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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생각] 한국 여자축구의 진한 외로움, 누가 어떻게 해결해 줘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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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생각] 한국 여자축구의 진한 외로움, 누가 어떻게 해결해 줘야 할까?
  • 김한석
  • 승인 2015.06.22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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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김한석 스포츠국장] 공격의 핵심 지소연이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맏언니 수문장 김정미의 눈물겨운 부상투혼만으로 승부의 기울기를 저울질하기에는 무리였지만 태극낭자들은 최선을 다해 뛰었다. 잃을 것 없는 8강 길목에서 받아들여야 한 프랑스전 완패를 떠나 이미 한국 여자축구 대표선수들이 캐나다 여자월드컵에서 보여준 당당한 도전은 박수 받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태극낭자들이 12년 만에 나선 여자월드컵 본선 여행은 당초 목표했던 첫 승과 첫 16강에 연착륙하는 것으로 갈무리됐다. 비록 8강 이상으로 더 큰 도약까지 이어나가지 못했지만 22일 벌어진 16강전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랭킹 3위 프랑스를 맞아 18위의 태극낭자들은 투혼을 불살랐다. 하지만 센추리클럽(A매치 100회 이상 출전)에 가입한 베테랑들이 7명이나 되는 프랑스에 비해 한국은 권하늘만이 센추리클럽에 2경기 접근해 있을 정도였으니 경험과 기량 면에서 큰 차이는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 한국 여자축구대표팀 선수들이 22일 여자월드컵 프랑스에 패해 진군이 16강에서 멈춘 뒤 서로 위로와 격려를 나누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첫 16강 진출. 한국 여자축구 국가대표팀 출범 이후 꼭 4반세기 만에 이룬 값진 결실이다. 한국 여자축구는 1948년 여자고교대회를 처음 개최하면서 시작됐으나 명맥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1980년대 중반에도 재기 움직임이 있었으나 반짝하다 말았다. 본격적인 출발은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 여자축구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자 서둘러 대표팀부터 구성했다. 일반팀은커녕 학원팀 하나 없는 상태에서 대한축구협회가 신문광고를 내서 태권도 육상 하키 탁구 등에서 빛을 보지 못했던 무명 선수 25명을 끌어 모아 6월 여자대표팀을 출범했다.

그 후 꼭 25년이 흘러 여자월드컵 두 번째 본선 도전 만에 이룬 16강 성적은 단순 비교로만으로는 힘들겠지만 48년 걸린 한국 남자축구의 ‘5전 6기’ 16강 진출보다 빠른 것이어서 한국 여자축구의 미래에 큰 기대와 관심을 갖게 한다. 그러나 여자축구가 한국축구의 한 축으로 당당히 자리잡고 세계 상위권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경쟁력의 실체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새롭게 발전 방향을 잡아가야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때다.

◆ ‘심리적 관성’ 활용한 여자월드컵 첫 16강 결실

우선 16강 진출을 이끈 요인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고비가 많았는데 빨리 심리적으로 회복했던 것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브라질과 첫 결전부터 수비 실책으로 두 골을 내주더니 코스타리카와 2차전에서도 수비 집중력이 떨어져 손아귀에 거의 들어왔던 첫 승마저 놓쳤으니 말이다. 그러나 스페인전에서 자신감을 회복해 기적의 역전승으로 16강 진출을 이뤄냈다.

멘탈코치로 여자대표팀과 동행한 윤영길 한국체육대학교 스포츠심리학 교수의 힘이 컸다. 윤 교수는 ‘심리적 관성’에 주목했다. 움직이는 물체는 계속 움직이려고 하고, 정지한 물체는 계속 정지하려고 한다는 뉴턴의 제1 운동법칙, 즉 관성의 법칙은 마음에도 적용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윤덕여 여자대표팀 감독은 윤 교수와 현장 토론을 통해 잘 못했던 부정적인 기억이 마음속에 똬리 틀지 못하도록 경기 내용을 뒤집었던 긍정적인 요소만을 강조해 선수들의 자신감을 살려냈다. 마지막 1분을 못 버티고 동점골을 내준 코스타리카전 뒤 선수단 숙소에 나붙은 ‘왜 그래? 월드컵 끝났어? 스페인 이기면 조 2위다’란 종이 메시지는 태극낭자들의 긍정 에너지를 일깨웠다.

이런 심리적인 처방은 큰 도움이 됐다. 대회 현장에서 기량이 갑자기 향상될 수는 없는 일. 집중력을 갖고 그동안 준비한 기량만큼은 남김없이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심리적인 동기부여가 효과를 본 것이다. 특히 월드컵 본선같이 큰 무대 경험이 적은 한국 여자선수들은 실책 속출이나 부진했던 플레이에 대한 후회와 더 잘 해야겠다는 부담감에 발목 잡혀 급격히 무너질 우려가 컸는데 심리적으로 이를 예방했던 것이다.

