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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본색] (3) '영도' 태인호, 악역 전문 이미지 뒤에 감춰진 선량한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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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본색] (3) '영도' 태인호, 악역 전문 이미지 뒤에 감춰진 선량한 눈빛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5.09.14 22: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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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상업영화의 만연 속에서도 '독립영화'라는 이름 아래 묵묵히 자신의 길을 지키며 '더 나은 내일'을 향해 달려가는 영화인들이 있다. 스포츠Q는 '영화본색'을 통해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그리고 영화를 통해 자신의 색(色)을 보여주려는 독립영화인들의 목소리를 담은 릴레이 인터뷰를 싣는다.

[스포츠Q 글 원호성 기자·사진 최대성 기자]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해 2014년 tvN에서 방송된 드라마 ‘미생’은 충무로의 미래를 이끌 젊은 스타들을 대거 발견할 수 있었던 무대였다. 임시완을 비롯해 변요한, 강소라, 강하늘 등 원 인터내셔널의 신입사원을 연기한 배우들부터, 이들 신입사원들을 지도하는 대리들로 등장한 김대명, 오민석, 전석호까지 젊은 배우들의 등장에 목이 말라있던 충무로는 ‘미생’ 출연진에 앞다퉈 러브콜을 보내기 시작했다.

충무로 젊은 피의 수혈현장이 되고 만 ‘미생’의 출연진 중에서도 유난히 눈에 띄던 배우는 배우 태인호였다. 그는 변요한이 연기한 ‘한석율’의 지도를 담당한 섬유팀 ‘성대리’로 출연했다.

다른 대리들이 처음에는 악역처럼 보여도 나중에는 신입사원들을 챙겨주는 멘토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태인호가 연기한 ‘성대리’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꿋꿋하게 ‘한석율’에게 애정을 기울이지 않는 악역 캐릭터였다. 현실적인 직장 이야기를 그려낸다고 하면서도 “세상에 저런 회사가 어디 있냐”는 야릇한 직장 판타지가 펼쳐지던 ‘미생’의 공간에서 태인호가 연기한 ‘성대리’는 가장 현실적인 직장 상사의 전형과도 같은 캐릭터였고, 그렇기에 가장 인상적인 악역이기도 했다.

‘미생’에서 가장 현실적인 공포를 선사했던 태인호가 지난 10일 개봉한 손승웅 감독의 ‘영도’를 통해 다시 한 번 악역으로 관객들 앞에 돌아왔다. 이번에는 ‘미생’보다도 한층 강하고 거친 악역이다.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연쇄살인마의 아들로 태어나, 아버지의 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숙명을 지닌 남자. 그것이 영화의 제목이자, 영화 속 공간, 그리고 태인호가 연기한 배역의 이름이기도 한 ‘영도’이다.

◆ ‘영도’ 대학 후배 손승웅 감독과의 만남, 그리고 새로운 모습 찾아내기

▲ “‘영도’를 준비하면서 다른 영화 속 악역들을 찾아보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영도’라는 인물은 어쨌든 제가 한 번 만들어 보고 싶은 캐릭터였고, 저 역시도 평생 연기를 하면서 한 번쯤 도전해 볼 만한 캐릭터였죠. 그래서 다른 캐릭터를 전혀 참고하지 않고 오로지 제가 생각하는 ‘영도’만을 한 번 표현해 보고 싶었습니다.”

‘영도’는 ‘미생’ 이후 1년이 지난 10일 개봉하기는 했지만, 사실 ‘미생’보다 1년 정도 먼저 촬영한 작품이다. 태인호의 입장에서는 2년 전 촬영한 영화가 이제야 극장개봉을 통해 빛을 보게 된 셈이다.

태인호가 ‘영도’에 출연하게 된 것은 경성대학교 연극영화과 1년 후배인 손승웅 감독과의 인연 때문이었다. 손승웅 감독과 태인호는 대학교 1년 선후배라는 인연도 남다르지만, 그보다 더욱 유별난 인연이 있다.

