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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황후' 품는 뮤지컬 스타 김준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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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황후' 품는 뮤지컬 스타 김준현 [인터뷰]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7.07 01:4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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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뮤지컬 제작자나 연출자가 ‘잘 생긴 쾌남 주인공’을 정할 때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배우가 있다. 184cm의 큰 키에 남성미 넘치는 수려한 외모, 울림 큰 짱짱한 보컬의 김준현(37)이다.

‘지킬 앤 하이드’ ‘잭 더 리퍼’ ‘모차르트 오페라 락’ ‘아이다’ ‘고스트’ ‘조로’의 주연을 연거푸 맡았다. 조연으로 출연한 ‘마리 앙투아네트’의 오를레앙 공작, ‘드림걸즈’의 음반제작자 커티스는 심지어 멋있는 악역이다. 이번엔 20주년을 맞은 창작뮤지컬 ‘명성황후’(7월28일~9월10일·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의 호위무사 홍계훈이다.

새롭게 올려지는 ‘명성황후’는 명성황후와의 로맨스 강화, 장면 및 넘버 추가 등을 통해 과거 조연에 머물렀던 홍계훈이 명실상부한 남자 주인공으로 위상이 올라갔다. 홍계훈 역으로 기존에 홍계훈 역을 한 바 있는 박송권 외에 김준현과 테이가 새롭게 캐스팅돼 여심을 자극할 전망이다. 무더위를 잊은 채 플로어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그를 송파구 소재 연습장 인근에서 만났다.

 

◆ 20주년 창작뮤지컬 ‘명성황후’서 홍계훈 역 맡아 남성미·감성 어필

“과거엔 출연 장면이 짧아서 홍기훈의 모습이 많이 보이질 않았으나 이번엔 구체적으로 그의 심리를 표현할 수 있게 됐어요. 특히 솔로곡 ‘나의 운명 그대여’는 길이도 길어졌을 뿐만 아니라 계속 숨겨오던 어릴 적 첫사랑 명성황후에 대한 절절한 마음이 담겨졌죠. 표현을 아끼는 인물이라 솔로곡이 더 애잔하게 들리는 듯해요.”

홍계훈 캐릭터를 위해 비디오 영상을 살펴보며 충절, 부드러움, 강단을 되새김질하는 중이다. 1막 첫 장면인 무과 급제 신에선 자반 돌리기 등 무술을 응용한 현란한 춤을 앙상블과 함께 보여준다. 일본 낭인들과의 날카로운 결투장면에선 남성미를 화끈하게 보여줄 작정이다.

“남자의 절개와 충성심을 드러내는데 주력하려고요. 연인을 위해 목숨마저 바치는 인물이기에 흔들리지 않는 강인함을 표현해야죠. 최근작인 ‘마리 앙투아네트’의 오를레옹과 ‘드림걸즈’의 커티스와는 다른 캐릭터라 재미나게 연습하고 있어요.”

상대역 명성황후로는 김소현과 신영숙이 더블 캐스팅됐다. 김준현에 따르면 클래식 창법에 익숙한 김소현이 단아하며 부드럽고 연약하다면, 클래식 창법과 진성을 오가는 신영숙은 소리에 있어 단단하고 강인해 완전히 다른 명성황후가 나올 전망이다.

“‘명성황후’는 오페라 분위기의 송스루 뮤지컬이에요. 곡이 좋지 않으면 인기를 얻을 수 없는 작품이죠. 김희갑 선생님의 곡이 워낙 좋은데다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으로 편곡이 이뤄져 매력적이고요. 어려운 곡들이 많은데 드라마와 잘 접목돼 있고요. 배우 입장에선 가창력은 기본이고, 얼마나 노래를 통해 연기를 잘 구현해 내느냐가 관건이죠.”

 

◆ 日극단 ‘시키’서 6년간 활약...2010년 ‘지킬앤하이드’로 국내 컴백

김준현은 일본의 유명 극단 시키(四季) 출신이다. 서울예대 연극과 은사인 김효경 선생의 권유로 오디션을 치러 합격한 뒤 졸업 직후인 2005년부터 적을 뒀다. 비슷한 시기에 오나라, 강태을, 최근 안재욱과 결혼한 최현주 등이 시키 단원으로 한솥밥을 먹었다. 이들 가운데서도 김준현은 가장 오랜 기간인 5년6개월 동안 시키에서 활동했다.

