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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센 외풍에 흔들리는 위기의 K리그, 순위판도에도 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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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센 외풍에 흔들리는 위기의 K리그, 순위판도에도 역풍?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7.10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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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전북 에두·수원 정대세, 이적 이탈…내부단속 한계, 시민구단 등으로 도미노 우려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이제 K리그 클래식의 순위 판도에서 '외풍'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아니, 무시할 수 없는 정도가 아니라 가장 큰 변수다.

K리그 클래식 구단은 최근 중국리그와 일본 J리그의 적극적인 영입 정책에 크게 뒤흔들렸다. 장쑤 쑨텐의 거액 제의를 받은 최용수(44) FC서울 감독은 흔들리지 않고 자리를 지켰지만 수원 삼성 정대세(31)는 12일 부산전을 끝으로 J리그 시미즈로 떠나고 전북 현대 에두(34)는 허베이 화시아 싱푸로 이적했다.

앞서 시즌 초에는 세르히오 에스쿠데로(27)가 장수 세인티의 제의를 받고 떠났다. 에스쿠데로는 올 시즌 서울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에 출전하는 등 전력 구상에 들어 있었지만 장수 구단의 거액 제의에 속절없이 뺏겼다.

▲ 전북 현대가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1강을 달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공격수 에두가 허베이로 떠나면서 전력 공백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순위 판도도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전북도 뺏기는 현실, K리그 클래식 전체의 위기감

에두와 정대세가 각각 중국과 일본 팀으로 이적했다는 사실은 K리그 클래식에 위기감을 일깨워주기에 충분하다. 수원 구단의 경우 최근 운영주체가 제일기획으로 변경되면서 긴축 재정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다른 구단에 비해 선수에 대한 대우가 좋은 편에 속했다. 여기에 K리그에서 가장 좋은 대우를 해준다는 전북이 중국 갑리그(2부) 팀에 주전 공격수를 내준 현실은 충격적이다.

에두의 이적 과정에서 연봉 등 조건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중국 축구에 정통한 한 에이전트에 의하면 연봉이 3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북이 에두와 맺은 연봉 10억 원 조건도 K리그 최고 대우에 속하는데 허베이가 내민 조건은 세 배가 넘는다.

중국 슈퍼리그(1부)도 아니고 2부 팀이 세 배가 넘는 조건을 제시했다면 K리그 클래식 팀들이 더이상 중국의 거액 투자를 감당해낼 수 없는 수준까지 이르렀다는 얘기가 된다.

게다가 허베이는 30대 중반의 에두에게 무려 2년 6개월의 계약을 제시했다. 연봉이 30억 원이라고 했을 때 75억 원이 된다. 여기에 전북도 허베이로부터 이적료 30억 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적 규모가 100억 원이 넘는다. K리그 클래식으로서는 좀처럼 상상할 수 없는 규모다.

2013년 수원 삼성과 3년 계약을 맺었던 정대세의 연봉 역시 5억 원 수준으로 1급 대우였다. 그러나 계약 만료 6개월을 남겨두고 재계약에 대한 언질이 없었던데다 자신이 태어난 일본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겹쳤다. 시미즈가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8억 원도 무시할 수 없다.

▲ 수원 삼성은 염기훈과 함께 공격진을 이끈 정대세를 J리그 시미즈에게 내줬다. 수원이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2위를 달리는데 맹활약한 정대세가 떠나면서 공격진 공백을 메워야 하는 절실한 상황에 놓였다. [사진=스포츠Q DB]

◆ 소규모 기업구단·시민구단 등으로 줄줄이 도미노 우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1, 2위를 달리고 있는 전북과 수원이 너무나도 힘없이 주전 선수들을 내줬다는 점은 다른 팀들도 중국, 일본 리그 팀들의 러브콜에 선수들을 그대로 뺏길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돈의 힘'이 지배하는 프로에서 선수들이 돈을 좇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선수들에게 '의리'만을 내세워 묶어놓는 것은 너무나 순진한 발상이다.

소규모 기업구단과 시민구단은 중국, 일본 리그 팀은 물론이고 K리그 클래식 내에서도 집중 타깃이 된다. 주축 선수들을 내준 전북, 수원 등이 소규모 기업구단, 시민구단의 선수들을 데려와 전력 공백을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전북과 수원이 에두, 정대세의 이적으로 구멍이 생긴 공격진을 메우기 위해 울산 현대에서 뛰고 있는 김신욱(27)을 데려오려 한다는 소문이 축구계에 퍼졌다.

김신욱은 K리그 내 이적은 생각하지 않고 오직 유럽 리그만 바라본다고 하지만 AFC 챔피언스리그에도 출전하는 팀으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김신욱이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입은 부상 이후 컨디션이나 경기력이 100%로 올라오지 않았기 때문에 전북이나 수원에서 뛰면서 자신의 기량을 입증하고 유럽의 러브콜을 받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시민구단도 좌불안석이다. '늑대축구'로 K리그 클래식 5위까지 오른 인천은 재정상황이 악화일로여서 지금 당장 기업구단의 선수 영입 제의가 들어온다면 그대로 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정적으로 취약한 성남FC나 광주FC, 대전도 마찬가지다. 인천, 성남, 광주는 올 시즌 선전을 거듭하고 있어 언제라도 전력을 강화하려는 기업 구단의 선수 영입 제의가 들어올 수 있다.

이 경우 순위판도도 단번에 흔들리게 된다. 1강을 달리던 전북이 뒷걸음친다면 순위 싸움은 안갯속으로 빠지게 된다. 또 3위 서울부터 9위 광주까지 승점차가 6에 불과한 상황에서 스플릿 라운드 전까지 12경기나 남아 상위 스플릿 진입 경쟁도 새로운 국면에 빠져들게 된다.

▲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 등 K리그 클래식을 대표하는 팀들이 중국, 일본 리그에 주전 선수를 내주자 다른 구단들도 위기감에 빠졌다. 특히 전북, 수원이 공격력을 메우기 위해 울산 현대에서 뛰고 있는 김신욱을 데려오려 한다는 소문이 벌써부터 나돌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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