태인호는 손승웅 감독이 대학 시절 연출한 단편영화부터 계속 그의 작품에 배우로 출연해왔고, 그 인연이 손승웅 감독의 첫 장편영화인 ‘영도’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이 정도면 태인호는 흔히 이야기하는 말을 빌려서 표현하자면 ‘손승웅 감독의 페르소나’와 같은 배우인 것이다.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연쇄살인마의 아들 ‘영도’라는 캐릭터 역시 처음부터 손승웅 감독이 태인호의 출연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던 캐릭터다. 항상 태인호와 같이 작업을 해온 손승웅 감독은 그의 필모그라피에 영원히 남을 첫 장편도 당연히 태인호와 같이 하고자 했고, 태인호는 몇 차례나 망설이다 겨우 ‘영도’에 출연하기로 결심했다.

“‘영도’라는 배역이 쉽지 않은 것도 선택을 망설인 이유지만, 그보다도 손승웅 감독 때문에 처음에는 거절을 했어요. 저도 마음속으로는 ‘물론 내가 해야지’라는 생각도 하고 있었죠. 배우의 입장이 아닌 대학 선배의 입장에서 그래도 지금이 손승웅 감독에게는 매우 중요한 시점인데, 내가 아닌 다른 배우들을 생각하고 선택해 볼 시간을 주고 싶었어요.”

드라마 ‘미생’에서, 그리고 영화 ‘영도’에서 태인호는 정말 강렬한 악역 연기를 소화해낸다. ‘미생’의 ‘성대리’는 특별한 부정행위나 악행을 저지르는 노골적인 악역은 아니지만 공동체인 회사 생활에서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캐릭터로 ‘한석율’의 입장에서는 그 어떤 직장상사보다도 무섭고 짜증나는 ‘악역’이었고, ‘영도’의 ‘영도’는 연쇄살인마의 아들이라는 꼬리표로 인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사회의 밑바닥을 전전하며 점점 연쇄살인마였던 아버지를 닮아가는 인물이기도 하다.

“‘영도’를 준비하면서 다른 영화 속 악역들을 찾아보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영도’라는 인물은 어쨌든 제가 한 번 만들어보고 싶은 캐릭터였고, 저 역시도 평생 연기를 하면서 한 번쯤 도전해볼 만한 캐릭터였죠. 그래서 다른 캐릭터를 전혀 참고하지 않고 오로지 제가 생각하는 ‘영도’만을 한 번 표현해 보고 싶었습니다.”

태인호의 ‘영도’를 만들어준 것은 대학 후배 손승웅 감독의 역할도 컸다. 이미 대학 시절부터 호흡을 맞춰온 파트너이기에 손승웅 감독은 ‘영도’라는 캐릭터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연기를 해달라는 주문을 태인호에게 일절 하지 않았다. 오직 그에 대한 두터운 신뢰로 태인호라는 배우가 만들어갈 ‘영도’를 지켜보고 그의 해석을 전적으로 존중했다.

손승웅 감독은 태인호에게 ‘영도’라는 인물을 그저 던져줬다. 그리고 영화 속 ‘영도’의 모습처럼 촬영현장에서 폭풍 같은 스케줄로 태인호를 몰아붙였다. 머리로 생각하기에 앞서 몸이 먼저 움직이는 연기. ‘영도’는 그렇게 태인호의 상상과 짐승 같은 본능 속에서 탄생한 ‘괴물’이었다.

“연쇄살인마의 아들이라는 것이 평소 제가 쉽게 접할 수 없는 상황이잖아요. 누구한테 물어볼 수도 없는 거고. 그럼 아버지가 연쇄살인마고 어머니와 가족들까지 날 버리고 떠났을 때 나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를 생각했어요. 아마도 얼굴을 가리려고 흙을 묻히기도 하고, 머리를 길러서 숨기기도 하겠죠? 그런 생각들을 하는 과정 자체가 힘들었어요.”

