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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역린' 정재영 조재현 Good! 조정석 한지민 B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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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역린' 정재영 조재현 Good! 조정석 한지민 Bad?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5.06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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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2014년 한국영화계 사극열풍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역린’이 지난달 30일 개봉 이후 6일 만에 관객 200만명을 돌파하며 파죽의 흥행세을 보이고 있다.

비운의 삶을 산 사도세자의 아들이자 조선 22대 왕 정조(이름 이산)는 평생 암살 위협에 시달리면서도 왕권 강화와 인재 육성, 신분차별 철폐에 앞장서 조선 역사상 가장 뛰어난 개혁 군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역린’은 정조가 집권 초기 겪은 암살사건을 정조준한다. 일찌감치 화제작으로 관심을 사온 영화에는 장단점이 존재한다.

▲ '역린'은 정조(현빈)의 영화이면서 아이러니하게 정조의 영화가 아니다[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집단 주인공 체제...‘흥미로운 캐릭터 향연’ vs ‘누가 주인공이지?’

Good! 영화 ‘역린’은 정조 1년 발생한 존현각 자객 침투사건인 정유역변을 모티프 삼아 역모에 얽힌 인간군상의 24시간을 담는다. 영화의 헤드카피 중 하나는 ‘살아야 하는 자, 죽여야 하는 자, 살려야 하는 자’일 만큼 3가지 카테고리에 속한 인물들이 대거 등장한다.

암살 위협에 시달리며 밤잠을 이루지 못한 채 신체훈련에 매진하는 정조(현빈), 노론 최고의 수장이자 야심만만한 정순왕후(한지민), 아들인 정조의 안위만 걱정하는 혜경궁 홍씨(김성령), 정조를 그림자처럼 보필하며 신임을 얻는 내시 상책(일명 ‘갑수’ 정재영)과 왕의 호위를 담당하는 금위영 대장 홍국영(박성웅), 고아들을 모아 살수로 길러내는 비밀 살막의 냉혹한 주인 광백(조재현), 광백의 잔인한 제안에 왕을 암살하려는 조선 최고의 살수(일명 ‘을수’ 조정석), 비밀을 품고 궁에 들어온 세답방 나인 월혜(정은채)는 종횡으로 얽히며 드라마를 구축한다.

하나의 사건을 극단의 인물만 등장시켜 단선적으로 풀어가기보다 사건을 둘러싼 다양한 인물군의 시선과 스토리를 씨줄과 날줄로 엮어내는 점은 입체적이다. 관객의 흥미를 자극한다.

▲ '살수 3인방' 조정석 조재현 정재영(사진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Bad! 2시간 남짓 영화에서 이런 시도는 자칫 산만해지기 쉬워 집중점을 형성하기 힘들다. 실제 정조와 상책의 우정, 갑수와 을수의 형제애, 을수와 월혜의 사랑, 월혜와 어린 나인 복빙이의 자매애 등이 포진해 있다보니 영화의 흐름이 자주 끊기고, 주제가 흐려진다. 타이틀롤 정조를 맡은 현빈이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하질 않기에 관람 후 관객 사이에서 “살수(정재영 조정석)의 이야기였어?” “우정과 사랑, 배신과 복수를 모두 품은 조정석이 주인공이었나?”와 같은 말이 새어나온다.

◆ 명품배우들 대거 출연... '설득력 강한 열연' vs '카리스마 부족한 연기'

Good!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아역 배우들조차 연기가 좋다. 이들의 명연을 감상하는 즐거움은 최근 어떤 영화보다 빼어나다. 이 가운데 정재영과 조재현은 단연 인상적이다.

상책은 살수로 키워져 내시로 입궁한 뒤 정조의 유년기부터 지근거리에서 보필해온 인물이다. 왕의 서재인 존현각을 관리할 만큼 학식이 뛰어난 데다 고강도 살수훈련을 받으며 성장했기에 무술실력 또한 대단하다. 정재영은 이런 캐릭터의 외피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부여된 임무와 왕에 대한 연민, 나라와 백성에 대한 정의감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러 겹의 속내를 밀도 있게 그려낸다.

분량은 많지 않으나 조재현의 연기는 압도적이다. 소름끼칠 정도로 흉측한 외모부터 강한 사투리의 말투에 이르기까지 잔혹무도한 캐릭터를 맞춤옷을 입은 듯 연기했다. 좋은 톤의 목소리를 소유한 현빈은 애환 많으며 통찰력 있는 청년 정조의 감성을 잘 표현했다. 복근과 등근육 노출을 불사하고 무술실력까지 선보이며 서정과 격정을 균형 있게 아울렀다. 감독의 연출 영역이긴 하나 고독과 불안에 갇혀 지냈던 심리를 더욱 부각시키지 못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 정순왕후 역 한지민

Bad! 실질적인 주인공 아니냐는 소리까지 들은 조정석의 연기는 극의 비중에 비해 부족한 느낌이다. 실력 있는 젊은 배우임에 분명하지만 조선 최고의 살수에 걸맞은 섬뜩한 카리스마는 떨어졌다. 궁중 나인 월혜와의 목숨을 건 사랑에서는 절박함이 느껴지질 않았다. 극 막판 정조와 상책을 향한 마음이 어떤 것인지 공감되지 않은 점 역시 아쉽다. 여러 상황에 들어가는 을수의 감정선을 집중력 있게 끌고가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한지민은 착하고 예쁜 이미지에서 벗어나 궁의 최고 권력자이자 야심가 정순왕후 역을 맡아 변신을 꾀했다. 드라마 ‘이산’에서 정조의 후궁 송현 역을 맡았던 점은 극에 녹아드는 연결고리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닥 이질감 없는 연기를 펼쳤으나 권력욕으로 가득한 추상같은 위엄의 정순왕후라기보다 도도하고 섹시한 팜므파탈 정순왕후로 다가왔다.

◆ 스타일리시한 액션... '세련된 영상미학' vs '다모로 익숙해진 촬영기법'

Good! 이재규 감독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감각적인 영상미학이다. 퓨전사극의 포문을 연 드라마 ‘다모’ 때부터 그의 액션은 매우 현대적이고 스타일리시했다. 정조의 활시위를 떠난 화살이 과녁을 향해 빠르거 날아가는 쇼트를 비롯해 어둠을 뚫고 고요히 흩뿌려지는 빗방울·눈꽃과 대비돼 격렬하게 부딪히는 화살과 칼날, 존현각 지붕을 타는 살수들의 리드미컬한 액션은 매우 인상적이다. 후반부 존현각에서 벌어지는 정조와 살수의 불꽃 튀는 검투를 다양한 앵글로 잡아내며 보는 이의 호흡을 멈추게 한다.

▲ 스타일리시한 액션미학의 정점을 찍은 정조와 살수의 존현각 전투

Bad! 하지만  과거 ‘다모’에서 체험했던 부감(카메라를 높은 위치에 놓고 피사체를 내려다보는 촬영)과 슬로모션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장면에 대한 개괄적 묘사와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데 효과가 좋다. 이재규 감독이 좋아하는 촬영기법인 듯하나 ‘다모’의 학습효과로 인해 식상한 것 또한 사실이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와 같은 ‘다모’체 대사가 정조의 입을 통해 간간히 재현된 점도 신선도를 떨어트린 요인이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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