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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최재림 "김경호 1집 한번에 다 부른 느낌"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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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최재림 "김경호 1집 한번에 다 부른 느낌" [인터뷰]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7.16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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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이상민기자] 2013년 봄, 7년 만에 한국 무대에 오른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9월13일까지·샤롯데씨어터)를 통해 유다 역 한지상이 정상의 스타로 발돋움했다면, 올해 이 작품이 배출한 스타는 단연 배신의 아이콘 유다 역 최재림(30)이다.

◆ '재림 유다' 188cm 장신, 3옥타브 반 넘나드는 가창으로 무대 장악

박은태·마이클 리(예수), 한지상·윤형렬(유다) 등 쟁쟁한 배우들이 포진하고 있는 공연에서 최재림은 188cm의 큰 키, 미성의 하이톤으로 3옥타브 파까지 치솟는 가창력으로 존재감을 발휘한다. ‘재림 유다’(새롭게 얻은 닉네임)가 몸을 흔들며 대표 넘버 ‘수퍼스타’를 부를 땐 공연장의 열기는 천장을 뚫을 정도로 뜨거워진다.

 

“굴곡 많은 유다가 예수를 결국 죽음으로 내모는 건 그를 너무 잘 알고, 아끼고, 사랑하므로 하는 배신이라 더 비극적으로 다가오죠. 개막한 지 시간이 조금 흐른 요즘엔 흥분이 가라앉아서인지 디테일한 표현을 찾게 되고, 상대 배우들과의 호흡이 더 깊어지니까 새로운 맛이 새록새록 나는 것 같아요.”

뮤지컬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대표작인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너무나도 유명하지만 어려운 곡들이 수두룩하다. 심장을 요동치는 록 선율에 맞춰 리듬을 타고, 극강의 고음을 토해내야 한다.

“노래방에 가서 김경호의 1집을 논스톱으로 몽땅 부른 느낌? 더욱이 유다는 앙코르곡까지 불러야 하니 죽을 맛이죠. 그래서 공연 하루 이틀 전에는 술을 절대로 마시지 않아요. 향락을 멀리하죠. 하하. 예수는 ‘겟세마나’, 유다는 ‘수퍼스타’에 모든 걸 다 쏟아 부어야 해서 매순간 피 튀기게 덤벼들어요. 해냈을 때의 성취감, 희열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고요. 특히 흥겨운 무대라 그간의 고뇌와 걱정을 훌훌 털어내고 즐기죠.”

공연 관계자들은 3명의 유다 색깔에 대해 ‘흔들리는 나약한 유다’(한지상), ‘혁명가의 대의가 묻어나는 유다’(윤형렬), ‘냉정함과 감정폭발의 전후반 느낌이 다른 유다’(최재림)라고 평가한다. 또 지저스 역 배우가 누구냐에 따라 조금씩 톤이 달라지기도 한다.

 

“초반엔 감정을 절제하다가 후반부에 유다가 심리적으로 무너졌을 때 감정을 폭발시키며 인간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걸로 설정했어요. 이를 위해 다양한 표정을 연구했고, 노래로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을 확실히 보여주자고 계획했어요. 또 상대역 은저스(박은태)가 유다에 대한 입장이 단호해서 공연 때 치열한 두뇌싸움을 벌이는 느낌이라면, 마저스(마이클 리)는 안타까움이 묻어나 사랑싸움하듯 표현이 되더라고요.”

◆ ‘남자의 자격’ 벼락스타...유혹 등돌린채 한예종 연기과 입학

지난 2011년 KBS2 ‘남자의 자격’에 박칼린을 보좌하는 보컬 트레이너로 출연, 유명세를 치렀다. 하지만 그 뒤 방송에서 꼬장꼬장해 매력적인 최재림의 모습을 보긴 힘들었다. 화제의 인물에 대한 대중의 궁금증은 잦아들었다.