◆ ‘미생’ 그리고 ‘영도’, 악역 전문 이미지 뒤에 숨겨진 그의 선량한 눈빛

▲ ‘미생’에서 “넌 소시오패스야”라며 ‘한석율’을 한 마리 벌레인 양 쳐다보던 섬뜩하고 차가운 눈빛, ‘영도’에서 아버지의 죗값을 치르라며 심장을 내놓으라는 여자에게 직접 자신의 가슴에 식칼을 찌르던 순간의 비웃음까지. 작품 속에서 보여준 태인호 배우의 연기는 그만큼 강렬했다. [사진 = tvN '미생' 방송화면 캡처, 영화 '영도' 스틸 이미지, 콘텐츠 판다 제공]

솔직히 고백하자면 인터뷰로 태인호를 만나기 전 다소 긴장했었다. ‘미생’에서 “넌 소시오패스야”라며 ‘한석율’을 한 마리 벌레인 양 쳐다보던 섬뜩하고 차가운 눈빛, ‘영도’에서 아버지의 죗값을 치르라며 심장을 내놓으라는 여자에게 직접 자신의 가슴에 식칼을 찌르던 순간의 비웃음까지, 태인호의 악역 연기가 그만큼 강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만난 태인호는 ‘미생’의 ‘성대리’, 그리고 ‘영도’의 ‘영도’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였다. 스크린에서 보여주던 강렬한 눈빛이 아니라 차분하고 조용한 눈빛을 지닌 따뜻한 남자였다. 강렬한 악역 배우라는 이미지 뒤에는 얼핏 길거리에서 마주쳐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평범하게 선량한 이미지가 감춰져 있었던 것이다.

“‘미생’을 촬영할 당시 ‘한석율’을 괴롭히는 ‘성대리’라는 역할이 저한테도 너무 힘들었어요. 대본을 받기 전에 출연을 결정해서 어떤 캐릭터인지 정확히 몰랐는데, 대본이 나오고보니 계속 괴롭히기만 하는 캐릭터인 거예요. 감독님도 촬영 중간에 저에게 ‘성대리, 미안해. 정말 미안해’라고 하시는데, 저도 ‘왜 저에게 이런 캐릭터를 시키셨어요?’라고 물어보니 ‘안 그렇게 생긴 사람이 괴롭히면 재미날 것 같았다’고 하시더라고요. 감독님의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나서부터 ‘성대리’라는 인물을 명확하게 연기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기게 됐죠.”

‘미생’ 이후 태인호에게는 충무로의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그리고 그 많은 시나리오들에서 태인호에게 주어지는 배역은 100% 악역 캐릭터고, 심지어 그 중에는 ‘연쇄살인마의 아들’과 ‘연쇄살인마 아버지’의 1인 2역을 한 ‘영도’보다도 강한 살인마 캐릭터들도 있단다.

몇 년 전만 해도 충무로에서 연극배우나 무명배우가 스크린에 데뷔하면 형사 아니면 조폭을 연기한다고 했지만, 하드보일드 영화가 범람하는 지금의 충무로에서는 무명배우나 연극배우가 스크린에 데뷔하면 일단 형사 아니면 연쇄살인마를 맡게 된다는 농담이 있다. 이는 태인호 배우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선량한 눈빛을 하고 있지만 하필 ‘미생’과 ‘영도’라는 두 작품으로 강렬한 악역 전문배우로 인식되기 시작했기에, 그 역시 이런 배역들을 지금은 피해가기가 힘들다.

“‘미생’이란 작품은 그동안 제가 해온 여러 작품들 중 하나지만, 그 작품으로 인해 주목을 받게 됐고 지금은 그 이미지의 작품이 많이 들어옵니다. 솔직히 말하면 100% 다 악역만 제의하시죠. 하하. 그래도 재밌고 또 감사합니다. 지금은 악역을 주로 하지만 꾸준히 연기를 하면서 시간이 지나면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좀 더 많아지겠죠. 지금은 그래서 빨리 악역 이미지를 털고 다른 배역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게 들어온 작품 중에서 제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골라서 하는 것이 배우로서 오래 할 수 있는 길이 되겠죠.”