“가장 크게 얻은 건 ‘소리’예요. 음 높낮이의 폭이 크고 어려운 노래가 즐비한 ‘라이온킹’ ‘에비타’ ‘레미제라블’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캣츠’ 등에 출연하며 많이 공부를 했죠. 클래식 대작에 어울리는 소리로 바뀌었고요. 그래서 요즘은 감정에 충실하면서 대중적인 팝 소화력을 키우는 게 숙제예요. ‘고스트’ ‘아이다’의 경우 공부하면서 임했었죠.”

일본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던 2010년 ‘배우 김준현’을 각인시킨 작품이 바로 ‘지킬 앤 하이드’다. 조승우 류정한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영역에 당당히 입성, 폭발적 가창으로 뜨거운 반향을 지폈다.

“꼭 다시 해보고 싶은 작품이에요. 생존하기 위해 일본어로 꿈을 꿀 정도로 일본어에 빠져 살다보니 한국어 대사로 감정을 전달하는 ‘감’이 떨어졌던 시기거든요. 감정 표현보다 대사에 치중하느라 아쉬움이 많이 됐기에 재도전해 보고 싶은 거죠. 두 가지 목소리와 캐릭터를 표현하느라 힘은 많이 들었지만요. 마성의 하이드를 연기하기 위해 목의 염증을 완화시키는 주사를 맞으면서 무대에 올랐던 기억이 나요.”

 

◆ “장르, 비중 떠나 색깔 분명한 역할 선호”

한국과 일본에서 바닥부터 차곡차곡 다져온 숱한 경험은 시야를 넓혀줬으며, 판단에 있어 객관성이란 선물을 안겨줬다. 데뷔 10년을 슬쩍 넘긴 배우로서의 책임감도 만만치 않다.

“대학 연극영화과와 뮤지컬학과가 대거 늘어나면서 지망생이 너무 많아졌어요. 이 가운데 2~3%만이 무대에 서는 현실이거든요. 허영심에 사로잡혀 있거나 구체적 계획이 없다면 살아남기 힘들죠. 배우는 관객에게 감동을 줘야 해요. 그러려면 자신을 알아야 하고, 먼저 인간이 돼야 해요. 그래야 실수를 인정하고, 발전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야 대사 한줄 한줄로 관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지 않겠어요? 후배들이 그런 점을 많이 고민했으면 좋겠어요.”

아쉬움은 없을까. 국내에서 활동을 지속한 대학 동기들은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잘 나가는 ‘스타’로 군림하고 있지 않은가.

“솔직히 아쉽진 않아요. 지금도 충분히 만족스럽고요. 은사님께서 ‘한 우물을 파라’고 강조하셨거든요. 그래서 예전에 탤런트 시험을 보지도 않았어요. 제게 무대를 권유하셨던 이유가 충분히 있으셨을 거라 믿어요.(웃음) 이젠 좀 여유가 있어졌다고 할까. 무대 활동을 계속하면서 색깔이 분명한 역이라면 주조연, 영화 드라마 가리지 않으려고요. 그렇다고 서두를 필욘 없겠죠.”

여장남자 ‘헤드윅’할 뻔 했어요! 몇 해 전, 트랜스젠더 록가수 이야기를 다룬 록 뮤지컬 ‘헤드윅’ 출연 제의를 받았다. 여장을 한 채 무대를 이끌어가야 하는 작품이다. 노래는 너무 좋은데 각인효과가 두려웠다. 특히 22세에 부산시립극단 ‘어느 노부인의 방문’에서 괴한에게 쫓기는 여자 역을 맡아 여자 속옷만 입은 채 부산문화회관 광장을 가로질렀던 기억으로 인해 고심 끝에 고사했다. 그 역은 서울예대 연극과 선배이자 동갑내기 친구인 박건형에게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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