◆ 비정상적인 여자축구 A매치 운영, ‘비대칭’ 경쟁력으로는 한계

그렇지만 단기적인 심리적인 기제 강화가 경쟁력까지는 끌어올려주지 못한다. 대회 현장에서 경기력을 극대화시키는 보조 메커니즘일 뿐이다. 한국 여자축구의 진정한 경쟁력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다. 이제 장기적으로 발전을 이어갈 수 있는 강팀의 조건을 갖춰가는 데 중요하기 때문이다.

경쟁력을 말할 때는 기술, 전술, 체력 등 가시적인 요소도 있지만 위기관리 능력과 심리적 회복 능력도 중요하다. 경기를 잘 풀어나가다가도 갑자기 무너지고, 한 번 무너지면 회복이 잘 안 되는 그런 팀들이 약팀이다. 후자의 요소들은 많은 실전을 통해 단련되고 경험으로 쌓여진다. 수준 높은 팀과 다양한 대결을 통해서 실패를 거듭하면서 체득하게 되는 오랜 경험의 산물이다. 다양한 상대와, 정기적으로, 환경을 바꿔가며 꾸준히 A매치를 갖는 이유다.

그런 면에서 한국 여자축구의 경쟁력은 균질화되지 못했다. 오랫동안 ‘비대칭’ 경쟁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5년 동안 비정상적인 A매치 운영으로 균형 잡힌 경쟁력을 제대로 기르지 못해온 것이다.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은 1990년 9월 6일 동대문운동장에서 일본과 첫 A매치를 치러 1-13으로 패한 이후 25년 동안 국내에서 가진 단일 A매치가 단 10경기에 불과하다. 이번 여자월드컵까지 치른 총 225경기 중에서 고작 4.4%만이 국내 단일 A매치로 열렸을 뿐이다. 토토국제컵, 피스퀸컵 등 국내에서 열린 친선대회 A매치도 불과 10경기. 아시안게임 등 공식 국제대회 24경기를 합쳐도 국내에서 열린 A매치는 44경기로 전체의 19.5%밖에 안 되는 것이다. 나머지 181경기가 해외에서 벌어졌으니 여자대표팀은 주로 해외에서 경쟁력을 키워왔다고 볼 수 있다.

■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 출범 이후 A매치 현황(22일 현재)

경기 구분 국내 A매치 해외 A매치
단일경기 친선대회 국제대회 단일경기 친선대회 국제대회
1990~1994년 2         14
1995~1999년 6     4 11 14
2000~2004년   2 5 6 12 20
2005~2009년   5 10 7 3 28
2010~2015년 2 3 9 5 29 28
경기수 10 10 24 22 55 104
총 44경기 (19.5%) 총 181경기 (80.5%)

 ◆ 여자축구 A매치 국내개최 활성화가 중요한 이유

이렇듯 국내에서 단일 A매치를 꺼려왔던 것은 흥행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2009년 출범한 여자축구실업리그인 WK리그도 팬들의 관심을 얻지 못하는 터에 국내 친선 A매치는 부담이 컸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여자대표팀도 안방을 놔두고 밖으로 나가 ‘조용한’ A매치를 치르는데 익숙해졌다. 그동안 중국에서 가진 단일 A매치, 친선대회 A매치가 10경기씩이다. 국내에서 가진 그것과 같으니 여자축구에서만큼은 중국이 ‘제2의 안방’이란 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최근 10년간 매년 12회꼴로 A매치를 치러 국제경기 경험이 다른 나라에 비해 결코 적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국내, 해외 경기 비율이 2대8로 극단적인 불균형을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력 향상은 한계가 있다. 국내에서 얼마 되지 않는 관중 앞에서라도 A매치를 자꾸 치러야 대표선수들도 그라운드의 위기와 심리적인 부담감을 극복해내는데 익숙해질 수 있다. 팬들의 격려와 질책 속에서 경기력을 객관적으로 평가받고 자신들의 실력을 냉정하게 되짚어보게 되는 효과가 있다.

