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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2015] (36) 시민구단 캡틴으로 사는 김두현, '전성기? 아직 배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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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2015] (36) 시민구단 캡틴으로 사는 김두현, '전성기? 아직 배고프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7.14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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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서 김학범 감독과 두번째 의기투합…ACL 재도전·대표팀 재승선 목표 아직 유효

[200자 Tip!]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시민구단의 선전이다. 풍족하지 않은 살림살이에도 최하위 대전을 제외한 나머지 성남, 인천, 광주는 각각 5위와 7위, 9위에 올라 있다. 상위권 팀과 승점차도 크지 않아 언제라도 중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가능성이 남아 있다. 시민구단들이 만만치 않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어떠한 위기에도 팀의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노련한 베테랑이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성남에서 올해 새 도전을 시작한 '두목까치' 김두현(33)의 무게감이 단연 돋보인다.

[성남=스포츠Q 글 박상현·사진 이상민 기자] "허허,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정말 신기하네요." 김두현에게 '날아다니는 팀'에서만 뛰었다는 공통점을 얘기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자신이 여태껏 뛰었던 프로팀을 되뇌였다.

▲ 김두현이 다시 성남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김학범 감독과 다시 의기투합했다. 수원 삼성을 통해 프로에 데뷔한 김두현은 성남과 웨스트 브로미치 알비온, 수원을 거쳐 다시 성남으로 돌아오는 흔치 않은 이적 기록을 남겼다.

김두현의 첫 프로팀은 수원 삼성이었다. 이후 성남 일화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웨스트 브로미치 알비온에서 활약했다. K리그로 돌아와서는 다시 수원에서 뛰었고 올 시즌 성남의 유니폼을 입었다.

수원의 팀명은 파란 날개를 뜻하는 블루윙즈이고 성남 일화와 성남도 각각 천마와 까치를 마스코트로 한다. 웨스트 브로미치 알비온의 상징은 종달새다. 2001년부터 14년 동안 그라운드에서 김두현이 보여줬던 날갯짓은 어땠을까.

◆ 김학범 감독 전화 한 통에 달려온 김두현, 보통을 넘는 인연

김학범 성남 감독이 김두현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언제나 "김두현은 한국 최고의 미드필더" 또는 "김두현 활용법은 내가 가장 잘 안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김두현을 김학범 감독의 '페르소나'라고 말하기도 한다. 반대로 얘기하면 김두현에게 날개를 달아준 것은 바로 '학범슨' 김학범 감독이다.

그러나 김두현은 자신이 김학범 감독의 애정을 듬뿍 받는다거나 그의 밑에서 뛸 때만 최고의 기량을 발휘했다는 얘기에 대해 손을 내저었다.

김두현은 "감독님은 나말고도 다른 선수들에 대해서도 어떤 역할을 맡겼을 때 가장 적합한지, 100%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를 가장 먼저 생각한다"며 "다른 팀 감독님들도 내가 공격형 미드필더에 가장 적합하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팀의 내부 사정과 효율적인 선수 구성을 위해 내가 소화 가능한 수비형 미드필더를 보기도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 김두현은 김학범 감독의 애제자다. 그리고 김학범 감독 전술의 중심이자 '페르소나'이기도 하다. 김두현은 여전히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며 시민구단 성남을 이끌고 있다.

그래도 김학범 감독과 인연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은 자신도 인정했다. 김학범 감독이나 김두현 모두 성남을 모두 떠났다가 다시 뭉친 기이한 인연이다.

김두현은 "나도 그렇고 감독님도 한 번 성남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왔다. 같은 팀에서 같은 감독님을 두 번이나 다시 만나는 것은 분명 흔한 일이 아니다"라며 "자유계약선수(FA)가 된 뒤 같이 뛰자는 전화에 어떤 것도 생각하지 않고 성남으로 왔다"고 말했다. 그만큼 둘의 신뢰가 돈독하다는 뜻이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첫 만남은 거대 기업구단에서 이뤄졌다면 지금은 재정이나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못한 시민구단이라는 점이다.

