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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레이블탐방] (22) 웨이스티드쟈니스 '한국판 로커빌리'의 꿈 '자우림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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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레이블탐방] (22) 웨이스티드쟈니스 '한국판 로커빌리'의 꿈 '자우림 넘는다'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5.06.10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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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박영웅 · 사진 이상민 기자] 도전의 가치를 중시하는 스포츠Q가 야심 차게 기획 중인 인디레이블 탐방 22번째 주인공은 한국판 로커빌리(Rockabilly) 시대를 꿈꾸는 웨이스티드쟈니스다.

1950년대를 풍미하던 로커빌리는 미국 내 흑인의 R&B(리듬앤블루스)와 백인의 컨트리 송이 만나 탄생한 장르의 음악이다. 영미권에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로큰롤(Rock'n'roll)의 초기 버전으로 해석하거나 통틀어 '로큰롤'로도 부른다.

▲ '밴드는 실력이 우선이다!' 웨이스티드쟈니스의 음악 철학이다. 왼쪽부터 닐스(베이스), 안지(보컬, 기타), 김영진(드럼).

이 장르는 몇 번의 침체와 쇠퇴기를 맞으면서도 무려 60여 년간 전 세계 리스너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아 왔다. 그만큼 대중적이고 생명력이 긴 음악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로커빌리 장르에서 탁월한 재능을 뽐내며 이름을 알린 밴드들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90년대 큰 인기를 끌었던 밴드 자우림과 걸 등이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인디신에서조차  정통 로커빌리 장르를 추구하는 밴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이들은 대부분 전자음악과 록의 콜라보레이션 열풍에 자취를 감추거나 전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21세기 들어 정통 로커빌리 사운드가 촌스럽다거나 너무 예전 스타일 아니냐는 선입견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런 편견을 수준이 높은 음악을 통해 날리고 있는 밴드가 웨이스티드쟈니스다.

 

◆ "웨이스티드쟈니스요? 우린 로큰롤 밴드입니다"

여성 보컬이자 기타리스트 안지(30)와 드러머 김영진(34), 베이시스트 닐스(23)로 이뤄진 웨이스티드쟈니스는 정통 로큰롤 사운드를 시도하는 밴드다. 다만 이들은 앨범 내부에 로큰롤 외에 포크 같은 다른 장르의 음악들도 간간이 녹여내는 특성도 보여주고 있다. 이들에게 정확한 장르의 구분을 해달라고 질문했다.

"굳이 우리 음악의 장르를 구분한다면 당연히 로큰롤 밴드가 맞죠. 하지만 우리는 장르니 뭐니 미세하게 따지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아요. 그냥 블루스와 로큰롤, 개리지한 록음악을 하는 밴드라는 타이틀이 좋아요. 다만 우리 밴드에게 영향을 준 아티스트들은 있어요. 로버트 존슨이나 제니스 조플린, 스티비 레이번 등이죠." (안지)

(*개리지록= 차고에서 만든 음악이라는 뜻으로,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사운드를 지닌 초기 로큰롤 음악)

 

◆ 블루스부터 로큰롤까지 웨이스티드쟈니스의 역사

웨이스티드쟈니스는 지난 2011년 초 결성됐다. 밴드의 리더 안지가  당시 19세이던 프랑스인 베이시스트 닐스를 만나 팀을 결성하기로 했다. 이후 2012년 초 11월 드러머 김영진을 영입하면서 정식 밴드로 활동을 시작했다.

"부산에서 스쿨밴드를 하면서 록밴드에 대한 꿈을 키워왔죠. 이후 20살이 되면서 홍대로 넘어와 본격적인 밴드 활동을 시작했어요. 하지만 녹록지 않더라고요. 밴드 생활 자체가 지지부진했어요. 여러 밴드를 거쳤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는 밴드를 만나는 데는 실패했어요. 결국 직접 결성하기로 하고 2011년 11월 베이시스트 모집 공고를 냈고 프랑스인 닐스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후 2012년 초에는 영진이 오빠가 합류하면서 밴드의 틀이 완성됐어요. " (안지)

이들은 2년여 간을 앨범 발매보다는 공연 위주의 활동을 하면서 실력 쌓기에 나섰다. '밴드는 실력이 우선'이라는 그들만의 음악철학 때문이었다.

