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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세영웅에서 앙팡테리블 진화, 수원 권창훈의 6개월 상전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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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세영웅에서 앙팡테리블 진화, 수원 권창훈의 6개월 상전벽해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8.13 1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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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장은·김은선 부상 공백 메우는 역할서 에이스로 발전…타고난 연습벌레로 구단에서도 큰 기대감

[스포츠Q 박상현 기자] 권창훈(21·수원 삼성)의 지난 6개월을 보면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유망주라는 평가를 받긴 했지만 올 시즌 수원이라는 K리그 클래식 명문구단의 미래 에이스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생각한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이젠 서정원 수원 감독도, 신태용 올림픽 대표팀 감독도,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도 권창훈의 발전에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권창훈은 1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대전과 현대오일뱅크 2015 K리그 클래식 24라운드 홈경기에서 1-1로 팽팽하던 후반 29분 수비수 실바를 압박해 공을 뺏어낸 뒤 드리블 후 아크 부근에서 왼발로 슛, 골문을 열었다.

▲ 소속팀 수원 삼성과 올림픽 대표팀은 물론이고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에서도 중앙 미드필더로 기량을 인정받은 권창훈이 대형 미드필더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수원은 올 시즌 대전의 유일한 승리 제물이 됐던 팀. 그것도 홈구장인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였다. 조성진의 선제골로 앞서가고도 동점골을 허용해 불안한 기운이 엄습해왔지만 권창훈의 골 하나로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권창훈은 올 시즌만 하더라도 "풀시즌만 소화한다면 성공적인 시즌이 되지 않겠느냐"는 목표를 삼았다. 이미 풀시즌 소화는 이미 초과달성했다. 이젠 수원에 없어서는 안될 키플레이어가 됐다.

시작은 수원의 어려운 상황에서 비롯됐다. 오장은이 프리시즌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고 김은선까지 시즌 도중 부상으로 빠져나가면서 수비형 미드필더에 공백이 생겼다. 서정원 감독도 "수비형 미드필더 2명이 동시에 부상당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고 한숨을 내쉬었을 정도다.

그 순간 서 감독은 권창훈을 생각해냈다. 수원 유스팀인 매탄고를 나와 지난해부터 수원에서 뛰고 있는 권창훈은 상대 선수에 대한 압박은 물론이고 드리블 능력도 좋다. 왼발도 좋아 골로 마무리하는 득점력도 갖췄다. 공수를 모두 겸비한 권창훈은 서정원 감독의 입맛에 맞는 딱 그런 선수였다.

▲ 권창훈은 오장은, 김은선의 부상 공백을 메우기 위한 수비형 미드필더로 먼저 기용됐다. 지금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하는 기회가 더 늘어났지만 권창훈의 안정적인 수비 속에 수원도 위기를 넘기고 순항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서정원 감독은 이상호와 함께 두 선수에게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겼다. 이상호가 위로 올라가면 권창훈이 중원을 지켜주고 권창훈이 공격에 가담하면 이상호가 아래로 내려가는 시소형 전술을 구상했고 이는 잘 맞아떨어졌다.

지금은 조성진이 포백 앞에 뿌리를 박으면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권창훈이 없었다면 수원이 시즌 초반 중원에서 안정감을 갖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 때문에 수원 관계자는 권창훈을 두고 "난세가 낳은 영웅"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권창훈이 이처럼 수원의 미래 에이스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것은 타고난 연습벌레이기도 하다. 수원 관계자는 "워낙 축구밖에 모르는 선수라 축구로 성공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동아시안컵에서 맹활약을 펼쳐 신문사, 방송사 할 것 없이 인터뷰가 쇄도한다. 권창훈도 아직 언론사 스포트라이트가 받을 때가 아니라며 한 방송사만 빼고 모든 인터뷰를 물리치고 있을 정도"라고 귀띔한다.

이런 권창훈을 일깨워주며 지도한 것은 공교롭게도 자신과 닮은꼴인 고종수 코치다. 권창훈이 매탄고에 입학했을 당시 고종수 코치와 만났다. 권창훈은 지금도 수원 코칭스태프가 된 고종수 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성장하고 있다.

▲ 권창훈이 수원이 꼽는 미래 에이스로 지목받을 수 있는 것은 타고난 연습벌레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축구로 성장하겠다는 의지가 강해 지금도 언론사의 스포트라이트를 애써 마다하고 자신을 발전시키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또 지난해까지 함께 있었던 김두현과 룸메이트로 지내며 미드필더가 지녀야 할 모든 것을 따라다니며 배워 스스로 기량을 발전시켰다. 지난 6개월 동안 권창훈이 '상전벽해'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이젠 고종수 코치가 현역시절 들었던 '앙팡테리블'이라는 별명까지 얻고 있다. 수원 관계자는 "권창훈이 이제 겨우 21세 선수인데도 선배들로부터도 기특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열심이다. 이대로 간다면 대형 미드필더가 될 수 있다"며 "구단에서도 레전드급 미드필더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요즘은 권창훈 보는 맛에 산다"고 말한다.

축구팬들도 권창훈이 나날이 발전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것 같다. K리그에 모처럼 대형 스타감이 나타난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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