◆ 시민구단 성남FC를 더욱 강하게 만드는 '캡틴 두현'의 힘

김두현은 "감독님만 보고 왔지만 시민구단으로서 발전 가능성이 뛰어났다. 감독님과 팀을 잘 만들어보고 싶었다"며 "시민구단의 새로운 롤모델이 될 것이란 확신도 있었다. 그 확신이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16강까지 올랐고 K리그 클래식에서도 중위권에 있으니 지금까지는 괜찮은 행보"라고 평했다.

김두현은 또 성남에서 후배들을 이끄는 캡틴이다. 김학범 감독의 전폭 신뢰가 있기도 했지만 워낙 리더십이 뛰어난 선수이기도 하다. 팀의 주축이자 고참으로서 후배들을 이끌어나가며 시민구단 성남을 점점 강하게 만들고 있다.

성남이라는 팀의 가능성을 물었더니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시민구단이 기업구단에 밀린다는 선입견을 깨뜨릴 수 있다는 자신감에 가득했다.

▲ 수원과 성남 일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까지 비교적 재정이 풍족한 팀에서 선수생활을 했던 김두현은 지금 시민구단 성남의 주축이다. 비록 살림살이는 넉넉하지 않지만 K리그 클래식과 AFC 챔피언스리그를 치르면서 좋은 성적을 거둬 시민구단의 롤모델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김두현은 "K리그 클래식이나 AFC) 챔피언스리그를 치러보니 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쿼드만 봐서는 전북 현대가 1강이긴 하지만 준비만 잘하면 어느 팀이나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올스타 휴식기에 잘 정비하면 3, 4위도 가능할 것 같다. 물론 이 목표는 내년 AFC 챔피언스리그까지 생각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두현이 자신감을 갖게 된 계기는 역시 AFC 챔피언스리그가 컸다. AFC 챔피언스리그가 치러지기 전만 하더라도 K리그 클래식 네 팀 가운데 성남만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할 것으로 봤다.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와 원정 첫 경기에서 1-2로 졌을 때만 해도 예상이 맞는 듯 보였다. 하지만 성남은 K리그 네 팀 가운데 가장 먼저 16강에 올랐고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와 당당하게 맞섰다.

김두현은 특히 광저우 에버그란데와 경기를 가장 의미있게 생각했다. 김두현은 "광저우 에버그란데는 빅클럽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포지션마다 좋은 선수가 있긴 했지만 버겁다는 느낌은 없었다"며 "재정이 열악한 성남이 조직력으로 이겨낸다면 재미있겠다 싶더라. 2차전에서 한 선수를 막지 못해 8강에 오르지 못했지만 선수들 모두 자신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고 회상했다.

◆ 현역 생활의 막바지? 아직 축구인생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30대 중반이라고 하면 현역 생활의 막바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김두현은 자신의 남은 시간이 지나온 것보다 짧다는 것은 인정해도 은퇴를 생각할 때는 아니라고 단언한다.

김두현은 "아직도 잉글랜드에서 축구했던 때를 잊지 못한다. 병역 문제 때문에, 시간과 싸움에서 져 돌아오긴 했지만 잉글랜드에서 뛰었던 것은 내가 축구를 하는 눈을 뜨는데 큰 도움이 됐다"며 "축구가 하나의 삶이었던 곳이었기 때문에 즐겁고 행복했다. 그 때 그 마음과 생각을 잊지 않고 계속 도전해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 김두현은 만족을 모른다. 만족을 모르기 때문에 자신이 전성기를 보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도 전성기가 오려면 아직 멀었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축구 선수로서 자신이 이뤄야 할 일이 너무나 많다고 주장한다.

