종규, 김민구(23), 두경민(23) 등 쟁쟁한 신인들이 즐비한 가운데 LG는 ‘무조건 김종규’를 외치고 있었다. 하늘이 도왔는지 LG가 1순위 지명권을 차지했고, 김진 감독은 주저없이 김종규를 뽑았다.

◆ 탱킹에도 철학이 있어야 한다

신인픽 때문에 고의패배를 한다는 의혹이 늘어가자 KBL은 이번 시즌부터 드래프트 확률을 아예 바꿔버렸다.

그동안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한 4팀이 23.5%의 확률을 나눠가지고, 챔프전에 오르지 못한 네 팀이 1.5%의 확률을 배정받았지만 다음 드래프트부터는 챔프전에 진출한 두 팀만 제외하고는 모두 12.5%의 동일한 확률을 배정받는다.

그렇지만 단순히 이렇게 바꾼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탱킹을 막을 수는 있지만 강 팀에 유망한 신인이 입단 할 경우 나머지 팀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대두될 수 밖에 없다.

▲ 김종규가 LG가 아닌 모비스나 SK에 갔다면? KBL 드래프트 확률이 변경되면서 그런 일이 가능하게 됐다. [사진=KBL 제공]

팬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프로는 팬들을 위해 존재한다. 지기 위해 경기하는 팀의 경기를 돈 내고 보러 올 사람은 없다. 지더라도 최선을 다한다면 팬들은 내년을 기약하며 기분 좋은 상상을 할 수가 있다.  

선수들의 사기도 문제다. 팀에서 이미 이번 시즌을 포기했다고 생각하면 선수들도 뛸 마음이 나지 않는다. 선수들도 사람이다. 이번 시즌 안좋았던 분위기가 다음 시즌에 좋은 신인 한명 들어온다고 바뀌지 않는다. 구단 프런트는 적어도 선수들이 최선을 다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프로팀들이 명심해야 할 것은 탱킹도 팀의 철학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팀에 자유계약선수를 영입할 자금이 마땅치 않고 적당한 트레이드 매물도 없을 경우에 어쩔 수 없이 탱킹을 하게 되는 것과 있는 선수를 내보내며 일부러 팀 전력을 약화시키는 것은 선수들이나 팬들이 다르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탱킹도 전략적으로 했을 때 효과가 있다. 탱킹에 철학이 필요한 이유다.

◆ 탱킹(Tanking)

탱킹은 팀이 의도적으로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이며, 몇 달 또는 몇 시즌 지속되기도 한다.

탱킹은 드래프트 제도가 있는 프로리그의 ‘필요악’이라고 할 수 있다. 약팀은 드래프트를 통해 우수한 신인선수를 수급함으로써 강팀으로 올라설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데, 여기서 탱킹이 발생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일부 팀들이 시즌을 포기하면서까지 유망한 신인을 영입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iversoon@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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