▲ 한국 여자축구대표팀 유영아(위)가 지난 4월 17년 만에 국내 단일 A매치로 인천에서 치러진 러시아와 평가전에서 공중볼 다툼을 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질책과 비난도 관심이다. 선수들은 플레이가 좋든 나쁘든 팬들과 소통하면서 경쟁력을 하나씩 끌어올리는 경험을 쌓게 되는 것이다. 이슈와 화제도 만들어지게 되면 팬들도 늘어날 수 있다. 실책을 범했다가도 이내 심리적으로 회복해 승부를 뒤집을 수 있는 강인한 힘을 기를 수 있다. 대회 현장에서 심리학자의 도움을 받는 것은 보너스일 뿐이다. 평소 국내팬들의 냉정한 평가 속에서 경쟁력을 단련시켜가는 게 중요하다. 어떤 위기 상황에서는 어떻게 심리적으로 회복해야 해야 한다 식의 체험논리가 쌓여지면 긍정적인 ‘심리적 관성’을 다질 수 있다. 그게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강팀의 조건이리라.

해외에 나가서는 이런 관심을 받을 수 없으니 성취동기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해외에 나가 전지훈련을 겸해 친선경기나 친선대회에 참가할 때 기술적인 면에서는 기량 향상을 기대할 수 있지만 이렇게 보이지 않는 부분의 경쟁력까지 도모할 수 없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17년 만에 국내 친선 A매치로 지난 4월 가진 러시아와 2연전이 좋은 사례다. 러시아와 인천 경기에서 태극낭자들은 3177명 관중에도 낯설어 하며 잔뜩 긴장해 위축된 플레이를 보였다. 한국 선수들은 “마치 데뷔전을 치르는 것 같았다”고 입을 모았다. 사흘 뒤 대전 경기에선 6899명으로 두 배 늘어난 스탠드 분위기에 적응이 된 덕에 연승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당시 여민지는 “이런 경기를 국내에서 더 많이 치러야 외국 나가서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무관심 속에 해외로 밀려나 ‘떠돌이’로 외로운 길을 걸어왔던 태극낭자들이 모처럼 홈 관중 앞에서 미소를 찾아 신바람 나게 뛰었던 것이다. 그 실전 경험을 통해 실책을 분석하고 팬들 기대감을 몸으로 느껴 이번 캐나다 여자월드컵 도전에 자양분으로 삼을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 일본의 균형 잡힌 도약 사례

이웃나라 일본의 도약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77년부터 여자아시안컵에 출전하기 시작한 일본은 1989년 L리그 출범과 더불어 꾸준히 A매치에 투자한 결과, 2011년 여자월드컵 최초 우승, 2012년 런던 올림픽 최고 은메달 획득으로 화려한 열매를 맺을 수 있었다. 매년 해외 원정과 국내 A매치를 균형 있게 운영하면서 여자축구팬들을 꾸준히 늘려왔다.

일본도 A매치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었기에 스폰서를 활용해 기린 챌린지컵으로 2개국을 초청해 홈 팬들과 소통하며 경쟁력도 꾸준히 다져왔다. 비용 절감과 전력 향상을 위해 포르투갈 전지훈련을 겸해 알가르베컵에도 참가하면서도 2012년엔 미국, 브라질을 초청했고, 올해는 이탈리아, 뉴질랜드를 불러들였다.

이런 오랜 투자 끝에 2011년 여자월드컵에서 우승한 뒤 관중이 폭발했다. 당시 고베 아이낙에서 뛰던 지소연은 이런 일본의 대반전이 너무도 부러웠다고 했다. 2011년 6월 한국을 초청해 1-1로 비긴 여자월드컵 출정경기 관중이 4202명이었다. 그러나 우승으로 여자축구 붐이 일기 시작한 뒤 지난달 1-0으로 이긴 이탈리아와 여자월드컵 출정경기에는 1만4453명이 입장해 달라진 위상을 읽을 수 있었다. 월드컵 우승 이후 단일 A매치 홈경기 관중은 모두 1만명을 넘기는 호황을 맞고 있는 일본이다.

▲ 한국 선수들이 18일 여자월드컵 E조 마지막 경기 스페인전에서 2-1 승리로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환호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갈수록 치열해지는 여자축구 경쟁 속 실체적인 대책 필요

이제 한국 여자축구는 4년 뒤 프랑스 여자월드컵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해야 한다. 남자축구와 달리 연령제한이 없어 대표팀이 참가하는 2016년 리우올림픽 도전도 준비해야 한다. 아시아엔 본선 출전권이 두 장밖에 없는 올림픽 여자축구 본선무대는 한 번도 밟아보지 못했기에 간절한 도전이 될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갈수록 어렵고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으로선 이번 여자월드컵 예선에 강호 북한이 징계로 나오지 못한데다 본선 출전국이 16개국에서 24개국으로 늘어난데 따라 수혜를 입은 면도 크다. 4년 뒤 다시 여자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한국 여자축구는 아시아에서도 후발주자다. 1975년부터 격년제로 열려온 여자아시안컵을 기준으로 1991년에야 첫 출전해 지난해 대회까지 참가한 총 21개국 중 13번째 출전 국가다. 아직 아시안컵, 아시안게임 등에서 거둔 최고 성적이 3위다. 더욱이 그동안 여자축구의 사각지대였던 중동국가들도 여권 신장에 발맞춰 여자축구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국제무대에 나서고 있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대한축구협회의 절실한 관심과 투자가 필요한 이유다. 2003년 여자월드컵 첫 본선 출전, 2010년 태극소녀들의 연령별 여자월드컵 정상권 돌풍 때는 반짝 열기에 그쳤다. 각각 저변확대와 신생팀 창단 지원 등의 활성화 대책들이 쏟아졌지만 현실성이 떨어져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실체적인 대책들이 필요할 것 같다.