그의 도전정신은 국가대표팀 욕심에서도 잘 드러난다. 젊은 선수들을 적극 중용하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지론대로라면 대표팀에 재발탁될 가능성은 낮지만 현역이라면 당연히 대표팀 욕심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김두현은 "대표팀이라는 자리가 욕심만 낸다고 해서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만 나이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며 "대표팀에서 뛸 수 있는 경기력만 내가 보여줄 수 있다면 그리고 어린 후배들과 경쟁에서 이겨낼 수 있는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면 언제라도 다시 대표팀 유니폼을 입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또 김두현은 월드컵에 대한 갈증이 여전하다. 김두현은 "내 축구 인생에서 가장 아쉬운 것이 2006년 독일 월드컵 대표팀에 포함됐으면서도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월드컵 경기에서 뛰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 정말 해보고 싶다"고 간절함을 표시했다.

무엇보다도 김두현은 자신의 전성기는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전성기가 아직 오지 않았으니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는 자신감이 묻어 있다.

김두현은 "전성기를 보냈다거나 지금이 전성기라고 생각하는 것은 옛날의 좋았던 것만 생각하고 앞으로 내리막을 걸을 것이라는 뜻"이라며 "더 좋은 시간과 전성기를 항상 기대하고 꿈꾸고 있다. 내가 생각했을 때는 이제 겨우 중간 정도까지 왔다"고 밝혔다.

김두현은 항상 날개를 달고 있었지만 펄럭거리기만 했을 뿐 아직 도약조차 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이제서야 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두목까치' 김두현의 힘찬 날갯짓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 김두현은 성남의 '두목 까치'로 후배들을 이끌고 있다. 그동안 김두현이 날개를 펄럭이기만 했다면 이제는 날아오를 일만 남았다.

[취재후기] 김두현은 만족이라는 것을 모른다. K리그 최고의 미드필더로 평가받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까지 경험했지만 "아직 전성기가 오지 않았다"는 말은 언제나 자신의 위치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두현은 만족을 모르기에 끝없이 도전하고 발전한다. 끊임없이 발전하고 변화해야 하는 시민구단의 지향점과 잘 맞아떨어지는 부분이다. 김학범 성남 감독도 김두현의 이런 모습이 마음에 들어 '애제자'로 삼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김두현의 영문 이름은 왜 'Doheon'이 됐을까

김두현은 영문이름으로 'Doheon'을 쓴다. 읽으면 도헌이다. 두현이 되려면 Doo나 Du, Hyun이나 Hyeon이 되어야 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이에 대해 김두현은 "특별한 것 없어요. 저도 원래 'Doohyun'을 썼었어요"라고 말한다. 그럼 어떻게 지금의 영문 이름을 쓰게 된 걸까.

이유는 행정처리 절차 오류였다. 연령별 대표팀에서 뛰면서 처음으로 여권을 여행사를 통해 신청했을 때 직원이 '도헌'으로 잘못 알아듣고 'Doheon'으로 처리한 것.

김두현은 "지금이라도 제대로 고치고 싶은데 너무 오랫동안 써와서 귀찮을 것 같아요"라며 "여권이나 대한축구협회, 국제축구연맹(FIFA)까지 모두 바꿔야 하는데 가능한지 물어보고 싶다"고 밝혔다.

■ 김두현 프로필
학력 = 동두천초등학교-통진중학교-통진종합고등학교

프로 경력 = 수원 삼성(2001~2005)-성남 일화(2005~2007)-WBA(2008~2009)-수원 삼성(2009~2011)-안산 경찰청(2011~2012)-수원 삼성(2012~2014)-성남FC(2015~)

프로팀 기록 = K리그 280경기 44골 33도움(7월 14일 현재), 잉글랜드리그 20경기 1골

대표팀 경력 = U16(1998)-U17(1999)-아테네올림픽(2004)-A대표팀(2003~)

대표팀 기록 = 올림픽팀 43경기 3골, A대표팀 62경기 12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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