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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희-문정원, 아시아 정복 향한 '명품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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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희-문정원, 아시아 정복 향한 '명품조연'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5.23 1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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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여자배구 정상 가는 길, '우승청부사' 이효희-'무명의 희망' 문정원, 김연경 뒷받침 약속

[스포츠Q 민기홍 기자] 톈진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대회에 출전중인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에는 왼손잡이 2명이 있다. 이효희(35)와 문정원(23), 한국도로공사 선수들이다.

둘은 지난 시즌 한국도로공사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이효희는 세트당 평균 10.43개의 토스를 올려 김사니(IBK기업은행)와 치열한 타이틀 싸움을 벌였다. 문정원은 강력한 서브로 세트당 평균 0.55개의 에이스를 기록, V리그 최고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스포트라이트는 화끈한 스파이크를 때리는 ‘배구여제’ 김연경(페네르바체)과 ‘슈퍼루키’ 이재영(흥국생명)에게 향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세터이자 맏언니인 이효희, 원포인트 서버 문정원의 뒷받침이 없다면 우승시나리오를 쓸 수가 없다.

▲ 대표팀의 맏언니 이효희는 "아시아 최강인 중국을 잡고 대표팀을 최고 자리에 올려놓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사진=대한배구협회 제공]

◆ ‘우승청부사’ 이효희, 아시아에서 진가를 발휘할 때 

이효희는 ‘우승청부사’로 불린다. 2005년 KT&G(현 KGC인삼공사), 2008~2009 시즌 흥국생명, 2012~2013 시즌 IBK기업은행을 이끌고 챔피언에 올랐다. V리그 출범 이후 단 한번도 챔피언결정전에 오르지 못했던 한국도로공사로 옮겨서도 정규리그 우승을 안겼다.

지난해 홈에서 열렸던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무려 20년 만에 금메달을 획득했다. 베테랑 이효희의 능수능란한 볼 배급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번에는 아시아선수권 정상이다. 한국은 1975년 이 대회가 시작된 이후 아직까지 우승컵이 없다.

이효희는 “이 나이에 대표팀에 불러주는 것만 해도 감사한 일이다. 일단 대표팀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고 팀에 충실하자는 생각”이라며 “대표팀을 최고 자리에 올려놓고 싶다. 아시아 최강인 중국도 잡겠다는 각오다”라고 전의를 불태웠다.

‘배구 메시’로 불리는 김연경은 전성기를 맞았다. IBK기업은행을 우승으로 올려놓은 김희진, 박정아 듀오의 기량도 물이 오를대로 올랐다. 이효희는 “좋은 공격수가 많아 어디에 공을 줘야 할 지 모르겠다”면서 “연경이를 받쳐주지 못하면 욕은 세터가 먹는다”고 강한 책임감을 보였다.

▲ 4년간의 무명 생활을 끝내고 신데렐라로 떠오른 후 태극마크가까지 단 문정원(왼쪽)은 "후배들에게 희망을 줬다는 것이 기쁘다"고 말했다. [사진=대한배구협회 제공]

◆ 문정원, 서브여왕에서 무명의 희망으로 

문정원은 지난 겨울을 가장 뜨겁게 달군 여자 배구스타였다. 남자 선수들을 연상시키는 강력한 서브로 상대 리시브 라인을 초토화시키며 27경기 연속 서브에이스 기록했다. 4년간의 무명 생활을 청산하고 스토리까지 배구팬들의 감성을 자극해 일약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리그에서의 맹활약을 바탕으로 생애 첫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문정원은 ‘닭장(웜업존)’에서 파이팅을 외치며 언니들을 부러워하던 처지였다. 174cm에 불과한 신장 탓에 주전으로 나서지는 못하지만 서브 스페셜리스트로서의 위상은 대표팀에서도 여전하다. 지난 21일 조별리그 2차전 호주전에서 서브에이스 2개를 작렬했다.

문정원은 “가장 중요한 목표는 대표팀에서도 역시 경기에 나서는 것이다. 코트를 밟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프로배구에서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라며 “나를 많이 알렸다는 것보다도 수년씩 코트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들에게 희망을 줬다는 게 더 기쁘다. 후배들로부터 ‘조금만 더 노력하면 저도 언니처럼 될 수 있겠죠’라는 말을 들었을 때 참 뿌듯했다”고 귀띔했다.

가슴에 태극기를 품은 문정원의 하루하루는 꿈만 같다. 중학생 때 ‘김연경 장학금’을 받았던 그의 옆에 김연경이 있다. 문정원은 “텔레비전에서나 볼 수 있는 ‘먼 사람’으로 느껴졌는데 코트에 함께 설 수 있어 영광”이라며 “대회가 끝나면 꼭 연경 언니에게 사인을 받고 셀카도 찍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카자흐스탄, 호주, 필리핀과 D조에 속해 있다. 카자흐스탄을 3-0으로, 호주를 3-1로, 필리핀을 3-0으로 완파하고 3연승을 거뒀다. ‘왼손잡이 2인방’ 이효희, 문정원이 지금처럼만 제몫을 다한다면 소속팀명 ‘하이패스’처럼 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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