"밴드는 누가 뭐래도 연주실력과 라이브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우리가 목표로 잡은 음악들은 공연에서 빛이 나는 블루스와 로큰롤, 개리지록 등이었기 때문에 라이브 능력은 필수였어요. 그래서 흔하디 흔한 싱글앨범이나 미니앨범조차  발매하지 않고 공연에만 집중했죠. 실력을 키운 후 더 좋은 앨범을 발매하자는 생각에서였죠."(안지)

▲ 안지

◆ SM엔터테인먼트의 자본력을 갖춘 '발전소'소속이 되다

2012년 1월 18일 첫 공연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 웨이스티드쟈니스는 홍대 클럽을 중심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특히 이들은 뛰어난 라이브 실력으로 1년만에 홍대와 이태원 등에 있는 주요 클럽들의 중심 무대를 장악해 나갔다.

"홍대와 이태원부터 지방까지 라이브 공연을 펼칠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다녔어요. 이런 노력의 힘이었는지, 3~4개월여 만에 평일 무대에서 주말 무대에 오르는 밴드로, 오프닝 무대에서 메인무대에 서는 밴드로 분류되기 시작했어요." (안지)

이처럼 빨리 라이브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기 시작한 웨이스티드쟈니스는 2013년 6월 첫 싱글앨범인 'Get Wasted!'를 발매했다.

이들이 추구하는 로큰롤 감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이 앨범은 팬들과 전문가들의 호평을 받으며 인디신에서 성공한 앨범으로 등극하게 됐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웨이스티드 쟈니스는 같은 해 8월 소속사 계약까지 성사시켰다.

"공연무대에서 나름대로 자리를 잡았고, 많이 부족했지만 첫 싱글앨범도 평가가 좋았어요. 이런 부분들이 소문이 났는지 소속사 계약까지 맺게 됐죠. 사실 소속사 계약은 고민이 많았어요. 인디밴드가 소속사를 가지게 되면 인디라고 말할 수는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죠." (안지)

"하지만 최근 인디신의 분위기가 소속사 중심으로 돌아가는 상황이고, 음악이나 공연 등 여러 분야에서 한 단계 더 높은 곳을 지향하는 이상. 소속사 계약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어요."

 

웨이스티드쟈니스가 2013년 8월 계약을 맺은 소속사는 발전소다. 이곳은 SM엔터테인먼트의 자본력이 결합한 인디신의 신생 소속사였다. 이런 이유로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라이브로 입지를 다져왔던 정통 인디밴드 웨이스티드쟈니스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느냐"라는 의문이 이어졌다.

"소속사 발전소가 SM과 연결이 됐다는 사실 때문에 일부 팬들은 우리를 비판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계약했던 당시 발전소가 SM과 연결됐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겁니다. 우리는 계약한 후 한참이 지나서 기사를 보고 이런 사실을 알게 됐죠." (김영진)

"그리고 단지 발전소가 SM 자본과 연결된 회사라는 이유만으로 인디에 반하는 곳이라고 말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우리의 새 앨범을 들어보신다면 잘 알 수 있을 거예요. 정말 밴드다운 음악들입니다."

"우리의 앨범 안에는 아이돌 음악이 단 한 곡도 없습니다. 공연장에서 춤을 추는 일도 없고요.(웃음)"

 

◆ 로큰롤의 정체성을 담은 대망의 1집 정규앨범 'Cross Road'

이렇게 다양한 공연을 통해 음악적 정체성을 확립한 웨이스티드쟈니스는 활동 2년여 만에 대망의 정규 1집 앨범 'Cross Road'(2015.05.20)를 발매했다.

총 13곡으로 구성된 'Cross Road'는 웨이스티드쟈니스가 추구하는 '라이브형 로큰롤 사운드'를 그대로 담아낸 앨범이다. 로큰롤이라는 틀에서 들려줄 수 있는 사운드는 모두 들어있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다.

