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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엽기적인 그녀 '속편'하게 부귀영화 누릴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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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엽기적인 그녀 '속편'하게 부귀영화 누릴수 있을까
  • 이희승 김나라 기자
  • 승인 2014.04.05 1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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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속편제작 러시...기대와 우려 시선 교차

[스포츠Q 이희승· 김나라 기자] ‘형만한 아우 없다’는 속설이 이제는 깨질까. 최근 충무로에 불고 있는 속편 제작에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교차하고 있다.

2001년 개봉 당시 5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던 영화 ‘엽기적인 그녀’는 13년 만에 속편 제작 소식을 알렸다. 1편에 이어 차태현이 남자 주인공으로, 여주인공은 걸그룹 에프엑스의 빅토리아가 물망에 오르면서 제작에 탄력이 붙은 상태다. 인터넷 PC통신이 한창 인기이던 시절 ‘견우74’라는 필명을 가진 사람이 써내려간 자신의 연애담을 스크린으로 옮긴 ‘엽기적인 그녀’는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다.

◆ 무리한 시리즈 제작에 기대치 하락...관객 관심이 관건

당시 ‘엽기’라는 이색적인 단어의 유행과 함께 원작의 인기가 국내 흥행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PC통신을 경험해 보지 못한 세대들이 ‘엽기적인 그녀2’를 어떻게 받아들일 지는 미지수다. 물론 시대를 반영해 대부분의 설정이 바뀌겠지만 일단 영화 관계자들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한 영화 제작자는 “태생적으로 국내 관객이 아닌 중국과 아시아를 겨냥한 일종의 글로벌 프로젝트로 봐야 한다. 최근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인기에 이어 중화권 시장을 겨냥하는 영화다. 예능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차태현이 국내 관객을 잡고, 여주인공은 중화권 팬층이 두터운 배우가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엽기적인 그녀' 스틸컷

‘엽기적인 그녀2’의 제작은 10년 전부터 시작됐다. 결혼에 골인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밀도 있게 다루는 코믹 드라마 장르로 기획돼 상당 부분 진행됐지만 투자 단계에서 여러 번 엎어지는 비운을 겪었다. 영화 속편들의 흥행 성적이 신통치 않았던 탓이다.

2000년대 조폭 코미디영화가 전성기를 구가하며 대부분 시리즈로 제작됐지만 결말은 초라했다. 2001년 ‘달마야 놀자’가 300만, ‘조폭 마누라’는 5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각각 속편 제작에 나섰다. 이후 ‘달마야 서울 가자’와 ‘조폭마누라2 돌아온 전설’ ‘조폭 마누라3’ 등이 개봉됐지만 진부한 전개로 전작의 명성을 깎아먹는 결과를 낳았다.

섹시코미디 장르는 거의 대부분 2편에서 제작을 멈췄다. 15세 남학생들의 성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은 영화 ‘몽정기’는 250만 관객을 동원한 뒤 2005년 ‘몽정기2’로 18세 여고생들의 은밀한 생활을 내세웠지만 150만 관객 동원에 그쳤다. 2002년 408만 관객을 돌파한 ‘색즉시공’은 2007년 속편 ‘색즉시공2’가 110만을 기록하자 속편 제작을 멈춘 상태다. 이외 ‘마파도’ ‘식객’ ‘동갑내기 과외하기’ 등이 후속으로 원작을 따라가지 못하는 한계를 보여줬다.

허미선 문화평론가는 “전작의 인기가 대단할수록 2편은 더욱 탄탄한 스토리와 재미가 수반돼야 한다. ‘엽기적인 그녀2’는 13년만의 속편 제작인 만큼 그만큼 관객들의 기대치를 채울 콘텐츠로 무장해야 할 것”이라면서 “그런 의미에서 ‘엽기적인 그녀2’가 해외 투자 영화는 물론 국내 시장에서도 훌륭한 전례를 남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 단순한 2편은 그만!...할리우드도 탐내는 콘텐츠로 세계 겨냥

아무리 속편이 다양한 분류로 나눠져 있다고 한들 제작 이유는 단 한 가지, 전작의 흥행 때문이다. 할리우드에서는 오리지널 영화의 후속 영화를 다양하게 창출해냈다. 전편의 이야기가 다음 편으로 이어지는 시퀄, 전편보다 시간상으로 앞선 내용을 보여주는 프리퀄, 오리지널 내용을 그대로 사용해 친숙함을 무기로 내세우는 리메이크, 연속성을 버리고 처음부터 전개를 새롭게 시작하는 리부트, 기존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다른 캐릭터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스핀오프 등으로 나뉜다.

 
   '친구' '타짜' '괴물' '신세계' 포스터

충무로 역시 점차 선진화된 할리우드 시스템을 따라가고 있다. 지난해 470만 관객을 동원한 '신세계'는 발 빠르게 2편 제작에 돌입했다. 전편의 프리퀄로, 강과장(최민식)의 지시를 받아 이자성(이정재)이 폭력배 정청(황정민)을 국내 최대 범죄 조직의 2인자로 만드는 과거의 에피소드를 담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작의 인기도 만만치 않다. 배급사 NEW는 “‘신세계’가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인 소니픽쳐스와 리메이크 제작 계약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신세계’는 지난 2월 베를린영화제 마켓에서 많은 해외 영화사들이 리메이크에 관심을 보였고 3월 미국 개봉 이후 드림웍스, 파라마운트, 워너, 소니 등이 리메이크 판권 구입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1편이 가진 인지도에 젊은 배우들이 가세, 세대를 아우르는 전략도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2001년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도 불구하고 관객 810만명을 돌파해 한국 조폭영화 신드롬을 지폈던 ‘친구’는 거물급 신인 김우빈을 내세워 300만을 달성했다.

▲ '친구2' 스틸컷

동수(장동건)를 살해한 혐의로 복역하게 된 준석(유오성)이 우연히 연을 맺은 동수의 숨겨진 아들 성훈(김우빈)과 함께 조직을 재건하고 부산을 다시 접수하면서 끝나지 않은 이들의 질긴 인연을 그렸다. 준석(유오성)의 아버지인 철주(주진모)의 과거 에피소드도 더해지며 시대를 초월한 남자들의 얘기를 담아 속편 성공의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 '친구2' 성공에 힘입어 '타짜2' '신세계2' '두사부 비긴즈' 속속 제작

올 추석 개봉 예정인 허영만 화백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타짜2’가 ‘친구2’의 바통을 이어받는다. 가수에서 배우로 거듭나고 있는 빅뱅의 탑과 신세경, 곽도원을 비롯해 전편의 유해진과 김윤석 등이 뭉쳐 600만을 기록한 ‘타짜’의 아성을 무너트릴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두사부일체' 시리즈 중 최초로 과거 이야기를 담는 프리퀄 형식의 '두사부 비긴즈'가 제작에 들어간다. 현재 배우 이장우와 손호준이 물망에 올랐다.

정지욱 영화 평론가는 “앞으로도 다소 부실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더라도 전작의 인기에 힘입어 흥행 보증수표인 속편 영화 제작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기존 관객은 향수를, 새로운 관객은 즐거움을 느끼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다”면서 “이미 한국 시나리오는 세계가 주목하는 컨텐츠로 자리잡았다. 수준 높은 작품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만큼 당분간 안정적인 시스템 안에서 변화가 모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ilove@/nara927@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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