▲ 전가을이 지난 14일 여자월드컵 코스타리카전에서 리드골을 넣은 뒤 윤덕여 감독에게 달려가 포옹하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대한민국 여자축구 선수로 더 이상 외로운 길 가지 않게 하려면

국내 A매치 활성화야말로 여자축구대표팀의 체질 개선과 여자축구 붐 조성에도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도 “여자축구 워크숍을 통해 국내에서 A매치를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반영해 지난 4월 러시아전을 마련했다”고 필요성을 인정했다.

일단 17년 만에 국내 단일 A매치를 재개했으니 지속적인 투자가 이어져야 할 것이다. 그래야 유소녀들도 여자축구대표팀 언니들의 경기를 직접 보고 꿈을 키울 수 있다. 지소연, 박은선처럼 A매치를 통해 스타들이 많이 탄생하고 해외진출까지 이어진다면 여자축구에 대한 팬들의 관심도 한층 높아지게 될 것이다.

스포츠토토 지원금도 줄어들어 축구협회 예산도 넉넉하지 않고 토토컵, 피스퀸컵 등의 국내 개최 친선대회도 오래 전에 폐지돼 어려운 현실이지만 지속적으로 팬들과 소통하는 여자축구 A매치 개선에 투자해야 결실을 거둘 수 있으리라 본다. 올해부터 WK리그 연고지가 도입됐기에 국내 단일 A매치도 여자축구 연고도시에서부터 연다면 대표팀과 리그의 붐 조성에 도움이 기대된다.

올해 한국은 2019년 여자월드컵 개최지 선정에서 프랑스에 고배를 들었다. 2018년 U-20 여자월드컵 역시 프랑스에서 열린다. 한국 여자축구의 취약한 저변과 여전히 세계 수준에 비해 현저히 처지는 대표팀 경쟁력이 유치 실패의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축구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유치 실패 뒤에도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2013년 취임 이후 여자축구에 관심을 기울여온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처음에 적자가 나더라도 여자축구 A매치 국내개최를 활성화해 팬 확대와 대표팀 체질 개선을 꾀하는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코스타리카전 리드골의 주인공 전가을이 이번 여자월드컵 출정식에서 “대한민국 여자축구선수로 살아간다는 것이 외로웠다”고 눈물을 쏟으며 “지금 흘리는 눈물, 그리고 훈련 때 힘들어서 흘렸던 눈물이 헛되지 않게 감동을 보여 드리겠다”고 다짐했다. 태극낭자들은 이번 여자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국 여자축구의 환경이 달라지고 더 이상 ‘외로운 길’을 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과 사명감을 저마다 가슴에 품고 캐나다로 출정했던 것이다. 그리고 투혼으로 그 약속을 지켜냈다.

언제까지 태극낭자들이 ‘좋은 성적을 먼저 거둬야 환경이 좋아질 것’이라는 사명감 하나로 뛰어야 할 것인가. 이제 축구협회가 그들의 어깨 위 무거웠던 짐을 덜어줘야 할 때다. 너무도 많이 바깥으로 떠돌아 국내 A매치가 낯설기만 한 그들이 팬들과 함께 안방에서 자주 소통하도록 만들어 ‘비대칭’ 경쟁력을 정상화해야 할 전환점이다. 대한민국 여자축구선수로 살아가는 것이 더 이상 외롭지 않도록.

그래야 4년 뒤 태극낭자들이 프랑스에서 여자월드컵을 제대로 즐기며 더 크게 도약하고, 여자월드컵 유치 기회도 다시 확실히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편집자주> 필자는 1990년부터 스포츠서울 체육기자로 활동하며 잉글랜드 유로 96, 1998 프랑스 월드컵. 1999 미국 여자월드컵, 2002 한·일 월드컵 등을 현장 취재했다. 한국축구 명예의 전당 선정위원, K리그 30주년 레전드 선정위원을 맡았으며 FIFA-발롱도르 선정위원으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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