◆ 커피 바리스타, 그리고 연기…커피향과 함께 깊어가는 태인호의 연기

▲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여준 악역 이미지와는 달리 선량하면서도 차분한 성격을 지닌 태인호 배우에게 커피는 친구이자 동반자와 같은 존재였고, 또한 연기생활로 지친 영혼을 달래주는 치료제이기도 했다.

태인호에게 관심이 있는 팬이라면 아마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겠지만, 태인호는 배우라는 본업 이외에도 커피 바리스타라는 또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다. 그는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 카페를 직접 운영하고 있고, 커피 역시 직접 로스팅해서 손님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단순히 배우생활을 하며 취미생활로 하는 부업이 아니라 배우와 함께 병행하고 있는 그의 또 다른 본업이기도 하다.

“2006년 경성대를 졸업하고 2년 동안 부산에서 영화를 하다 2008년 서울에 처음 올라왔어요. 서울에 올라와서도 당장 배우로 뭔가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보니 2년 정도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고, 처음에는 그냥 아르바이트로 시작했다가 커피에 관심이 생겨 바리스타 자격증도 따게 되고, 저만의 공간도 가지고 싶다는 생각에 카페를 열게 됐죠.”

태인호가 운영하는 카페의 이름은 ‘드니로’. 배우라면 누구나 동경해 마지않는 최고의 연기파 배우 로버트 드니로의 이름에서 가져왔다. 태인호는 이 곳에서 커피를 내리며 배우의 꿈을 향해 차근차근 도전을 이어왔고, 이제 배우로 부쩍 부르는 곳이 많아진 지금도 이 장소를 지키며 배우로서 연기를 하고, 바리스타로서 커피를 만들고 있다.

“사실 ‘미생’을 촬영하던 당시 카페를 잠깐 접을까 생각하기도 했어요. ‘미생’ 촬영할 때 밤새서 드라마 촬영하고 와서 낮에는 카페에서 커피를 로스팅하고 이런 생활의 연속이었죠. 여기에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서 부쩍 카페를 찾는 손님들도 많아졌고, 갑자기 일할 사람을 구하지도 못하다보니 너무 힘들었어요.”

‘미생’이 인기를 얻으면서 태인호 배우의 말처럼 그의 카페에도 태인호 배우를 보기 위해 많은 손님이 찾았고, 밤샘 촬영을 마치고 돌아와 카페에서 일하는 고된 일정을 견디기 힘들었던 태인호 배우는 잠시 카페의 문을 닫을까도 고민했다. 하지만 태인호는 그런 상황 속에서도 결국 카페를 계속했다.

태인호에게 ‘커피’는 단순히 배우로 성공하기 전 먹고 살기 위해 선택한 궁여지책이 아니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여준 악역 이미지와는 달리 선량하면서도 차분한 성격을 지닌 태인호에게 커피는 친구이자 동반자와 같은 존재였고, 또한 연기생활로 지친 영혼을 달래주는 치료제이기도 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도 태인호가 직접 내려주는 그의 영혼이 담긴 커피 한 잔을 마시러 카페를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처음에는 커피를 만드는 과정이 단지 재밌어서 시작을 했어요. 그리고 저는 연기를 하는 것은 좋아하지만 사람을 많이 만나고 부딪히는 그런 과정은 항상 쉽지 않고 그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커피는 제 마음을 달래주죠. 혼자서 조용히 커피원두를 로스팅하다보면 제 마음도 같이 차분해지고, 그 순간만큼은 다른 모든 일을 잊고 오직 커피를 맛있게 만드는 것만 생각해요. 그런 점이 저에게도 도움이 되고, 제 연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볼 수 있죠.”

◆ 오늘이 아닌 내일을 바라보는 배우

▲ 태인호가 악역을 맡게 되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이토록 맑고 순수해 보이는 사람이 강렬한 악역을 연기하는 ‘갭(gap)’에서 나올 연기에 대한 궁금증을 감독이라면 응당 가질 법도 하지 않을까?