특히 타이틀곡 '뜨거운 것이 좋아'와 'RUN AWAY'(런 어웨이)는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까지 우리나라 최고의 밴드로 평가받던 자우림의 재림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대중성과 음악을 고루 갖춘 곡들이다.

또한, 어쿠스틱 버전인 'COME TO MY ROOM'(컴 투 마이 룸)은 보컬 안지의 매력적인 목소리를 중심으로 앨범의 구성 측면에서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다.

"전작 미니앨범은 사실 우리 힘으로만 만든 앨범이라 완성도 측면에서는 부족한 부분이 많았어요. 라이브 느낌과도 맞지 않은 앨범이었어요. 그래서 우리는 이번 앨범에서 로큰롤이라는 장르의 사운드적 힘을 강조했고 더 많은 에너지를 담기 위해 노력했죠." (안지)

"곡들을 들어보시면 알 겁니다. 타이틀곡 '뜨거운 것이 좋아'부터 '런 어웨이', '위치'(witch) 같은 곡들은 로큰롤 사운드의 밝은 매력을 한껏 느끼실 수 있는 음악들이죠. 또한, '컴 투 마이 룸'의 경우는 스윙감이 많이 살아 있는 어쿠스틱스로 웨이스티드쟈니스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곡입니다." (김영진)

▲ '밴드는 실력이 우선이다!' 웨이스티드쟈니스의 음악 철학이다. 왼쪽부터 닐스(베이스), 안지(보컬, 기타), 김영진(드럼).

◆ 웨이스티드쟈니스의 최종 꿈은 '대한민국 최고의 록스타'

정규 1집을 발매하면서 정식 밴드로서 갖출 것을 다 갖추게된 웨이스티드쟈니스. 이들의 최종적인 목표가 궁금했다. 멤버들은 각자 생각하는 꿈들이 달랐다.

"웨이스티드쟈니스는 로큰롤, 블루스, 로커빌리, 사이코빌리 같은 음악적인 분류를 벗어나 다양한 록음악을 할 수 있는 밴드로 거듭나고 싶어요. 다양한 록음악을 완성도 있게 할 수 있을 때 진정으로 강력한 밴드가 되는 거 아닐까요?" (안지)

"대한민국의 록음악사를 웨이스티드쟈니스가 바꾸고 싶어요. 진정한 '록스타'가 되고 싶습니다." (닐스)

"많은 사람이 알아주는 밴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위해서는 대중적인 능력도 키우고 음악에 대한 좋은 평가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많이 개선해 나가면서 이런 목표를 달성하고 싶네요. (김영진)

[취재 후기] 웨이스티드쟈니스는 확실히 장래가 밝은 밴드다. 뛰어난 라이브 능력과 음악적 완성도, 탄탄한 소속사까지. 대중성과 음악성을 모두 취할 수 있는 높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꾸준한 활동을 통해 전성기 시절 '자우림'을 넘는 인기밴드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 멤버소개

 

▶ 안지(30. 안지원)=수원과학대 실용음악과 기타전공. 웨이스티드쟈니스의 리더로서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다. 그는 웨이스티드쟈니스의 모든 곡을 작사, 작곡하며 팀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김영진(34)=우송정보대 실용음악과. 인디신에서 알아주는 드럼연주자로 다양한 밴드 활동을 해오며 실력을 키워왔다. 웨이스티드쟈니스에서는 팀의 살림꾼 역할을 해오고 있다.

 

닐스(23)= 국민대 시각디자인 재학. 프랑스 출신인 그는 고교 시절 부모님들과 한국에 건너왔다. 집에서 게임만 하던 그에게 부모님들은 기타를 사주셨고 이것이 계기가 돼 밴드 활동을 시작했다.

■ 웨이스티드쟈니스 팀명

"로커빌리 장르에서 쟈니나 빌리라는 이름을 많이 써요. 그래서 쟈니라는 이름은 반드시 넣자고 했죠. 처음에는 그냥 쟈니로 가려고 했어요. 하지만 뭔가 허전하더라고요. 그래서 평범한 쟈니를 술에 취한 쟈니로 만들었고 이것이 웨이스티드쟈니스가 된 겁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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