“당시엔 제가 뮤지컬을 막 시작했던 단계라 배우로서의 정체성이 확립되질 않았어요. 출연제의를 받긴 했었죠. 만약 방송에 몸을 실었다면, 순간의 관심을 몇 차례 얻을 순 있었겠지만 얼마나 갔겠어요. 이상한 방향으로 나아가진 않을까 회의가 들어서, 결과가 예상돼서 학업을 선택했어요.”

성당 성가대 활동을 하면서 음악에 빠져들어 고2 때 성악을 시작한 최재림은 경원대 성악과 에 입학했다. 군에 입대하면서 진로에 대한 본격적인 고민을 하기 시작했을 때 후임병으로 뮤지컬배우가 들어와 가능성을 두고 생각을 많이 했다. 이로 인해 3학년 때인 2009년 ‘렌트’의 주인공 콜린 역에 캐스팅되며 이후 뮤지컬 ‘헤어 스프레이’ ‘남한산성’ ‘넥스트 투 노멀’ ‘비지터’ ‘어쌔신’ ‘가야십이지곡’ 등에 잇따라 출연했다.

 

‘남자의 자격’으로 벼락스타가 됐으나 그는 배우로서 연기를 제대로 배워보고 싶은 열망에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전문사(석사) 과정에 입학, 2년 동안 학업에 매진했다.

“대본 리딩법, 화술, 움직임에서 괄목할 만한 향상이 이뤄졌어요. 연기수업 시간을 통해 상대의 말을 듣고 보는 법을 몸으로 익혔고요. 실기과정이 다양한 데다 자율성이 강조되는 분위기라 얻은 게 많죠. 지금은 휴학 상태인데 끝을 볼 계획이에요.”

대학과 대학원에서 각각 ‘성악’과 ‘무대연기’를 전공한 최재림은 필모그래피가 특이하다. 중소극장 뮤지컬을 주로 했는가 하면 뮤지컬 배우들이 만드는 도니제티 오페라 ‘리타’에 리타의 전남편 가스파로 역으로 출연했다. 이 작품은 올해 하반기에 다시금 무대에 올려질 예정이다.

“‘리타’는 원래 전공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이자 오페라에 대한 편견을 깨트리고자 했던 발칙한 도전의 장이었어요. 뮤지컬이나 오페라나 같은 무대 예술이니까 구분을 할 필요를 못 느꼈죠. 아직까진 성악을 기반으로 한 고전 뮤지컬, 대극장 뮤지컬의 기회를 별반 얻지 못했는데 나이와 깊이가 갖춰진다면 계속 서고 싶죠. ‘레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 ‘노트르담 드 파리’ ‘에비타’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지킬 앤 하이드’...참 많네요. 후후. 연극도 기회가 되면 도전해보고 싶고요.”

◆ “뮤지컬 배우, 자신을 독하게 개발해야...다재다능한 배우 꿈꿔”

 

최재림은 최근 발성 레슨을 시작했다. 성악을 전공한 친구들이나 유학파 지인들에게 봐달라고 하는 등 인맥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이유를 묻자 “날이 무뎌지는 것 같아서”라며 “배우로서 날을 예리하게 갈 때가 된 듯하다”고 대답한다. 결기가 느껴진다.

“뮤지컬 배우는 춤, 노래, 연기, 다양한 장르(클래식·록·팝·재즈 뮤지컬)를 섭렵해야 하기에 스스로를 독하게 개발해야 하는 직업이에요. 몰아붙여야 해서 힘들긴 하지만, 게을러지는 순간 후퇴해버리거든요. 장점이자 고된 점이죠.”

여가에는 수영, 웨이트 트레이닝처럼 혼자 하는 운동을 주로 하고, 영화·발레·현대무용·연극 감상과 여행을 즐긴다. 좋아하는 배우로는 ‘라스트 파이브 이어즈’ ‘위키드’에서 활약한 브로드웨이 배우 노버트 레오버츠를 꼽는다. “춤, 연기, 노래 다 잘하는 분이라 저런 배우가 되면 좋지 않을까 하는 거죠”. 7년차 배우의 희망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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