태인호에게 자꾸 악역이 주어지는 것은 물론 그의 존재를 대중에게 알린 ‘미생’의 힘도 힘이지만, 인터뷰를 가지면서 다른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다른 배역을 희망했지만 선하게 생긴 얼굴로 괴롭히는 역할을 맡으면 어떨까라는 의문에 ‘성대리’를 연기하게 했다는 ‘미생’의 이야기처럼, 이토록 맑고 순수해 보이는 사람이 강렬한 악역을 연기하는 ‘갭(gap)’에서 나올 연기에 대한 궁금증을 감독이라면 응당 가질 법도 하다.

‘미생’ 이후 태인호는 tvN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2’에서 사이코패스 살인마 ‘이주승’으로 출연했고, 천만 관객을 돌파한 윤제균 감독의 영화 ‘국제시장’에서는 황정민의 아들 ‘윤기주’를 연기했다. 이어 올해 하반기 개봉 예정인 노덕 감독의 ‘특종: 량첸살인기’에서는 조정석의 직장 선배로 출연할 예정이다.

‘미생’ 이후 많은 러브콜이 있었지만 태인호는 여러 작품에 비슷비슷한 이미지로 겹치기 출연하며 배우의 이미지를 소비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고 있다. 다만 차분하게 한 걸음 한 걸음 그가 그 시점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작품과 배역을 택해 최선을 다할 뿐이다.

‘미생’, 그리고 ‘영도’ 이후 태인호의 출연작 중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단연 강우석 감독의 ‘고산자, 대동여지도’다. 이미 차승원이 대동여지도를 만든 고산자 김정호에, 유준상이 흥선대원군에 캐스팅된 이 영화에서 태인호는 김정호와 흥선대원군 사이에서 대동여지도를 빼앗으려는 ‘김성일’을 연기한다.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항상 어제보다 오늘을, 오늘보다 내일을 바라보는 태인호에게 연기인생의 전환점이 될 작품이기도 하다. 배역이 크고 중요해서가 아니라 바로 한국영화계의 거장 강우석 감독과의 만남 때문이다.

“‘고산자, 대동여지도’에서도 나쁜 역할을 맡지만 굉장히 재미있게 촬영을 하고 있어요. 그동안 저는 저와 나이대가 비슷한 젊은 감독들이나 동료들하고 주로 작업을 해왔기에 배우로서 항상 자신감에 차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연륜 많은 강우석 감독님하고 작업을 하다 보니 많은 것을 배우게 됐습니다. 연기를 하면서 저도 저에게 뭔가 이야기를 해줄 멘토가 필요하다고 느꼈고, 강우석 감독님에게 그런 이야기들을 듣고 있습니다. 저도 연기를 시작한지는 시간이 좀 됐지만, 이제 선생님에게 새로 연기를 배우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 ‘영도’ 배우 태인호는?

태인호는 경성대학교 연극영화학과를 졸업하고 부산 지역에서 연극과 영화를 하다가 2008년 서울로 올라와 본격적인 배우 활동을 시작해 ‘크로싱’, ‘채식주의자’, ‘아이들…’, ‘댄싱퀸’, ‘신세계’, ‘연애의 온도’ 등의 영화에 조연으로 출연했다. 태인호는 2014년 tvN 드라마 ‘미생’에서 섬유부 ‘성대리’를 연기하며 주목을 받았고, 이후 ‘식샤를 합시다2’, ‘너를 기억해’, ‘어셈블리’ 등 드라마와 ‘국제시장’, ‘특종 : 량첸살인기’, ‘고산자, 대동여지도’ 등의 영화에 출연했다.

[취재후기] 태인호는 볼수록 앞날을 더 기대하게 만드는 배우다. 벌써 30대 중반, 배우로서 뒤늦게 이름을 알렸지만, 태인호는 조바심을 내며 서두르지 않고 차곡차곡 자신이 계획한 배우로서의 큰 그림을 페이스를 잃지 않고 그려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 태인호를 보며 앞으로 한국영화계를 빛낼 보석이 서서히 연마되며 자신의 빛을 찾고 있는 모습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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